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아내·의원들에 “李대표 한번 만나줘, 이렇게 ‘대속’ 하는데...”

입력
수정2024.07.26. 오후 7:47
기사원문
김수언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법정서 녹취록 공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뉴스1

“이재명 대표를 한번 만나줘.”

“이재명 대표 만나면 안부 좀 전해주세요.”

“누군가 이렇게 대속(代贖·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매달려 죽음으로서 대신 속죄함)을 했기 때문에…” (웃음)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과 불법 뇌물 및 정치자금 수수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이 선고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항소심 첫 재판이 열린 26일 수원고법 법정에서 공개된 녹취록 내용 일부다. 이 전 부지사가 자신의 배우자인 백정화씨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을 각각 수원구치소에서 접견한 자리에서 직접 한 말들이 적힌 것이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사법을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것”이라고 했다.

수원고법 형사1부(재판장 문주형)는 이날 오전 이 전 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혐의에 대한 2심 첫 재판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100장이 넘는 PPT자료를 준비해 45분 동안 사실오인, 법리오해, 양형부당 등 항소 이유 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 측은 지속적인 사법방해 행위를 통해 공판중심주의, 직접심리주의, 당사자주의라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을 훼손해 재판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훼손했다”며 구체적인 사례로 수원구치소 접견 녹취록 내용을 일부 제시했다.

검찰이 제시한 녹취록 내용에 따르면, 지난 4월 15일 이 전 부지사의 배우자인 백씨는 수원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남편을 접견했다. 이 접견에서 이 전 부지사는 백씨에 “이재명 대표를 한 번 만나달라”고 말했다. 이에 백씨는 “내가? 싫어”라고 했고, 이에 이 전 부지사는 “왜, 왜, 왜?. 이재명 뭐 만나기 어렵나?”라고 했다. 백씨는 “난리 칠 거 아니야?”라고 이 전 부지사에게 묻고, 이 전 부지사는 “아니, 비공개적으로…”라고 한 것으로 적혀있다. 이날은 이 전 부지사에 대해 검찰이 징역 15년과 벌금 10억원을 구형한 결심 공판이 열린 지난 4월 8일 이후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배우자인 백정화 씨가 지난 6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치검찰사건조작특별대책단 주최로 열린 '정치검찰 사건조작 피해사례 증언과 대책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또 이 전 부지사는 같은달 30일 22대 총선에서 다선에 성공한 민주당 소속 현직 의원 2명을 수원구치소 내에서 장소를 변경해 접견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전 부지사는 “김광민 변호사(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가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고, “이재명 대표를 만나면 안부를 전해달라”고도 했다. 이 전 부지사는 또 “당선자 여러분들도 누군가 이렇게 대속을 했기 때문에 그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속은 남의 죄를 대신해 벌을 받거나 속죄하는 것을 뜻하는 말로, 기독교에서 흔히 사용되는 표현이기도 하다. 이 말을 하자, 의원들은 모두 웃음을 터트린 것으로 녹취록에 적혀있다. 앞서 이 전 부지사 측은 검찰의 1심 구형 후, ‘검찰 술자리 회유 의혹’ 등을 제기했다. 이에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전 대표는 “100% 사실로 보인다”고 언급하는 등 논란이 됐다.

검찰은 이 녹취록을 제시하면서 “원심 재판이 진행된 바처럼, 피고인이 정당 대표를 끌어들였다”며 “피고인은 국회의원 당선자들에게 자신의 희생을 강조하고 싶었던 걸로 보인다”고 했다.

검찰은 “재판이 지연돼서 소모적 논쟁이 지속되면 사회적 갈등이 심화한다”며 “신속한 재판을 통해 (피고인의)구속기간 내 선고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검찰은 실체적 진실은 오로지 법정에서 적법 절차에 따라 진행돼 밝혀져야 한다”고도 했다.

이에 재판부는 “검찰도 많이 하는 거 같다”면서 “그 정도로 마무리 합시다”라고 했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뉴스1

이 전 부지사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이던 2019년 도지사 방북 비용 300만 달러와 북한 스마트팜 사업 비용 500만 달러를 쌍방울 그룹이 대신 북한 측에 내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부지사는 또 경기도 평화부지사, 경기도 산하기관인 킨텍스 대표이사로 재임했을 당시 쌍방울 측에서 법인 카드와 차량 등을 제공받고, 자신의 측근에게 허위 급여를 지급하도록 하는 등의 방식으로 모두 3억3400여만 원의 정치자금(뇌물 2억5900여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는다. 그는 자신의 법인카드 사용 등에 대한 자료를 쌍방울로 하여금 삭제하도록 한 혐의도 있다.

1심 재판부인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신진우)는 지난 달 7일 이 전 부지사에 대한 불법 대북 송금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와 뇌물, 증거인멸교사 등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9년6개월에 벌금 2억5000만원, 추징금 3억2595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기도가 지급해야 할 스마트팜 사업비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 방북비용 등 800만 달러를 쌍방울이 북한 측에 전달한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한편, 이 전 부지사는 대북송금과 관련해 제3자 뇌물 혐의 등의 혐의를 받는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공범으로 추가 기소됐다. 이외에도 경기 지역 사업가 여러 명으로부터 모두 5억원대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