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는 지난달 2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27일까지 엿새 동안 입원 치료를 받았다. 최고위원회 등 공식 석상에 불참했지만, 그는 당무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특히 이 대표는 25일과 27일 두 차례에 걸쳐 병상 지시를 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달 25일 브리핑에서 “이 대표가 오늘 윤석열 정부의 전방위적인 독도 지우기 행태에 대해 당내에 진상조사단을 구성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당은 하루 만에 김병주 최고위원을 단장으로 하는 진상조사특위를 꾸렸다.
민주당 공보국은 27일 기자단에 “이 대표는 딥페이크 범죄 근절을 위한 국회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는 공지를 했다. 이후 당은 TF구성에 즉각 들어갔다.
친명계 인사는 “병상에서도 실시간으로 당무를 챙기는 이재명 스타일을 보인 것”이라고 했다. 성남시장·경기지사 시절부터 속도와 효율을 중시하는 행정가적 기질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다만 일각에서는 “당 대표가 의원단에게 ‘지시했다’는 표현을 쓴 건 이례적”이라는 말도 나온다. ‘일러서 시킨다’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 지시라는 표현은 위계적 관계라고 보기 어려운 당 대표와 국회의원 사이에서는 걸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에는 당 대표가 주문사항이 있어도 ‘요청’ 혹은 ‘전달’ 등을 표현을 쓰는 게 일반적이었다.
지시라는 표현은 행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로 써왔다. 예컨대 대통령실이 지난달 26일 “윤석열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추석 민생 안정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지시했다”고 밝히는 식이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이 대표가 지시했다’는 브리핑을 접했을 때 조금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흡사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받은 듯한 느낌이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1월 부산 가덕도에서 피습당한 뒤 입원 치료를 받고 있을 때도 병상 지시를 내린 적이 있다. 현근택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성희롱성 발언에 대한 윤리감찰을 명한 것이었다. 당시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 사실을 전하며 “이 대표가 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당 관계자는 “엄중한 상황일수록 ‘지시했다’는 표현을 일종의 수사로 사용한다”며 “현 정부의 독도 지우기 시도나, 딥페이크 사건을 그만큼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