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파리 올림픽]사상 최초로 강 위에서 개회식…한국 선수단 '북한'으로 잘못 소개 구설수도

문화체육관광부, IOC에 유감 표명, 재발 방지 요청
韓, 파리올림픽 첫 출전…206개국 중 48번째 입장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이 열린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센강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을 태운 보트가 트로카데로 광장을 향해 수상 행진을 하고 있다. 2024.7.27. 연합뉴스.

프랑스 파리에서 27일(한국시간) 제33회 하계 올림픽의 막이 올랐다.

이번 올림픽은 지난 1900년 제2회 대회와 1924년 8회 대회에 이은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되는 세 번째 근대 올림픽으로 100년 만에 개최돼 그 의미를 더한다.

한 도시에서 하계 올림픽을 세 번 여는 것은 영국 런던(1908년·1948년·2012년)에 이어 파리가 두 번째다.

파리에서 올림픽 성화가 타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근대 올림픽에서 처음 성화가 도입된 것이 192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회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1900년과 1924년 대회에는 나올 수가 없었다.

◇ 2024 파리올림픽 개막일인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광장에 설치된 개회식장에서 관객들이 레이디 가가의 축하공연을 보고 있다. 2024.7.27. 연합뉴스.

세계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인 파리에서 열리는 이번 올림픽은 사상 최초로 강 위에서 개회식을 열었다.

개회식 선수단 행진이 센강 위에서 배를 이용해 진행되면서 이를 관람하고자 약 6㎞에 이르는 행진 구간에 3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모였다.

워낙 많은 인원이 개회식장 근처에 몰린 데다 질 바이든 미국 영부인,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 등 글로벌 리더들이 개회식에 참석해 7만여 명의 경찰이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선수단 행진은 프랑스 파리의 식물원 근처 오스테를리츠 다리를 출발해 에펠탑 인근 트로카데로 광장까지 이어졌다.

해당 구간에는 강의 양옆으로 노트르담 대성당과 파리 시청 건물,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콩코르드 광장, 그랑 팔레 등 프랑스의 명소들을 두루 지나 에펠탑 인근에 도달하는 코스로 구성돼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볼거리가 됐다.

우상혁(육상), 김서영(수영)을 기수로 내세운 우리나라 선수단의 입장 순서는 206개 참가국 가운데 48번째였다.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이 열린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센강에서 각국 선수단을 태운 보트가 트로카데로 광장을 향해 수상 행진을 하고 있다. 2024.7.27. 연합뉴스.

다만 한국 선수단이 배를 타고 들어올 때 장내 아나운서가 프랑스어와 영어로 모두 '북한'으로 잘못 소개하는 일이 벌어졌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개회식 현장에서 뒤늦게 사실을 알게 돼 급히 회의를 열고,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이 내용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IOC에 유감을 표명하면서 재발 방지를 요청했고 결국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7일(한국시간) 엑스(X·옛 트위터) 한국어 서비스 계정을 통해 "개회식 중계 중 대한민국 선수단 소개 시 발생한 실수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라고 밝혔다.

현지 시간 오후 7시 30분에 선수단 입장과 함께 시작된 개회식은 선수단 입장 도중에 축하 공연이 현장에서 펼쳐지고, 미리 촬영해둔 영상으로 대형 전광판과 TV 중계를 통해 스토리를 이어가는 새로운 형식으로 꾸며졌다.

선수 입장이 끝나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개회 선언이 있었으며 이후 개회식 하이라이트인 성화 점화는 프랑스의 유도 선수 테디 리네르와 은퇴한 육상 선수 마리 조제 페레크가 맡았다.

◇2024 파리올림픽 개막일인 26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콩시에르주리에서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2024.7.27. 연합뉴스.

선수 입장이 '하나의 순서'가 아니라, 다양한 공연 사이에 나눠서 펼쳐졌다는 게 이번 개회식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었다.

선수단이 탄 배가 정해진 구간을 유영해 행진을 마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선수단 입장을 한 번에 쭉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나눠서 보여주고, 그 사이에 공연을 배치했다.

선수단 입장과 문화 공연 외에 성화의 여정을 표현한 영상과 퍼포먼스도 중간에 들어가 하나의 거대한 '올림픽 쇼'를 구성했다.

프랑스를 상징하는 축구 스타 지네딘 지단이 등장하는 영상으로 시작된 성화의 여정이 실제 센 강 주변 현장으로 연결되는 것을 비롯해 영상과 실제 상황의 조화도 재미를 더했다.

다소 어수선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현장보다는 방송 화면으로 시청하는 이들이 더 다양한 장면을 볼 수 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었으나 시도 자체는 신선하는 평가다.

노트르담 대성당과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을 비롯한 다양한 파리의 명소가 틈틈이 공연의 배경으로 등장했고, 프랑스가 자랑하는 풍부한 문화·예술 유산도 다채로운 방식으로 표현됐다.

◇26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에서 프랑스 축구 영웅 지네딘 지단이 성화주자로 나서고 있다. 2024.7.27. 연합뉴스.

뤼미에르 형제가 만든 최초의 영화 '열차의 도착'과 현대 애니메이션 '미니언즈', 프랑스의 작가 가스통 르루가 쓴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물랭루주 공연으로 유명한 '프렌치 캉캉', 유로 댄스 공연 등도 펼쳐졌다.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는 다양한 프랑스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했다.

프랑스 국가는 그랑팔레 지붕 위에서 프랑스 성악가 악셀 생 시렐이 열창했고, 세계적인 팝스타 레이디 가가는 2020년 세상을 떠난 프랑스 가수 지지 장메르의 곡 '깃털로 만든 내 것'을 카바레 공연 형식으로 불렀다.

드비이 육교 위에서 다양한 세대 프랑스 디자이너의 작품을 보여주는 패션쇼가 벌어지는 등 프랑스의 대표적인 문화 상품인 '패션'도 등장했다.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26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박수를 치고 있다. 2024.7.27. 연합뉴스.

이번 대회 메달 케이스는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이 만들었고, 가가와 생 시렐이 입은 것을 비롯해 개회식 의상 상당수는 디올과 루이뷔통에서 제작했다.

다양한 공연 요소의 결합도 돋보였다.

프랑스 혁명을 상징하는 공연에서는 뮤지컬 '레미제라블' 화면에 이어 오페라 가수 마리나 비오티와 록 밴드 고지라, 파리 관현악단 합창단이 함께 나섰고, 프랑스의 유명 가수인 아야 나카무라는 프랑스 학술원 앞에서 군악대와 함께 댄스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막판 성화 봉송 때 펼쳐진 에펠탑 레이저 쇼에선 프랑스 일렉트로닉 뮤지션 세론의 '슈퍼네이처'가 나오는 가운데 미국 수어 댄스를 창작한 청각장애인 댄서 샤힘 산체스의 춤이 흥을 더했다.

가가나 산체스는 미국인이며, 개회식의 대미를 장식한 건 프랑스 퀘백 출신의 팝스타 셀린 디옹으로, 주요 공연진에 프랑스 국적이 아닌 아티스트가 다수 포함된 것도 눈길을 끌었다.

◇2024파리올림픽 개회식이 열린 26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프랑스 국가 헌병대 하사관인 플로리안 이서와 각국 깃발들이 입장하고 있다. 2024.7.27. 연합뉴스.

이번 개회식을 앞두고 파리에서 목격돼 공연 가능성이 제기됐던 디옹은 성화 점화 이후 열기구 모양의 성화대가 올라갈 때 20세기 프랑스 최고 가수로 불리는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를 에펠탑에서 불러 분위기를 절정으로 이끌었다.

불어를 쓰며 자랐고 여러 앨범을 불어로 낸 바 있어 프랑스에서도 인기가 높은 디옹은 2022년 12월 희소 질환인 '전신 근육 강직인간증후군'(Stiff-Person Syndrome·SPS)을 앓는 사실을 공개한 뒤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가 1년 7개월 만에 올림픽 개회식을 통해 복귀했다.

굵은 빗줄기가 떨어지는 흐린 날씨 속에 시작해 파리의 야경까지 선보인 이날 개회식은 4시간가량 진행됐고, 센 강 주변 다양한 장소에서 약 30만 명이 함께 했다.

프랑스의 배우 겸 예술 디렉터 토마 졸리가 감독을 맡은 개회식 행사는 총 12개 섹션으로 구성됐으며 3천명에 이르는 공연자들이 무대를 채웠다.

음악은 클래식과 샹송부터 랩과 전자 음악까지 등 다양한 장르가 선보였다.

◇2024 파리올림픽 개회식이 열린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센강을 따라 선상행진을 마친 북한 선수들이 트로카데로 광장에 설치된 개회식장에 들어서고 있다. 2024.7.27. 연합뉴스.

졸리 감독은 '낭만의 도시' 파리에서 열리는 올림픽 개회식에서 전하려는 메시지를 "사랑"이라고 표현하며 "프랑스의 문화와 언어, 종교, 성적인 다양성을 전 세계에 알리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올림픽기가 거꾸로 게양되는 등 행사 진행에 크고 작은 실수들이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2020년에 열릴 예정이던 도쿄 하계올림픽은 1년 늦은 2021년에 사실상 무관중 대회로 열렸다.

2022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코로나19의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처음 열리는 이번 대회는 프랑스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건축물이나 명소에서 경기가 열릴 예정이다.

에펠탑이 올려다보이는 샹드마르스 공원에서는 비치발리볼 경기가 진행되고, 콩코르드 광장에서는 브레이킹, 스케이트보드, 3대3 농구 등 젊은 종목 경기들이 펼쳐진다.

베르사유 궁전에는 승마 경기장이 차려지며, 양궁은 나폴레옹 묘역이 있는 레쟁발리드 광장 북쪽 잔디 공원에서 열린다.

◇2024 파리올림픽 개막일인 26일(현지시간) 개회식이 열린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 행사장과 에펠탑 주위로 화려한 레이저쇼가 진행되고 있다. 2024.7.27. 연합뉴스.

마라톤 경기는 이 주요 명소들을 지나가는 '관광 코스'를 달릴 예정이다.

남녀 참가 선수의 성비가 균형을 이루는 첫 대회라는 점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의 참가가 금지된 사실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우리나라는 21개 종목 선수 143명이 출전했다. 현지 날짜로 개막 다음 날인 27일부터 사격과 수영, 펜싱 등에서 메달 사냥에 나서는 우리 선수단은 금메달 5개 이상, 종합 순위 15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 하계 올림픽 금메달 96개를 따낸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에서 하계 통산 100호 금메달 달성이 유력하다.

이날 화려한 막을 올린 파리 올림픽은 8월 11일까지 32개 종목 329개 금메달을 놓고 열전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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