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누구부터 시작되는거야?”…AI 동원해 의심거래 조사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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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9.01. 오후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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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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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1414명 경찰에 수사의뢰
HUG 전세금 반환보증 노리거나
중개사·분양업체 가담한 사례도


수도권의 한 주택 내부에 전세 사기 피해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여져 있다. 매경DB
빌라 8채를 보유한 A씨는 임차인 8명과 전세 계약을 하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100% 반환 보증보험 가입을 필수로 내세웠다. 이 보증보험 비용의 75%는 임대인이 부담하도록 전세 특약에 넣었다. 이후 A씨는 아무런 자금력도 없는 B씨에게 빌라 8채를 팔면서 매매 대금은 받지 않고 전세보증금 반환 채무를 넘겼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등기 이전에 필요한 취득세 등 모든 비용을 대납해 주며 B씨를 끌어들였다. A씨는 이미 임차인 8명에게서 최대 전세보증금을 설정·수금한 뒤 달아났고 임차인들은 새 집주인 B씨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자 HUG를 통해 사고보증금을 받았다. 결국 A씨는 이 반환 보증 제도를 악용해 전세 사기를 일으킨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1일 국토교통부는 지난 2022년 7월부터 전세 사기 의심 거래에 대한 기획 조사를 통해 총 4137건에서 사기 정황을 포착하고 이 가운데 사기 의심 임대인과 관련자 1414명을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국토부의 기획 조사 과정에서 경찰청·대검찰청은 특별 단속을 벌여 사기범 8323명을 붙잡았다. 이들 가운데 610명은 구속됐고 25명에겐 징역 10년 이상이 선고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검찰은 범정부 단속 이후 사기범 20명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하는 등 총 95명에게 징역 7년 이상의 중형을 구형했다.

이들 기관은 거래 가격 거짓 신고 등 부동산거래신고법 위반과 자료 제출 불응 등으로 지방자치단체에 3492건, 탈세 의심 등으로 국세청에 857건, 대출 용도 외 유용 등으로 금융위원회 등에 27건을 통보하기도 했다.

관할 지자체는 불법 행위가 확인된 곳에 과태료 등을 행정 처분하고 국세청은 편법 증여 등 탈루 혐의 확인 시 세무 검증을 실시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와 행정안전부는 대출금을 용도 외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 이들에게 대출 규정 위반에 따른 대출금 회수 조처를 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국토부가 경찰청에 수사 의뢰한 전세 사기 의심자 가운데 가장 많은 신분은 공인중개사(488명·34.5%)다. 그 다음이 임대인(429명·30.3%)과 건축주(188명·13.3%), 분양컨설팅업자(138명·9.8%) 순이다.

국토부가 인공지능(AI) 기반 이상 거래 선별 모형까지 동원해 파악해본 전세 사기 의심 유형은 다양했다. HUG의 사고보증금을 노린 경우 외에도 공인중개사나 분양컨설팅업체가 적극 가담한 사례 역시 많았다.

임차인에게서 받은 전세 보증금으로 매매 대금을 치른 뒤 그 차액을 공인중개사에게 주면서 중개보수 최고 요율 초과에 걸리지 않도록 직거래로 거짓 신고한 경우도 적발됐다. 법정 요율보다 많은 수수료를 손에 쥔 공인중개사는 임차인을 끌어들이는 데 더 적극적으로 나섰고 그만큼 피해 임차인은 양산됐다.

한 분양컨설팅업체는 총 39채의 오피스텔과 아파트 분양 과정에서 매매 계약과 전세 계약을 동시에 체결해 전세 보증금으로 매매 잔금을 치를 수 있도록 알선했다. 이 과정에서 매매 가격의 10%나 되는 돈을 수수료 명목으로 챙겼다. 이 업체가 신축 건물주를 통해 그러한 수수료를 받고 무자본 갭 투기 임대인에게 물량을 털어내는 과정에서 임차인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았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앞으로 전세 사기뿐 아니라 임야나 농지 등 개발이 어렵고 경제적 가치가 없는 토지를 개발 가능성이 큰 용지로 현혹해 서민들 피해를 양산하는 기획부동산 사기 등 시장 질서 교란 행위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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