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바운드' 스틸컷.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글 싣는 순서 |
① 억대 회비 깜깜이 현금 인출…선수 개인 지원금도 빼돌렸나? ② '장학금도 꿀꺽?' 광주시체육회 단체종목 장학사업 '엉터리' ③ 그만뒀는데 전국체전 선수 명단에…지원비 빼가려 서명도 조작 ④ 영화 출연·임의단체 농구대회 학생 동원…조선대 농구부 '노동 착취' 의혹 (계속) |
조선대학교 농구부 감독이 학생 선수들을 영화 출연이나 사설 농구대회 진행 요원으로 동원하는 등 노동력을 착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영화 '리바운드' 출연 학생들 "출연료가 있었나요?"
영화 '리바운드' 스틸컷.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조선대학교 농구부 감독 A씨의 부산 중앙고 농구부 코치 시절 이야기를 담은 영화 '리바운드'.
지난 2022년 6월 이 영화의 촬영이 진행됐다.
조선대 농구부 학생 선수 6명은 경북 안동체육관에서 이뤄진 영화 촬영에 6월 24일부터 이틀에 걸쳐 동원됐다.
영화 리바운드 제작사는 학생 1인당 60만 원씩 모두 360만 원의 출연료를 회식비로 지원하기로 하고 농구부 감독 A씨에게 신용카드를 지급했는데 감독 A씨는 조선대 인근 식당에서 6월 26일과 30일 180만 원씩 총 360만 원을 결제했다.
그러나 영화에 출연한 학생들은 "영화 출연료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듣지 못했고 영화 출연을 대가로 한 회식도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영화에 출연한 학생 B씨는 "코치님이 촬영 두 달여 전에 선수 몇 명을 지목한 뒤 영화를 촬영하러 가야 한다고 통보했다"며 "사실상 끌려가다시피 갔고 그 시간 동안 훈련도 못 했다. 이른 아침부터 영화 찍고 저녁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B씨는 "함께 출연한 친구가 영화 촬영 이후 코치님에게 출연료는 안 나오냐고 물어보니 밥과 물품 구매에 사용했다는 뻔한 대답이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영화에 출연한 또 다른 학생 C씨는 "농구부 지도자들이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영화 출연에 의미를 두자는 말뿐 출연료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면서 "모두 출연료에 대해 물어볼 생각을 못 했다. 촬영 이후에 농구부 회식비로 쓰인다는 말만 들었다"고 말했다.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체육관 농구코트. 김수진 기자영화 제작사는 학생 선수 한 명당 60만 원의 출연료를 책정했지만,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이 돈은 실제 학생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영화 제작사는 "출연료 지급 방식을 감독과 코치의 결정에 따라 회식비로 지급했다"고 답변했다. 영화사 관계자는 "출연료 지급에 대해 개별 계약으로 진행해도 됐으나 조선대 농구부 감독과 코치(자문위원)가 출연료가 아닌 회식 대체 건으로 진행하길 원했다"며 "인당 30만 원으로 책정된 6명의 1회 출연료 총 180만 원이 2회 출연으로 두 차례에 걸쳐 회식비 총 360만 원으로 지출됐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제작사에서 조선대 농구부 감독과 코치에게 지급한 카드는 2022년 6월 26일과 30일에 각각 180만 원씩 D식당에서 결제돼 해당 증빙 영수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회식비가 결제된 식당 측은 해당 날짜에 180만 원 규모의 회식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D식당 측은 "이곳은 운동부의 숙박과 단체 식사를 제공하고 있는 장소"라며 "이곳 식당에서 통상 회식한다고 하면 외부에서 고기를 구입해 왔을 때 불판과 상차림만 해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선대 농구부 감독 A씨는 "영화에 출연한 학생들도 성인이기 때문에 저와 얘기한 것은 없다"며 "영화 출연료와 관련해 아는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실체 없는 '조선대 농구부 OB' 주최 농구대회
2024년 1월 19일부터 21일까지 개최된 '2024 천년의 빛 영광 전국 의료인 농구대회' 현장. 전남 영광군청 제공조선대 농구부 학생 선수들이 대가 없는 노동에 끌려다닌 의혹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전남 영광군은 지난해 1월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 동안 '2024 천년의 빛 영광 전국 의료인 농구대회'를 개최했다.
영광군에 따르면 당시 조선대 농구부 OB회가 주최하고 영광군 농구협회가 주관하는 이번 대회에 전국의 의과대, 치과대, 한의대 재학생과 졸업생들로 구성된 전국 12개 대학 18개 팀 250명이 참여했다.
조선대 농구부 선수 16명은 지난해 1월 16일 전지훈련과 워크숍 명목으로 전남 영광군을 방문했다. 그러나 정작 이들은 사흘 뒤부터 진행되는 영광 전국 의료인 농구대회의 심판·점수판 관리 일을 하고 돌아왔다.
해당 대회에 가서 갑작스럽게 일을 했다는 한 선수는 "봉사활동 명목도 아니고 그냥 전지훈련이나 워크숍을 하러 간다는 말만 들었다가 갑자기 농구대회 현장에 투입돼 지시에 따라 일을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현장에 있었던 또 다른 조선대 농구부 선수는 "오전과 오후 조로 8명씩을 나눠 근무했다"며 "우리는 시키니까 할 수밖에 없었고, 이런 일을 하면 돈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조차 못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어떤 목적의 활동인지도 알리지 않고 그냥 하라고 했다"며 "전지훈련이라 훈련도 하긴 했는데 심판이나 점수판, 기록지 업무를 더 하고 왔다. 누가 이 일을 했는지 명단도 없었다"며 학생들 의지와 무관하게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체육대학 앞. 김수진 기자이와 관련해 영광군과 영광군체육회는 물론 대회를 주관한 영광군 농구협회도 학생들의 인건비나 상금 등의 세부 지출 내용을 모른다는 입장이다. 주최 측으로 언급된 '조선대 농구부 OB회'는 임의단체로 존재가 불분명해 대회 비용 처리 과정에 의문이 제기된다.
대회를 주관한 영광군 농구협회는 "인건비와 참가자는 모두 조선대 농구부 감독이 알고 있다"며 "농구협회는 필요한 물품과 외적 지원만 했으며 영광군이 사업을 가져와 집행한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이어 "조선대 농구부 감독이 의료인 농구대회 개최를 하고 싶어 했고 영광군과 소통했다"고 설명했다.
영광군은 "대회 운영비 편성에 인건비는 없고 운영본부 식비나 현수막 제작, 대회 장소 제공 비용만 포함됐다"며 "보조금을 전혀 지원한 바가 없다"고 답변했다.
조선대학교는 주최 측인 '조선대 농구부 OB회'의 존재조차 모른다는 입장이다.
조선대 관계자는 "조선대학교 총동문회와 같이 인지된 독립 법인이 아닌 것 같다"며 "학교 측에서는 해당 단체를 모르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해 조선대 농구부 A감독은 "해당 대회에 참석해 일을 한 선수들이 저와 행사를 하러 갔다고 했느냐"고 반문하며 "대회 주최 측이 하는 활동에 도움을 주러 가는 건데 (돈을 어떻게 쓰는지는) 확인해 봐야 한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