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성인용 장난감(섹스토이)과 음란물(포르노) 제작을 합법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제재에도 암시장에서 불법 행위가 활개치자, 차라리 음지 산업을 양지로 끌어올려 관리하면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3일(현지시각)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태국 제1 야당 전진당은 최근 성인 오락 관련 산업을 금지하는 형법 287조 개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1~2주 내로 하원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현재 태국에서는 18세 이상의 음란물 소유는 허용하지만 포르노와 섹스토이 등 모든 유형의 성인용 콘텐츠 제작 및 유통은 금지된다. 개정안은 앞으로 성인용 콘텐츠의 제작·판매·유통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다만 성폭력, 소아성애 등을 묘사하는 영상·이미지는 금지되며 미성년자의 성인 콘텐츠 제작도 제한된다.
불교 국가인 태국에서 성(性) 산업은 ‘표면적’으로는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성매매는 물론 ‘리얼돌’(사람을 형상화한 성기구) 등 성인용품 판매도 불법이다. 성인용품 판매 적발 시에는 최대 3년의 징역형 또는 1800달러(약 24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음지에서 관련 산업이 성행하자, 정치권에서는 성인 오락 산업을 양지로 올려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개정안을 발의한 타이피폽 림짓트라콘 의원은 “태국 청소년들에게 음란물을 쉽게 접할 기회를 마련해주려는 게 아니다”라며 다만 “성인 오락 산업을 표면화해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합법적으로 규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련 산업을 합법화하면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고,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개인의 안전도 보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야당인 민주당 소속 라차다 타나디렉 의원도 개정안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글로벌 섹스토이 산업이 2019년 이후 매년 약 7%씩 성장했다는 영국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섹스 토이 등이 합법화되면 공급 업체에 세금을 부과해 국가 수익을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에도 관련 법안을 개정하려는 제안에 공청회가 열렸지만, 참석자 1072명 중 22명만 의견을 표명했다. 또한 태국 법무부, 보건부, 왕립경찰, 국가인권위원회 등 다수의 기관은 “음란물에 쉽게 접근할 경우 성범죄가 급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