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ward Thinking] 가장 독창적 로봇 회사, 네이버랩스의 새로운 접근들
2024.07.12 석상옥
네이버는 많은 이들에게 검색 회사입니다. 혹은 쇼핑이나 웹툰 회사입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겐 로봇 회사이기도 합니다. 그것도 세계 최고의 로봇 회사라고 합니다. 저의 바람이 아니라, 세계 곳곳의 연구자, 기업가, 애널리스트, 그리고 매체로부터 받은 평가입니다.
정확히는 네이버랩스의 이야기입니다. 네이버랩스는 2017년 1월 설립된 네이버의 R&D 연구법인입니다. 주로 물리 세계에서 작동하는 미래 기술에 집중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평가는 어떻게 얻었을까요?
정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기'입니다.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면 경쟁이 되지만, 기존의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버리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한다면 경쟁에서 벗어나 선도자이자 최고가 됩니다. 이 글을 통해 네이버랩스의 로봇과 미래 기술에 대한 여러 독창적 접근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로봇이 보는 세상을 만든다, 디지털 트윈
저는 외부 키노트에서 네이버랩스를 설명할 때 가장 먼저 M1을 소개하곤 합니다. 2016년에 공개한 매핑 로봇 M1은 네이버 최초의 로봇입니다.
<디지털 트윈을 만드는 매핑 로봇 M1>
왜 이 로봇을 가장 먼저 만들었을까요? 당시 실내 자율주행 로봇 분야에서는 복잡한 일상 공간을 안전하게 이동하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았습니다. 만약 문제를 로봇 자체로만 해결하려면 더 많은 센서를 다는 방식을 써야 합니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는 제작비가 계속 올라가거나 알고리즘의 요구 사항만 계속 증가했을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택했습니다.
"로봇을 위한 지도를 만들어주자."
마치 사람들이 지도 앱이나 내비게이션으로 모르는 곳에서도 쉽게 길을 찾는 것처럼, 로봇을 위해 지도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M1이 바로 로봇을 위한 지도, 다시 말해 현실과 똑같은 ‘디지털 트윈’을 만들어 주는 로봇입니다. 디지털 트윈은 실제 환경을 디지털로 복제한 것으로, 거울 세계라고도 불립니다. 이 용어는 2002년 마이클 그리브스 미국 미시간대 교수가 처음 사용했습니다. 2017년 가트너가 10대 유망 기술로 소개하며 널리 알려졌는데, 네이버랩스가 이보다 조금 더 빨랐습니다.
먼저 디지털 트윈을 제작하고, 이 데이터를 수많은 로봇의 자율주행에 활용하는 시스템은 상당한 장점이 있습니다. 기존 실내 자율주행 로봇은 지도 생성, 위치 파악, 경로 생성, 장애물 회피 기능 등 자율주행을 위해 요구되는 핵심 기능을 모두 하나의 로봇에서 직접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제작 비용이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정교한 고성능 센서를 가진 매핑 로봇이 다른 로봇을 대신해 공간 데이터를 수집해 디지털 트윈을 제작해두면, 실내 자율주행 로봇은 현재 위치 정보를 쉽게 파악하고 목적지까지의 경로를 생성할 수 있게 됩니다. 장애물 회피 등에 필요한 기본적인 센서만으로 원활한 실내 자율주행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로봇의 제작 비용을 큰 폭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로봇은 현실의 물리 공간에서 작동하지만, 이를 위한 가상 세계를 먼저 구축한다는 독창적인 방법론인 것이죠.
<로봇 자율주행과 스마트 빌딩을 위한 디지털 트윈>
로봇이 디지털 트윈을 자율주행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더 필요한 기술이 있습니다 바로 컴퓨터 비전 기반의 측위, 즉 비주얼 로컬라이제이션 (Visual Localization) 기술입니다. GPS가 통하지 않는 실내에서 로봇이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인식할 수 있게 해주는 AI 기술입니다. 사진 한 장이면 주야간, 계절, 촬영 각도, 보행자, 인테리어 등의 변화에도 정확히 위치를 인식할 수 있습니다. 비싼 레이저 스캐너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로봇 제작 비용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 로봇뿐만 아니라 사람을 위한 스마트폰 AR 내비게이션 개발에도 쉽게 적용할 수 있어 활용도도 높습니다. 네이버랩스의 비주얼 로컬라이제이션 기술 성능은 세계 최고 수준을 수년간 유지하고 있습니다.
<실내에서도 정확한 현재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비주얼 로컬라이제이션 기술>
범위를 좀 더 넓혀보겠습니다. 흔히 자율주행차를 ‘도로를 달리는 로봇’이라고도 말하는데, 자율주행차 역시 HD맵이라는 디지털 트윈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행을 하면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입니다. 물론 이때는 디지털 트윈을 만드는 방법도 달라야 합니다. M1과 같은 매핑 로봇이 지도를 만들기에 도시는 너무 거대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네이버랩스는 도시 규모의 디지털 트윈을 만드는 독창적인 솔루션을 개발했습니다. 어라이크(ALIKE)라는 이름의 이 솔루션은 항공사진과 AI를 활용해 거대 도시 규모의 디지털 트윈을 빠르고 정확하게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네이버랩스는 어라이크 솔루션으로 2020년 서울시 전역을 3D 모델로 구현했는데, 이때 사용한 항공사진이 약 2만 5000장입니다. 서울시 건물 60만 동을 모두 3차원으로 구축했고, 4차선 이상의 도로 2092km를 차선 구조와 노면 기호까지 정밀하게 구현했습니다.
<서울시 전역에 해당하는 디지털 트윈>
2023년엔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MOMRAH)와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플랫폼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도시 계획, 모니터링, 홍수 예측 등 도시의 디지털 혁신에 활용될 예정입니다.
이처럼 현실과 거울 세계를 융합하는 디지털 트윈은 플랫폼의 플랫폼, 인프라의 인프라 역할을 합니다. 일상 공간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테크 컨버전스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랩스에서 첫 로봇으로 휴머노이드나 서비스 로봇이 아니라 디지털 트윈 로봇을 개발했다는 사실에 당시 많은 이들이 의아해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디지털 트윈이 우리의 일상 공간을 미래 서비스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핵심 데이터라는 점을 더 많은 이들이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로봇과 클라우드를 5G로 연결, 브레인리스 로봇 기술
디지털 트윈 데이터는 클라우드에 담겨 로봇에 연결됩니다. 일종의 클라우드 로봇 기술입니다. 클라우드 로봇이란 클라우드가 로봇의 컴퓨팅 파워를 대신해, 여러 로봇 성능을 동시에 높이고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가능하며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사실 스마트폰만 봐도 많은 처리를 클라우드가 담당합니다. 스마트폰이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성장을 할 수 있던 데엔 클라우드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로봇도 마찬가지입니다.
"클라우드가 로봇의 두뇌가 된다면?"
이런 발상은 아주 많은 로봇 공학의 문제를 해결합니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작은 로봇에는 작은 컴퓨터만 넣을 수 있었지만 클라우드와 연결하면 로봇의 크기라는 물리적 한계를 벗어날 수 있어 작은 로봇도 똑똑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제작할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 로봇은 배터리 효율이 중요한데, 컴퓨터 처리 일부를 클라우드가 대신하면 배터리 효율도 개선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작은 공간에 한두 대의 로봇이 아닌 대규모 공간에 100대, 1000대 규모의 로봇이 들어간다면 모든 로봇을 동시에 관리하고 업데이트하는 데 클라우드 로봇 기술이 가장 효율적인 대안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네이버랩스에선 클라우드와 로봇 기술을 접목하는 연구를 지속해 왔습니다. 시작은 디지털 트윈 데이터를 담는 연구였습니다. 문제는, 클라우드 컴퓨터의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무선 통신에선 유선만큼 로봇이 즉각적인 반응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선 통신의 지연 시간 때문입니다.
이런 고민을 지속하다 보니, 아주 중요한 기술의 등장 타이밍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 5G 통신입니다.
<로봇의 두뇌를 클라우드에 둔 5G 브레인리스 로봇 기술>
로봇 엔지니어들은 5G에서 큰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5G의 특성 중 하나는 초저지연으로, 전송 지연 시간이 1 ms(밀리초. 1 ms는 1000분의 1초)에 불과합니다. 이는 기존 4세대(4G) 이동통신에 비해 통신 응답의 지연 속도가 10분의 1 이하로 줄어든 것입니다. 실제 환경에서는 12 ms 정도로 측정되는데, 클라우드에서 충분히 비전 프로세싱이 가능한 수치입니다. 이런 초저지연 특성을 활용하면 클라우드와 연결된 로봇의 반응 속도를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습니다. 즉, 로봇의 두뇌를 클라우드로 옮길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 클라우드 로보틱스 기술에 ‘브레인리스 로봇(Brainless Robot)’이란 이름을 붙였습니다. 로봇 하드웨어의 형태나 크기에 상관없이, 두뇌는 클라우드에 있고 본체의 컴퓨팅은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5G가 상용화되기도 전인 2019년 1월, 우리는 CES에서 5G 브레인리스 로봇의 데모에 성공했습니다. 로보틱스, 클라우드 컴퓨팅, 네트워크 엔지니어링의 융합이었습니다. 2018년의 여름부터 이 기술을 성공시키기 위해 엔지니어들과 경계없이 협업한 결과였죠.
<사람과 안전한 인터랙션이 가능하도록 개발된 양팔로봇 앰비덱스>
세계 최초의 5G 브레인리스 로봇 기술은 앰비덱스(AMBIDEX)라는 이름의 로봇에 적용되었습니다. 네이버랩스가 코리아텍과 산학협력연구를 통해 개발한 양팔로봇입니다. 앰비덱스는 사람과의 안전한 인터랙션이 가능한 혁신적 동력 전달 메커니즘으로 전 세계 로봇공학자와 매체의 관심을 받은 바 있습니다. 사람의 팔과 같은 7개의 자유도를 보유해 정밀한 힘 제어와 빠른 동작을 구현할 수 있어 브레인리스 로봇 기술을 선보이기에 가장 적합했습니다. 하지만 CES 전시 직전까지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어서 개막 전날까지 전시장에 5G 표기를 붙이지 않았다가, 하루 전 데모에서 완벽히 성공하며 아슬아슬하게 ‘5G’ 스티커를 로봇에 붙일 수 있었습니다.
브레인리스 로봇 기술은 미래에 로봇 서비스의 대중화를 위해 다양하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먼저 클라우드 시스템이 로봇의 컴퓨팅 파워를 대신해 성능이나 배터리 효율 등의 로봇 퍼포먼스를 높일 수 있습니다. 복수의 로봇을 운영할수록 효율성은 더욱 높아집니다. 자동문, 엘리베이터 등 빌딩의 다양한 인프라와도 연동되고, 디지털 트윈 데이터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자율주행도 할 수 있습니다. 여러 로봇이 우왕좌왕하지 않고 최적화된 태스크를 나눠 수행할 수도 있습니다. 모든 로봇의 데이터가 모여 메인 알고리즘이 업데이트되면 전부 동시에 똑똑해집니다.
무엇보다 미래의 로봇에게 필요한 컴퓨터 비전이나 AI 등의 기술을 제한 없이 적용하려면 클라우드 기술과의 융합이 필수적입니다.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온디바이스 AI, 로봇 엣지 영역의 능력을 고도화하는 기술 또한 클라우드와 더불어 로봇에 더 큰 시너지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로봇의 본체와 클라우드 두뇌, 모든 영역의 능력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미래 로봇들을 위한 AI 접근, 파운데이션 모델
이번에는 로봇을 위한 AI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네이버랩스는 한국 외에, 아름다운 만년설을 창문 너머로 볼 수 있는 알프스 산자락에도 AI 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프랑스 그르노블의 네이버랩스 유럽입니다. 이곳에서 27개 국적의 수많은 AI 연구자들이 미래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AI로 로봇이 현실 세계의 다양하고 복잡한 상황을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한 연구에 집중합니다.
<프랑스 그르노블에 위치한 AI 연구소, 네이버랩스 유럽>
분명 AI는 로봇을 일상 공간으로 불러올 중요한 기술입니다. 그럼에도 기존의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여전히 많은 특수 상황에서 로봇은 수시로 장애나 오류를 일으킵니다. 현실이 그만큼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2021년, 이 연구소에선 아주 긴장감 넘치는 논의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연구방식을 모두 뒤바꿀 수도 있는 중대한 변화를 결정하기 직전이었기 때문입니다. 모든 프로젝트를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로 전환하는 문제였습니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매우 방대한 데이터를 AI 스스로 규칙을 찾아 학습한 모델입니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오픈AI의 GPT-4와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도 일종의 파운데이션 모델입니다.
네이버랩스 연구자들은 세상에 등장한 새로운 AI 방법론이 로봇을 위한 AI의 한계를 돌파할 핵심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했고, 과감하게 모든 프로젝트의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요?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기존 AI 접근 방식의 한계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의 AI 연구는 주로 문제를 파악하고 관련 데이터를 수집한 다음 신경망을 훈련시켜 해결책을 찾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는 다양한 실제 상황에 적용하기 어렵고, 환경의 세부 사항이 변화함에 따라 훈련에서 배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성능이 저하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서비스 관점에서 보면 개별 사용자의 다양한 요구 사항을 수용하는 AI 개발에 어려움이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열쇠가 필요했고, 마침내 찾은 것이 바로 파운데이션 모델이었습니다. LLM이 수많은 문장 데이터를 학습하듯,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시킨 후 로봇 등에 적용하는 것입니다.
<로봇을 위한 파운데이션 모델의 적용 분야>
네이버랩스의 AI 연구자들이 선택한 새로운 로보틱스 방법론은 옳았습니다. 게다가 엄청난 성과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액션, 비전, 인터랙션 관련 11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모두 기존 AI 기술을 뛰어넘는 성능을 확인했습니다. 2023년도에는 로봇을 위한 비전 파운데이션 모델인 ‘크로코(CROCO)’를 공개했습니다. Cross-view Completion의 약자로 동일 장면에 해당하는 다른 시점의 이미지들로 AI가 현실 세계를 이해하도록 가르친 것입니다. 마치 사람이 두 눈으로 3차원을 인식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방대한 양의 이미지를 크로코에 학습시킨 뒤 미세 조정(fine tuning)을 거치면 로봇이 복잡한 물리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학습시킬 수 있습니다.
<한 번의 프로세싱으로 2D이미지를 3D로 만들어주는 AI도구, 더스터>
크로코 기반으로 2D 이미지를 순식간에 3D로 만들어주는 AI 도구인 '더스터(DUSt3R)'는 학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기존의 방법론은 프로세스도 복잡하고 리소스도 많이 필요했지만, 더스터는 그저 사진 몇 장만 입력하면 몇 초 만에 공간을 3D로 재구성하고 기하학 정보까지 추출하는 놀라운 성능을 보여주며 “공간을 재구성하는 전통적인 기술과 완벽히 차별화된 고유한 방법론”이라는 평가를 들었습니다. 이후 더스터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크게 향상된 성능과 수천 장의 대규모 이미지 데이터 처리 능력을 보여주는 '마스터(MASt3R)' 역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네이버랩스 유럽에선 더 강력한 모델과 업그레이드된 로봇을 위한 AI 도구가 개발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파운데이션 모델이 있습니다.
기술과 일상의 교차, ‘네이버 1784’
지금까지 설명한 기술들은 다른 관점, 독창적 접근에 기반합니다. 하지만 다음으로 소개할 예는 지금 생각해도 약간 ‘미친’ 결정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기술이 일상에 적용되려면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테스트베드도 필요합니다. 네이버는 두 번째 사옥을 짓고 있었는데, 약 5층까지 건물이 올라갔을 무렵 빌딩 전체를 로봇을 위한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 콘셉트를 변경하자는 중요한 결정을 했습니다. 그때부터 로봇을 고려해 모든 설계와 시설물을 변경하기 시작했습니다. 언젠가 로봇 서비스는 대중화될 것이고 머지않아 인프라의 변화도 본격화될테니, 익숙한 오피스 환경에 로봇만 더할 것이 아니라 전에 없던 기준을 제시해보기로 한 것입니다.
연구소의 기술을 일상 공간에 접목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엔지니어들이 건물주의 눈치를 보지 않아야 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았을 때, 차라리 그런 공간을 지어서 연구소와 오피스를 하나로 통합해버린 것입니다.
<세계 최초의 로봇 친화형 빌딩, 네이버 1784>
이 사옥의 이름은 네이버 1784입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178-4번지에 지어져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1784년이 최초의 산업혁명으로 기록된 해라는 재미있는 우연도 있습니다. 산업혁명이 인류에게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다준 것처럼, 1784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험하는 거대한 테스트베드가 될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1784는 2022년 공개 후, 2024년 5월 기준 약 65개의 국가에서,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방문하는 스마트 빌딩의 빅 레퍼런스가 됐습니다. 사람과 로봇이 함께하는 미래 공간에 필요한 소중한 데이터를 축적했고, 전 세계 수많은 곳에서 1784에서 보여준 시스템의 독창성과 지속가능성에 감탄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 규모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전 세계에서 네이버가 유일합니다. 지하 8층, 지상 28층, 연면적 16만 5000㎡, 5000명 이상이 근무할 수 있는 1784는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가장 거대한 로봇 테스트베드로 동작하고 있습니다.
<1784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 루키(Rookie)>
곳곳에서 새로운 시도를 했습니다. 먼저 빌딩 전체를 디지털 트윈 데이터로 그대로 복제해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에 구축했습니다. 디지털 세계와 물리 세계를 연동하기 위해 아크(ARC)라는 시스템도 개발했습니다. 아크브레인(ARC brain)이라는 시스템이 모든 로봇의 두뇌가 되고, 각종 인프라나 서비스까지 연결합니다. 그리고 아크아이(ARC eye)라는 시스템을 통해 로봇의 위치를 측정하고 경로를 계획합니다. 그 외에도 세계 최초의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인 ‘로보포트’, 최초의 5G 특화망 도입, 클라우드 제어, 사물인터넷(IoT) 등 100대의 로봇과 공존하기 위한 기술과 솔루션을 빌딩 전체에 적용했습니다.
1784의 기술은 네이버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각 세종으로도 확장했습니다. 각 세종은 축구장 41개 크기, 운영동과 서버동 사이의 거리가 왕복 850m로 아주 넓습니다. 각 거점에 3종의 로봇을 배치하고 서로 연결하였습니다. 세로는 IT 창고를 중심으로, 가로는 창고와 서버실 사이를, 그리고 작업자들의 건물 간 동선을 알트비가 책임집니다. 이렇게 상호 연동된 로봇 시스템은 마치 수평으로 펼쳐진 엘리베이터와 같습니다. 말하자면 1784는 네이버의 스마트 빌딩 테스트베드, 각 세종은 스마트 캠퍼스의 테스트베드입니다.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각 세종의 로봇 세로(좌)와 가로(중), 자율주행 셔틀 알트비(우)>
2024년에는 세계 최초의 웹 플랫폼 기반 로봇 전용 OS인 아크마인드(ARC mind)를 공개하며 다시 한번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1784에서 로봇 엔지니어들과 웹 개발팀의 협력으로 탄생한 결과물입니다. 아크마인드는 매우 흥미로운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전세계 웹 개발자들이 쉽게 로봇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웹은 범용적인 플랫폼으로, 뛰어난 호환성과 높은 생산성, 그리고 많은 개발자 풀을 갖고 있기 때문에 로봇 서비스의 다양성을 높이는 기폭제가 될 수 있습니다. 아크마인드는 1784의 로봇들을 통해 충분한 업그레이드를 거친 후, 오픈 생태계로 나아갈 예정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제기술전시회 'LEAP 2024'에서 최초 공개한 아크마인드>
내일의 네이버는 네이버랩스로부터
네이버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테크 기업의 특성상,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랩스는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가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독창적인 기술 연구를 통해 네이버를 새로운 미래로 연결합니다. 네이버는 미래 도시에서 첨단 기술과 일상을 통합하는 플랫폼이 되어, 지금보다 더 놀라운 경험과 가치를 제공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많은 기술적 혁신과 독창적 접근이 따라야 할 것입니다.
기존의 고정관념을 깬다는 것이 마냥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어쩌면 그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네이버랩스의 사례를 통해 동료 연구자와 엔지니어에게 확신을 드리고 싶습니다. 독창적 접근만이 모든 경쟁에서 벗어날 가장 강력한 방법론이라고.
▶︎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는 로봇, AI, 자율주행, 디지털 트윈 등의 융합을 통한 네이버의 차세대 기술 플랫폼 연구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학사·석사, MIT 기계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2019년 네이버랩스 대표, 2020년 네이버랩스 유럽 대표를 차례로 맡으며 약 27개국에서 모인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진들과 독창적이며 앞선 기술을 개발하며 사람·머신·공간·정보를 연결할 네이버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본 글은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가 집현네트워크에 기고한 '치열한 AI 로봇 경쟁, 독창성으로 돌파하다'를 기반으로 내용을 추가하고 재구성한 것입니다.
▶︎ Forward Thinking 시리즈는 AI, 로봇, 자율주행, 디지털 트윈 등 이 시대 주요 기술 트렌드를 중심으로 네이버랩스와 함께하는 뛰어난 연구자들의 지식과 화두를 담아 온라인에서 비정기 발행됩니다. www.naverlabs.com/forwardthin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