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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의 세상보기] 고려대학교 북한인권학회 리베르타스 <단절된 이야기: 북한 인권의 미로>


[탈북민의 세상보기] 고려대학교 북한인권학회 리베르타스 <단절된 이야기: 북한 인권의 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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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에서 최근 북한 인권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남북대학생연합 북한인권학회 ‘리베르타스’가 마련한 건데요. 고려대 중앙동아리 소속인 ‘리베르타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중단됐던 전시회의 명맥을 잇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습니다.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북한 인권 전시회 <단절된 이야기: 북한 인권의 미로> 현장으로 안내해 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단절된 이야기: 북한 인권의 미로> 전시 가운데 탈북민 녹취록에서 강철환 씨의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북한 사회의 모습을 탈북민의 증언을 통해 들어볼 수 있는데요. 먼저 고려대학교 북한인권학회 ‘리베르타스’의 이예성 회장에게 전시회의 취지부터 들어봅니다.

[녹취: 이예성 회장] "상대적으로 통일이나 북한 인권에 관심이 부족한 청년 세대들을 대상으로 이를 알리고 관심을 제고하고자 기획했는데요. 크게 테마가 세 가지로 국군포로, 그다음에 북한 여성 인권, 그다음에 정치범수용소 테마로 준비했고 전시 형식은 시각뿐만 아니라 오디오 전시로 청각까지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준비해 보았습니다.”

전시 패널은 ‘북한인권라키비움’ 측으로부터 제공받았고요. 크게 3가지 주제로 그 첫 번째는 국군포로 이야기를 만화 형식으로 담은 <귀환>이었습니다.

[녹취: 이예성 회장] "국군포로란 6·25 이후에 남한 측으로 송환되지 못한 포로를 의미하는데, 북한에 남겨진 국군포로의 생애를 네 컷 만화 형식으로 해서 패널로 전시했습니다. 한 사람의 생애를 만화로 준비했는데 국군포로 같은 경우에는 북한에서 적대 계층이라고 불리면서 일반 주민과 같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취업에도 제한이 생기고 심지어 국군포로의 가족까지도 경제적인 불이익이나 사회적 불이익을 겪게 되거든요. 그래서 그 현실을 네 컷 만화로 풀어내서 전시했습니다.”

그다음으로는 북한 여성 인권에 관한 문제와 함께 정치범수용소의 실상을 조명하는 패널 전시가 이어졌는데요.

[녹취: 이예성 회장] "북한 여성분들이 북한 사회적인 분위기로 노동도 많이 하는 환경에 처해 있고 탈북 과정에서 제3국,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인권 유린도 많이 당하세요. 그다음에 북한에서는 가부장적 사회가 아무래도 강하기 때문에 가정폭력을 당하더라도 그것을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고 외부에 알리지 않고 계속 그 문제를 안고 가는 경향이 있어요. 또 세 번째 패널 전시는 <리멤버 미>라고 정치범수용소를 다룬 패널이에요. 정치범수용소는 우리가 알고 있는 교도소와는 다른 개념으로 이곳에서 북한 사상에 어긋나는 말이나 행동했다고 혐의를 받으면 정당한 재판도 없이 인권 유린을 받는 수용소에 갇혀서 살게 되거든요. 그래서 이 정치범수용소에서 수용된 사람들이 겪는 현실을 전시해 보았습니다.”

또한 패널 전시 외에도 전시장 한편에는 북한의 모습을 담은 여러 사진이 걸려 있었습니다.

[녹취: 이예성 회장] "실제로 북한 안에서 찍은 사진들을 저희가 자료로 보관하고 있다가 이번에 전시했는데요. 정치적인 모습을 담은 사진과 북한 주민의 일상적인 사진을 담은 모습을 각각 전시했습니다. 그래서 뉴스에서 보는 것보다 리얼하게 북한 주민들의 삶을 알 수 있을 것 같고, 북한을 보다 사실적으로 담아낸 것 같아요. 사실 저희와 생활 방식이 너무나도 다르다 보니까 거기에서 오는 이질감이 있는 것 같아요. 군데군데 자유가 억압된 모습들이 보여요. 일정한 기장 이상의 치마라든지 사람들이 자유롭지 못하게 옷 색을 단정하게 입는다든지 여전히 얼음이 얼면 힘들게 그거를 깨서 물을 확보한다든지 하는 모습에서 아직은 북한의 인권이 많이 탄압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 이예성 회장은 이번 전시의 핵심은 오디오 전시라고 말했고요. 이것 역시 ‘북한인권라키비움’에 제공받았다고 합니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죽는 사회> 코너의 일부인데요. 이번에는 탈북민 김희영 씨의 증언입니다.

[녹취: 김희영 씨] “아빠 친구분이 두 분이 계시고 우리 집에서 술을 드셨거든요.
근데 한 분이 러시아에서 벌목하는 분이셨어요. 그런데 그분이 우리나라(북한) 돈은 외국에다가 쓰지도 못하고 휴지 쪼가리라고 그랬거든요. 근데 술상이 끝나고 한 20분 됐나? 우리가 4층이고 그 집은 옆 동 2층이었거든요. 사이렌 소리 나고 경찰들이 와서 그 집을 한 10분 동안 다 털고 갔던 것 같아요. 후에 물어보니까 말을 잘못해서 온 집안 식구가 그 저녁에 진짜 연기처럼 없어졌거든요.”

이 회장은 오디오 전시를 통해 탈북민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봄으로써 북한 인권에 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길 바랐는데요. 전시를 운영하며 놀란 점도 있었다고 합니다.

[녹취: 이예성 회장] "사실 글자가 많잖아요. 그래서 조금 큰 글자만 훑어보고 가실 줄 알았는데 아까 한 분이 진짜 오래 서 계시더라고요. 그 부분을 보면서 뭔가 이 전시회가 의미 있다고 느꼈고 관람해 주신 분께도 감사하다고 생각했어요. 저희 전시회 주제가 <단절된 이야기: 북한 인권의 미로>인데 단절된 이야기라고 한 이유가 북한 인권과 통일에 대한 관심이 청년 세대에서 급격히 떨어져요. 이번 전시를 통해서 그 단절된 이야기를 다시 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또한 리베르타스의 양영현 회원은 다양한 주제 가운데 특히나 정치범수용소와
국군포로에 관한 문제를 강조했는데요.

[녹취: 양영현 회원]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라고 하는 곳은 북한의 주체사상에 반하는 진술이나 그런 사상을 가진 분들이 가시는 곳으로 알고 있지만, 생각보다 연좌제나 국군포로 같은 분들이 역사적으로 몇십 년 전에도 많이 가셨다는 사실을 이번에 새롭게 알게 돼서 저는 그분들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서 많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특별히 국군포로의 수감 비율이 90년대에는 30~40% 이상이었다는 통계 수치를 보고 굉장히 놀랐는데요. 사실 국군포로라는 게 저희의 기억에는 아득한 먼 역사처럼 느껴지는 6·25 전쟁 이후에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시고 북한 내에서 생활하셨던 분들의 지금은 잊힌 역사라고 볼 수 있는데 그분들이 북한에서는 상당수가 핍박당하고 또 정치적으로도 수용소 안에서 박해를 당하셨다는 수치를 보면서 저는 여전히 생존해 계시는 국군포로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관심 가져야 한다는 것으로 많은 동기부여를 받았습니다.”

더불어 국제학을 전공하는 신동환 회원은 북한 여성 인권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신동환 회원] "북한 여성들이 제가 알기로는 지금 대부분의 경제활동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또 한편으로는 사회적 약자로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되게 취약한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그런 제도적으로 뭔가 여성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고 이런 폭력들이 묵인되고 용인되는그런 걸 보니까 많이 안타까운 것 같습니다.”

이어 리베르타스의 박주현 회원은 이러한 전시 활동이 고무적이라는 이야기를 전했는데요.

[녹취: 박주현 회원] "저는 북한 인권에 관해 얘기했을 때 친구들이 북한 인권에 대해 따질 게 뭐가 있냐? 어차피 우리도 모르는 거 아니냐는 식으로 얘기해서 이걸 왜 알아야 하는지 그리고 알면 어디에 도움이 되는지 이런 걸 깨닫게 된다는 점에서 이 전시회가 되게 고무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저는 사실 그 정도로 인식이 없구나, 무관심하구나, 그리고 이런 부분에서 속상했던 것 같아요.”

끝으로 전시 패널을 꼼꼼히 살펴보던 관람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는데요. 관람객 강유빈, 김선화 씨의 소감 들어봅니다.

[녹취: 강유빈 씨] "북한 인권 유린 심각하다는 건 알고 있었고 21세기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하기 힘든 수준의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계속 탈북민이나 북한 쪽 관계자들 증언에 따르면 그런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잖아요. 말 한마디 잘못해서 바로 내쳐질 수 있는 그런 현실이 안타깝다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북한 인권에 대한 인식 확장은 좋긴 한데 이 인식으로 인해 어떤 것이 바뀔까? 그러니까 다른 봉사활동이나 그런 것처럼 북한에 지원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잖아요. 직접 발로 뛰어서 도와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인식의 개선이 필요한 건 맞는데 좀 더 직접적인 도움 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게 굉장히 아쉬운 것 같아요.”

[녹취: 김선화 씨] "이거를 관심 가져주는 게 그래도 어느 정도 이런 상황이 알려지는 데 도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조금 더 주의 깊게 봤던 것 같습니다. 전 국군포로 쪽이 많이 느껴졌는데 국군포로는 어찌 됐건 거기서 피해를 보고 있는 건데 우리가 잘 알아주지 못하는 거다 보니까 아무래도 마음이 가는 쪽이 그쪽인 것 같아요. 사람들도 좀 더 관심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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