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를 종단하던 제10호 태풍 '산산'이 31일 오전 9시를 기점으로 오사카 남쪽 약 130km 부근 해상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됐다.
31일 기상청에 따르면 산산은 사흘 전 일본 열도에 접근할 때 비해 크게 약화한 수준이다. 다만 일본 열도에 비구름이 많이 남아있어 그동안 기록적인 폭우로 지반이 물러진 지역이나 하천이 있는 곳은 산사태나 침수 등에 주의해야 한다.
앞서 산산은 지난 29일 규슈에 상륙한 뒤 동진하면서 멀리 수도권에까지 비구름을 끌어들여 기록적인 양의 비를 내렸다.
초강력 태풍이었던 데다 일본 열도에 그대로 상륙하면서 산사태, 주택 파손 등으로 인명 피해도 잇따랐다. NHK 집계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인한 사망자는 6명이고 실종자는 1명이며 125명이 다쳤다.
도쿠시마현에서는 무너진 2층 주택 지붕에 깔린 80대 남성이 숨졌고 군마현에서는 유적발굴 현장에서 일하던 20대 인부가 무너져 내린 흙에 묻혔다가 구조됐다.
'산산'은 다행히 한반도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고 소멸됐지만 앞으로 한층 더 강한 가을 태풍이 생겨날 조건이 구비되면서 당분간 긴장을 늦추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올 가을 앞으로 최대 많게는 2개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동안 발생했던 태풍들이 한반도 쪽으로 오지 못하고 일본 쪽으로 움직인 건, 한반도 상공을 뒤덮은 두 고기압의 힘에 밀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9월부터는 상층의 티베트 고기압이 중국 쪽으로 물러가고 북태평양고기압도 수축하면서 한반도에 태풍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여기에 한반도 주변 바닷물의 수온이 한여름 폭염으로 평년보다 2도에서 4도 높아진 상태여서 태풍의 연료라 할 수 있는 수증기까지 풍부해져 발생한 태풍이 힘을 키우기에 좋은 조건이 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서태평양의 높은 해수면 온도로 대류 활동이 강화하면서 그 북쪽으로 위치한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들 때가 많을 것"이라며 "태풍이 주로 서태평양에서 발생해 일본 쪽으로 이동하는 경로가 우세하지만, 우리나라 부근으로 북태평양고기압이 일시적으로 확장할 경우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에 위치하는 9월 태풍 영향 가능성을 높게 봤다. 이 관계자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수축 정도에 따라 10월 전반에 영향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