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랩 라운드테이블
월가에서 가장 믿을 만한 투자 전문지로 꼽히는 배런스(Barron’s)는 매년 수차례 업계의 우수한 전문가들을 초청해 라운드테이블을 연다. 전설적인 투자 대가 피터 린치도 멤버였다. 그는 이 라운드테이블을 ‘주말의 골칫거리’라며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만큼 심혈을 기울여 독자와 소통하는 자리였다는 의미다.
중앙일보 머니랩이 국내 내로라하는 투자 전문가들을 모아 한국판 ‘라운드테이블’을 이어간다. 이번 회차에는 연기금 대표 매니저인 박진호 NH아문디자산운용 주식운용부문장(최고투자책임자), 수퍼개미 출신 백지윤 블래쉬자산운용 대표, 롱바이어스드(Long Biased·주식매수 비중 우위) 전략의 대표 매니저로 꼽히는 이한영 보고펀드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가나다순)이 한자리에 앉아 어려운 한국 증시 속 투자 기회를 찾는다.
라운드테이블은 총 2회에 걸쳐 연재된다. ▶1회는 트럼프 시대의 한국 증시와 수혜주 찾기 ▶2회는 위기의 삼성전자와 한국 증시를 좌우할 반도체 전망을 다룬다.
“내년은 철저한 종목 장세다. 지수는 어렵다.”
3명의 펀드매니저 모두 의견이 일치한 부분이다. 지난 12월 9일, 코스피와 코스닥이 연중 최저치로 떨어진 날에도 라운드테이블 참가자들은 ‘이제 바닥’이라고 속단하지 않았다. 박진호 부문장은 “기초체력이 약해져 수급이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며 “섣불리 2300이 바닥이라고 판단하기보다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트럼프 2기’는 한층 강력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우세해 어느 때보다 강력한 ‘미국우선주의’ 정책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증시는 반도체 사이클은 꺾이고 탄핵 정국이라는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얹어져 요동치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만큼 ‘싼’ 주식이 많아진 것도 사실. 백지윤 대표는 “과도한 공포감이 시장을 지배할 때 미스 프라이싱(mis-pricing, 시장이 현재 가격을 잘못 평가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투자 기회는 이때 있다”고 강조했다.
머니랩 라운드테이블이 ‘공포 속 기회’를 찾아 나섰다. 첫 번째 주제는 자동차·2차전지·신재생에너지 등 ‘트럼프 리스크’에 직격탄을 맞은 섹터들을 집중 분석했다. 이어 현재 주목해야 할 수혜 섹터와 2025년 투자 아이디어를 나눴다. 많은 부분에서 의견이 일치했지만, 엇갈리는 부분에선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라운드테이블 참석자 소개
박진호 부문장은 ‘펀드매니저 사관학교’로 불리는 서울대 투자연구회 ‘스믹(SMIC)’의 발기인이다. 첫 입사한 미래에셋투신운용(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에 합병)에서 ‘3억 만들기 솔로몬’ ‘인디펜던스’ ‘디스커버리’ 등 간판 펀드 운용을 도맡았다. 현재 NH아문디자산운용에서는 1조원이 넘는 ‘A연기금 가치주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대표 공모펀드인 ‘아이사랑 적립식펀드’는 2005년 처음 설정돼 올해로 19년째 운용되는 장수 상품이다. 연기금 펀드를 운용하는 만큼 밸런스 투자에 강점이 있고, 성장가치형 스타일을 추구한다
백지윤 대표는 2018년 반도체 장비업체인 파크시스템스 지분을 5% 넘게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하면서 수퍼개미 반열에 들게 됐다. 만화가 허영만의『주식타짜』에 주식 고수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후 2017년 블래쉬투자자문을 시작으로 2018년 블래쉬자산운용을 설립했다. 블래쉬자산운용은 신생운용사지만 대표 롱숏 펀드를 2021~2022년 연속 상위권에 올리며 시장에서 실력을 입증했다. 선호 주식은 성장 가능성이 높으면서 가격이 매력적인 가치주다.
이한영 본부장은 DS자산운용의 ‘한자펀드’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이끈 한국의 롱바이어스드(Long Biased·주식매수 비중 우위) 전략 대표 매니저로 꼽힌다. 2020~2022년 3년 연속 대한민국 펀드 대상 ‘올해의 펀드매니저(사모부문)’를 수상했다. 2023년 보고펀드자산운용으로 옮긴 뒤 ‘보고 VOYAGE 일반사모투자신탁 펀드’를 새롭게 선보이며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선호하는 주식은 산업의 밸류체인(공급망)을 지배하는 기업이다.
- 탄핵 정국이 한국 증시를 뒤흔들고 있다. 영향이 언제까지 갈까.
이한영 본부장 : 12월 3일, 오랜만에 외국인 매수세가 의미있는 규모로 들어왔다. 그런데 하필 그날 밤 계엄 선포로 다음 날 바로 꺾여버렸다. 현재 정치적 불확실성을 인해 극단적인 악재가 한번에 반영된 수준인 것 같다. 즉, 지수는 어느정도 저점을 형성한 것 같지만, 문제는 반등의 시점은 여전히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탄핵 정국의 흐름에 따라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
크게 보면 내년도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지수는 박스권에서 변동성만 클 것 같다. 철저한 종목장세를 예상한다. 대신 좋은 섹터와 종목을 고른다면 지수와 무관하게 차별화된 수익률을 얻을 것으로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