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까지 성수동 코사이어티 열려
스타 디자이너 이석우·백종환
레오 킴·한광현 등 창작자 참여
“소재와 예술의 융합 현장”
나무 조각 같기도 하고 돌 같기도 한 회색빛 사물이 있다. 그 앞에 조응하듯 길게 펼쳐진 또 다른 검은 목재. 가까이서 살펴보니 얇은 목재판을 감싸 만든 설치작품이다. 현대적 기술로 우리 전통 병풍을 재해석했다.
스타 디자이너 이석우 SWNA 대표가 ‘음력의 땅’이라 명명한 이 설치물은 가벼운 스티로폼과 포맥스에 이탈리아산 우드 베니어 (일종의 목재 디자인 시트)를 감싸니 진짜 나무처럼 감쪽같다. 꼼꼼한 국내 기술진의 실력으로 이탈리아산 고급 건축자재를 입혀 예술 작품으로 변신했다.
서울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코사이어티에서는 이처럼 현대기술로 구현된 새로운 물성의 설치작품으로 가득했다. 이탈리아 목재 디자인 회사 알피(ALPI)와 함께 다양한 건축 자재 등 소재 제품을 유통하는 라크리스(LAKRIDS)가 주최하는 전시 ‘Trace of Sense’가 펼쳐진 현장이다.
전시장 안에 들어서자 한국의 자연과 전통 건축의 모습을 수묵화처럼 펼친 흑백 영상이 공간 전체를 잡아준다. 우리 전통 건축에서 자연이 배경이 아니라 일부라는 점을 잘 드러내며 한국적 미감을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 영상 작품 참여하고 전체 기획한 한광현씨 작품이다.
한국의 전통 건축과 알피가 ‘자연과의 공생’이라는 지향점을 공유한다는 점을 한국 디자이너와 예술가 등 창작자 7팀이 표현했다. 이 전시에 레오킴과 송승원, 조윤경, 윤라희, 서희수, 이석우, 백종환, 한광현이 참여해 알피의 소재들을 활용해 한국의 미학을 재해석했다.
스타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백종환 WGNB 대표는 전시장의 특성을 살린 세련된 설치물 ‘구조1’로 눈길을 끌었다. 전시장의 소박한 천장 모습에서 한옥의 보를 연상하고 이것을 수직으로 뻗은 기둥, 수평으로 엇대는 목재 구조를 얽어서 단순미를 조성했다.
수평 구조는 견고해서 빨랫줄에 앉은 참새처럼 의자로 활용될 수도 있게 설치됐다. 실제로 앉아보니 의외로 편했다. 이 기둥들도 알피의 감각적인 우드 베니어를 감쌌는데 백 대표가 의도했던 것처럼 전통 한옥의 단청 등 오방색을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구현되니 현대적인 감각이 살아났다.
전시를 주최한 라크리스 측은 “세계적인 우드 베니어 브랜드 알피는 자연의 물성을 현대적 기술로 재현해냄으로써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다”면서 “혁신적인 기술로 목재를 재가공하고 다양한 색과 질감, 패턴을 창조해서 새로운 시각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제시하며, 자연의 생태계를 거스르지 않고 사람과 환경이 공생할 수 있는 지속 가능성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전통성과 통한다”고 설명했다.
라크리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인 소재와 건축 자재 등을 국내에 유통하고 종합적으로 큐레이션 하는 기업이다.
혁신적인 목재 디자인으로 유명한 알피는 1919년 설립된 이탈리아 대표적인 강소기업이다. 고급주택이나 호텔, 가구, 자동차와 요트 등 다양한 실내 디자인 영역에서 활용되는 우드 베니어는 천연 목재를 재구성해서 나무 특유의 따듯한 느낌을 주면서도 독창적인 색상과 패턴이 인상적이다. 10년째 이곳에서 아트디렉터를 맡은 피에르 리소니가 론 아라드, 알레산드로 멘디니 등 세계적 디자이너들과 협업해서 다채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낸 덕분이다. 아울러 FSC(Forest Stewardship Council)인증을 받은 재생 가능한 목재를 사용하고 친환경적인 가공공정으로 제품을 만드는 것도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전시장 한쪽에서는 가구와 고급 건축물 등에 주로 활용되는, 나무를 가공해서 만든 시트지 등 다양한 장식 소재를 펼쳐놓았다.
이번 전시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현지 디자이너, 예술가들과 협업해 전시를 펼쳤다.
전시는 27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