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 센트럴 코스트에 사는 탈리타 아카마르모이는 간호사로서 코로나19 봉쇄 기간 동안 필수 근로자로 일해야 함에 따라 아들을 어린이집에 계속 보내야 했다. 그러던 중 다른 한 부모가 '구순포진(단순 포진 바이러스, HSV)'에 걸린 자녀를 등교시킨 이후에 문제가 시작됐다. 아들이 이 아이에게 바이러스를 옮겨와 입술에 발진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나는 간호사이기 때문에 아들이 감기나 손발입병에 걸릴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손도 자주 씻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아카마르모이도 비켜가지 못했다. 그가 출근한 날 눈이 빨갛게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결막염이라고 여기고, 권장 치료를 받았지만 상태는 점점 악화됐을 뿐이다.
면봉으로 눈을 검사해 달라고 요청한 후, 단순 포진성 각막염(herpes simplex keratitis) 진단을 받았다. 그는 "속이 안 좋고 몸도 힘들었다. 눈은 부풀어 올라 완전히 감겼고 주변에는 염증성 상처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로인해 눈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다행이 눈은 치료됐지만 계속 눈물이 흐르는 증상이 남았다. 눈물샘을 막고 있는 흉터 조직을 제거하기 위해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았다. 눈에 바늘을 꽂고 식염수로 씻어내는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 이후 스텐트를 삽입하는 수술이 예약됐지만, 두 달 후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대장암 3기까지 진단받았다. 눈 수술이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이었다. 대장암 때문에 몇 차례의 수술과 6개월간의 화학치료를 받았다.
그렇게 18개월 뒤 눈 전문의를 다시 찾았을 때, 눈물샘은 완전히 막힌 상태였다. 결국 평생 사용할 유리 또는 파이렉스 재질의 '존스 튜브(Jones tube)'를 삽입해 눈물을 멈춰야만 했다. 이 튜브는 눈물이 흘러나갈 수 있는 경로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HSV는 그의 부비강으로 퍼졌고, 입 주변에 상처를 남겼으며, 편도염까지 유발했다. 현재는 피로가 심할 때 입술에 포진이 발생한다. 아카마르모이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HSV의 위험성을 알리고, 아이가 아프면 보육원이나 어린이집에 보내지 말 것을 당부했다. 어린 아이들이 아플 경우 반드시 집에 있어야 하며, 손 씻기와 음식 및 음료 공유 금지에 대한 교육이 나이가 들면서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HSV는 한 번 감염되면 평생 남아 있으며, 첫 감염 시에는 심각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그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HSV 각막염, 전세계 실명 유발하는 가장 흔한 바이러스성 질환 중 하나
사연에서 아이를 통해 걸린 HSV 각막염(Herpes Simplex Keratitis)은 단순 포진 바이러스(HSV, Herpes Simplex Virus)가 눈의 각막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질환이다. 세계적으로 실명을 유발하는 가장 흔한 바이러스성 질환 중 하나다.
주로 HSV-1에 의해 발생하며, 입술이나 얼굴에 생기는 포진(구순포진)과 같은 바이러스가 눈에 전염되었을 때 발생한다. 감염은 감염된 사람의 타액, 눈물과의 접촉 또는 손을 통해 눈으로 전파된다. HSV는 신경 세포에 잠복하는 특징이 있어 감염 후 면역력이 약해질 때 다시 활성화될 수 있다.
HSV 각막염은 일반적으로 한쪽 눈에서 발생하며 초기에는 눈이 빨갛게 충혈되고 눈물이 나며 빛에 민감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진행되면 눈이 부풀어 오르고 각막이 흐려지면서 시야가 뿌옇게 보이고 심한 경우 궤양이 생길 수 있다. 이때 각막 손상이 심화되면 실명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HSV 각막염은 표재성 각막염(상피층 손상)부터 기질성 각막염(깊은 층 손상), 내피염(각막 내층 손상)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기질성 각막염은 각막 혼탁을 유발하여 시력을 심각하게 손상시킨다.
감염자와 접촉 피하는게 상책...손 철저히 씻어야
진단은 임상 증상과 검사로 이뤄진다. 형광염료를 사용해 각막의 손상 부위를 관찰하며, 필요에 따라 바이러스 검출을 위해 PCR 검사나 세포 배양 검사를 시행한다. HSV 특유의 나뭇가지 모양 병변(덴드라이트 궤양)이 관찰되면 진단이 더욱 명확해진다.
치료는 항바이러스제가 중심이다. 아시클로버(Acyclovir)나 간시클로버(Ganciclovir)와 같은 항바이러스 점안제를 사용하며, 심한 경우 경구 항바이러스제를 병행하기도 한다. 각막 기질염이 동반된 경우에는 스테로이드 점안제를 사용하여 염증을 조절할 수 있으나, 반드시 의사의 지시에 따라 사용해야 한다. 각막 손상이 심한 경우에는 각막 이식이 필요할 수도 있다.
HSV 각막염은 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지만, 바이러스가 신경에 잠복하기 때문에 재발 가능성이 높다. 재발 시마다 각막 손상이 누적될 위험이 있으므로, 지속적인 관리와 면역력 유지가 중요하다. 특히 스트레스, 피로, 면역력 저하가 재발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고 조기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HSV 각막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감염자와의 접촉을 피하고, 눈을 만지기 전후 손을 철저히 씻는 등 개인 위생을 유지해야 한다. 이 질환은 초기에 치료하면 회복 가능하지만, 재발성 감염으로 인한 합병증은 장기적으로 시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예방과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