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야’ 소리를 듣자마자 수영장에서 수업받던 아이들을 데리고 뛰었어요.”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있는 복합상가건물 BYC 빌딩 화재 현장에서 대피한 40대 김모 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하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김씨는 화재가 발생했던 오후 4시 30분께 이 빌딩 지하 1층에 있는 수영장에서 수업받는 아이들을 보살피는 보조 강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어른과 어린 아이들이 수영 강습을 받던 이곳 수영장에서의 평화로운 풍경은 수영장 관계자 B씨가 외친 “불이야” 소리에 한순간에 뒤바뀌었다.
김씨는 큰 소리로 화재 사실을 알려 수영하던 아이들을 수영장 풀에서 나오게 한 뒤 이들을 데리고 비상계단을 향해 무작정 달렸다.
“불이야” 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리니 밀폐된 수영장에 이미 타는 냄새가 진동을 했고 갑작스러운 사태에 많은 아이가 울음까지 터뜨려 아수라장과 같은 상황을 방불케 했다고 김씨는 전했다.
김씨는 “미처 수영복을 갈아입을 새도 없어 다수가 간단한 옷가지만 걸친 채 비상계단으로 뛰어갔다”며 “이미 위층에서 까만 연기가 쉴 새 없이 내려오고 있어 모두 아래층으로 발길을 돌렸다”고 말했다.
수영 강사와 성인 및 어린이 이용객, 주변에서 대기하던 아이들의 부모 등 수십명이 계단을 내려갈 땐 이미 바로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욱한 연기가 깔려 있었다고 한다.
수영장에서 대피한 이들은 지하 3층 주차장으로 대피해 한동안 모여 있다가 소방대원들에 의해 구조됐다.
김씨는 “밀폐된 수영장에 아이들을 비롯한 인원이 많이 모여 있던 상황이라서 대형 인명 피해가 나지는 않을지 걱정이 컸는데 크게 다친 사람이 한명도 없다고 들었다. 정말 다행스럽다”고 했다.
김씨 등 지하에 있던 이들이 불을 피해 아래층으로 대피했던 때와 비슷한 시각, 같은 건물 지상층에 있던 사람들 상당수는 옥상으로 대피해 목숨을 구했다.
당시 이 건물 6층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던 이모(35) 씨는 화재경보기가 울리자마자 동료 직원들에게 불이 난 사실을 알린 뒤 다 같이 비상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대피했다.
이씨는 “비상계단 두 곳 중 연기가 그나마 덜한 쪽을 택해 같은 층에서 일하던 다른 업체 사람들과 다 같이 뛰어 올라갔다”며 “이후 옥상에서 수십분가량 대기하다 보니 소방대원들이 구조하러 왔고, 이후 비상계단을 통해 대피했다”고 말했다.
불은 1시간여 만인 오후 6시 1분께 모두 꺼졌다.
오후 6시 30분 현재 이 불로 130여명이 연기를 흡입했고 이 가운데 20여명이 병원으로 이송된 가운데 지금까지 사망자나 중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구조 인원은 240여명이고 70여명은 스스로 대피했다.
소방당국은 건물 전체를 상대로 추가 인명 검색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