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나도 멱살도 못 잡겠네"…폐부 찌르며 회담 시작한 韓·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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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9.01. 오후 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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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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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후 국회에서 순직해병 특검법,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등을 논의하는 여야 대표 회담을 마친 뒤 각자의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나도 (서로) 멱살도 못 잡겠네. 이래가지고는”

1일 11년 만의 여야 대표 회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비공개 회동에 앞서 널찍한 테이블을 가리키며 이 같이 말하자 장내엔 큰 웃음이 터졌다.

양 당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국회 본청 3층에서 만나 순직해병 특검법,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등을 논의하는 여야 대표 회담을 가졌다. 양측 정책위의장과 수석대변인이 배석한 비공개 회동(102분)에 이어 양 당 대표의 독대도 40분 간 이어졌다. 이 대표는 또 “이런 날은 그냥 헤어지는 게 아니라 같이 저녁도 먹고 술도 한 잔 씩 하고 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어) 아쉽다”고도 했다.

여야 대표가 마주 앉은 자리는 이처럼 겉으론 화기애애한 듯도 보였다. 하지만 날 선 신경전에 냉랭한 공기가 지배했던 분위기였다. 양 당 대표의 모두 발언에서부터 아슬아슬했다. 10분씩의 모두발언이 예정됐지만 이날 한 대표는 13분 간, 이 대표는 18분 간 발언을 했다. 한 대표는 이 과정에서 ‘개혁’을 총 8번, ‘민생’과 ‘격차’는 각각 7번 언급했다. 이 대표는 ‘독재’라는 단어를 두차례 사용하며 정부와 여당에 날을 세웠다.

두 대표의 모두발언 스타일은 판이 했다. 이 대표의 양보로 먼저 나선 한 대표의 모두 발언은 미리 준비했던 원고를 기초로 했다. 반면 이 대표는 주요 키워드를 위주로 발언을 풀어나갔다. 한 대표가 발언하는 동안 이 대표가 굳은 표정으로 메모하며 내용을 다듬는 모습도 보였다. 양 당 대표는 각자 폐부를 찌르는 발언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는 듯한 장면도 포착됐다.

한 대표는 “최근 이 대표를 수사한 검사에 대한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기각됐다”며 “검사들을 상대로 한 민주당의 시리즈 탄핵은 곧 예정된 이 대표 판결 결과에 불복하기 위한 ’빌드업’(사전작업)으로 보는 분들이 많이 있다”고 직격했다. “재판 결과들에 대해 국민의힘은 설령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선을 넘는 발언이나 공격을 자제하겠다. (무죄를 확신하고 계신 듯 하니)민주당도 재판 불복 같은 건 생각하지 않으실 거라 기대한다”는 말도 했다. 이 대목에서 이 대표는 입술을 앙다물며 숨을 들이쉬기도 했고, 한 대표의 발언 중간 중간 굳은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기도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후 국회에서 여야 대표 회담을 앞두고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반면 이재명 대표는 ‘제3자 추천 순직해병 특검법’으로 한 대표를 겨냥했다. 그는 “(한 대표가 제안한) 제3자 추천 특검을 적극 검토하겠다. ‘증거조작’도 특검하자고 했는데 수용하겠다”며 “입장이 난처한 것은 이해하나 정치인이라면 자신이나 주변의 특별한 문제 때문에 국민적 대의를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잘 알 것이다"고 한 대표를 겨냥했다. "이제 결단하라"는 이 대표의 추궁에 한 대표가 껄끄러운 듯 원고를 만지작대는 모습도 보였다.

당초 두 대표의 독대는 예정돼 있지 않았다. 그러나 양측 정책위의장과 대변인이 합의문을 조율하는 40분 간 따로 얘기를 나눴다. 이 때 무슨 얘기를 나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대표는 "그걸 얘기해주면 어떡하느냐"며 웃었고, 한 대표는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민감한 이슈인 순직 해병 특검법 문제를 두고 조승래 민주당 수석 대변인이 "(회담에서 한 대표가) 법안 발의도 준비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본인 의지가 있다고 밝혔지만 당 내 사정이 좀 있다고 했다"고 브리핑하자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법안을 준비 중인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는 등 장외 신경전도 이어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 대표 회담에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이날 회담장엔 이 대표가 2분 가량 먼저 도착했다. 모두 발언 시작 전 사진 촬영을 앞두고는 이 대표가 한 대표의 팔을 붙잡고 자신에게 가깝게 끌어당겼고, “악수 한 번 하자”며 제안하기도 했다. 이날 두 대표의 지지자들 20여 명이 국회 소통관, 본관 앞 야외에서 응원전을 펼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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