중국 J-20 둘러싼 '반쪽 스텔스' 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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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스텔스’ 논란에 휩싸인 중국의 J-20 전투기. photo 뉴시스


젠(殲)-20(J-20)은 중국의 첫 스텔스 전투기로 2017년 처음 실전 배치가 이뤄졌다. 올해로 실전 배치된 지 8년째를 맞는다. 중국 공군에 배치된 J-20 전투기 숫자는 이미 300대를 넘어섰고, 올해 생산분 100대를 더하면 연말에는 400대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적인 측면에서 J-1O, J-16 등 기존 주력기와 맞먹는 수준으로 올라왔다. 중국은 2030년까지 총 1000대의 J-20 전투기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

이처럼 이력이 쌓였지만 J-20의 정확한 성능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비슷한 시기에 실전 배치가 이뤄진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 F-35의 성능과 정보가 상당 부분 공개된 것과 전혀 다른 양상이다. F-35는 이미 우리나라와 일본, 영국 등 서방 국가에 1000대 이상이 팔렸지만, J-20은 주하이에어쇼 등에 여러 차례 등장했는데도 아직 수출 실적이 전혀 없다.

J-20은 실전 배치된 이후 엔진 성능 부족 등의 문제로 골치를 앓았다는 보도가 해외 군사 전문지 등에 나온 적이 있다.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 F-22에 맞먹는 출력을 내기 위해 자체적으로 WS-15 제트 엔진 개발에 나섰지만 엔진 블레이드 과열로 폭발 사고가 발생하는 등 개발에 난항을 겪었다는 것이다. 스텔스 기능이 미국의 F-22, F-35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도 적잖았다. 이런 갖가지 문제점 때문에 중국이 의도적으로 J-20의 전력을 숨긴다는 분석이 많다.

전직 미 해군 전문가 "후방 스텔스 취약"

지난 8월 초 미국의 지식공유 플랫폼 '쿼라(Quora)'에 올라온 J-20에 대한 관한 평가 글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다. 전직 미 해군 작전 전문가이자 군사 블로거인 에릭 위크런드(Erik Wicklund)는 쿼라에 올린 글에서 "J-20은 스텔스 성능이 떨어져 F-15 같은 4세대 전투기로도 충분히 격추할 수 있다"고 썼다. 이에 대해 중국 군사 블로거들이 "4세대 전투기들은 J-20 가까이에 접근도 못 할 것"이라고 반박하는 등 한바탕 논전이 벌어졌다.

F-35 같은 스텔스기를 흔히 5세대 전투기라고 한다. 첨단 레이더와 전자전 장비를 갖춘 F-15, F-16의 최신 버전은 막강한 성능을 갖고 있어도 스텔스 기능이 없어 4세대 전투기로 분류한다. 이론적으로 4세대 전투기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상대방의 위치를 모르는 상태에서 자신의 위치만 노출돼 있어 일방적으로 공격을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에릭 위크런드는 1984년부터 1992년까지 8년 동안 미 해군 작전 전문가로 복무했다. 작전 전문가는 군함의 전투정보실(CIC) 등에서 레이더 데이터와 통신정보 등을 분석해 함정의 위치와 방향, 속도 등을 통제하고 전자전 등을 수행한다. 그는 해군정보국 장교 출신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10대 때부터 전투기와 군함 등에 대해 공부해 왔다고 한다. 2017년부터 쿼라에 군사 정보 등에 대한 글을 올려 왔다.

서방 국가에 1000대 이상 팔린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 F-35. photo 뉴시스


"조기경보기 지원받아 공격 가능"

위크런드는 'J-20은 5세대 전투기인데, 이 전투기를 격추할 수 있는 4세대 전투기가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4세대 전투기는 어느 기종이든 J-20을 격추할 수 있고, 반대로 J-20도 4세대 전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J-20은 스텔스기로서 최소한의 저피탐성능은 갖고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지만, 스텔스 성능이 F-22 수준은 아니다"라고 썼다.

위크런드는 일본 항공자위대가 운용하는 F-15J를 예로 들면서 "이 전투기의 레이더와 전자전 장비 등이 J-20보다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이런 성능 덕분에 "통상적인 거리보다 좀 더 접근하면 J-20을 포착해 록온(lock on·사격통제장치를 이용한 조준 고정)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엔진 배출구가 있는 J-20의 뒷부분은 스텔스 성능이 떨어져 포착이 쉽다는 점도 거론했다. 그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나 F-35 등으로부터 위치 정보를 제공받는다면 4세대 전투기로도 충분히 J-20을 포착해 공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중국산 레이더와 전자전 장비의 성능을 과소평가했다는 중국 군사 블로거들의 비판에 대해 "그들은 항상 중국산 장비의 성능이 서방 시스템보다 4~10배 좋다고 주장한다"며 "중국 당국이 구체적인 성능 규격을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입을 다물고 있는데 어떻게 그런 결론을 내렸는지 흥미롭다"고 반박했다. 그는 "중국산 레이더와 전자전 장비의 효율이 떨어지는 건 최첨단 반도체 확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면서 "중국도 자체적으로 반도체를 생산하지만, 고성능 군사 시스템에 들어가는 최고 수준의 제품은 만들지 못한다"고 했다. 위크런드는 "J-20은 천하무적이 아니고 전술적으로 세련된 전투기도 아니다"라면서 "정보 공유만 제대로 이뤄지면 서방의 4세대 전투기도 J-20을 잡을 다양한 수단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 스텔스 물질 장벽 넘어야"

그는 지난 4월 '중국이 F-35 수준의 스텔스 전투기를 만들 능력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왔을 때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텔스 전투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형상, 내부 구조 등도 필요하지만 스텔스 성능을 발휘하는 데 중요한 부분은 '레이더 흡수 물질(RAM·Radar Absorbent Material)'"이라면서 "RAM은 레이더파를 최대 80%까지 흡수하거나 분산시켜 버린다"고 했다.

위크런드는 "RAM 개발에는 재료 분야에 대한 최첨단 과학이 필요한데, 중국은 이 분야가 약점"이라면서 "미국의 RAM을 가져다주고 이렇게 만들어보라고 해도 역분해를 통해 만들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중국은 J-20에 장착할 WS-15 엔진의 블레이드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수년의 시간을 사용했다"면서 "RAM은 중국이 부딪힌 또 하나의 난관으로 이 기술을 통달해야 F-35 수준의 스텔스기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은 날카롭게 반응했다. 중국병기중공업그룹 산하 병기과학연구원이 발행하는 군사전문지 '병기'는 지난 8월 중순 중국 포털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5세대 전투기의 전장 파악 능력과 스텔스 성능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평가"라면서 "J-20은 초음속 순항능력까지 갖추고 있어 4세대 전투기로는 따라잡기조차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J-20은 중국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5세대 스텔스 전투기로 미국의 F-22, F-35가 경쟁 대상"이라면서 "중국의 기술적 도약에 샘이 나고 체면이 서지 않자 미국이 한사코 이 점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그러나 스텔스 도료 기술 문제, 후방 스텔스 성능 부족, 항전 장비 성능 등 위크런드가 제기한 여러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중 매체 "중국 기술 발전 샘나나"

중국이 J-20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다 보니 이 전투기의 스텔스 성능에 대해서는 그동안 여러 추측이 제기돼 왔다. J-20 시제기가 첫 시험 비행에 나섰던 2011년 호주의 항공 전문가 카를 콥은 "전면부는 스텔스 성능이 뛰어나지만, 옆면과 후방은 레이더반사면적(RCS)이 큰 것으로 보인다"면서 "러시아의 스텔스 전투기 수호이-57과 비슷한 한계를 갖고 있다"고 했다.

2018년에는 인도 공군이 "수호이-30 플랭커 전투기의 레이더로 수 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J-20을 포착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스텔스 전투기도 일반적인 운항 때는 멀리서 일반 레이더로 포착이 가능하도록 '루네베르그 렌즈(Luneburg Lens)'를 켜는 경우가 많아 이것만으로 J-20의 스텔스 성능을 단정할 수는 없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미군에서 J-20의 스텔스 성능에 대해 공개적인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수년간 J-20을 지켜보면서 어느 정도 성능과 장비 수준, 작전 범위, 전술 등에 대한 파악이 끝난 것으로 보인다. 그 내용은 위크런드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 공군 중령으로 퇴역한 후전둥 전 미 국방부 대만과장은 대만 매체 인터뷰에서 "J-20은 전면은 괜찮지만, 다른 각도에서는 스텔스 기능이 떨어진다"면서 "미디어에서 보도되는 정도로 그렇게 스텔스 성능이 뛰어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미국 크룰락혁신미래전센터의 중국 전문가 대니얼 라이스도 "대체로 보면 J-20은 미국 기준으로 4.5세대 전투기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완전한 5세대 전투기인 F-35에 비해 스텔스 성능이 떨어지는 기종으로, 4.5세대로 분류되는 F-15, F-16의 최신 버전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공군사령관 "J-20, 압도적 전투기 아냐"

주한미군 부사령관과 태평양 공군사령관을 지낸 케네스 윌스바흐 미 공군전투사령관의 언급은 좀 더 구체적이다. 그는 작년 9월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공군·우주군협회(AFA) 심포지엄 연설에서 "우리가 보유한 스텔스 전투기와 비교했을 때 현 시점에서 J-20을 '압도적인 전투기(dominating aircraft)'로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그동안 잘 베껴왔고, J-20을 만든 기술 대부분도 미국에서 훔친 것"이라면서 "조종사 훈련 수준, 동맹국과의 합동작전 능력 등에서 아직은 격차가 크다"고 했다.

그는 한 해 전인 2022년 같은 심포지엄에서도 "J-20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등을 밀착해서 감시 중"이라면서 "우려할 만한 전투기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동중국해에서 우리 군의 F-35 전투기가 가까이서 J-20을 지켜볼 기회가 있었고 많은 걸 알게 됐다"면서 "J-20에 대한 중국의 지휘·통제는 상대적으로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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