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
0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정 갈등 장기화로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히 가동되고 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인식이 “현실과 괴리가 너무 심하다”는 현직 응급의학과 교수의 비판이 나왔다.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30일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이 되고 있는지 딱 2시간만 와서 보면 엄청나게 문제가 있고, 사람들이 대단히 많은 불편을 겪고 있고, 실제로 아주 위험한 의료행위를 어떻게든 이 사람들이 버티고 있는지를 아실 수 있을 것”이라며 “현실과 너무 괴리가 심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의료 공백이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의대 증원에 대해서 완강히 거부하는 분들의 주장을 말씀하고 계신 거 같은데, 비상진료체계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고 정부도 열심히 뛰고 있다”고 답했는데, 이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광고
의료계 파업 장기화로 응급실 등 의료현장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28일 서울의 한 대형 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한 환자가 들것에 실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계 파업 장기화로 응급실 등 의료현장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28일 서울의 한 대형 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한 환자가 들것에 실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궁 교수는 “저는 직장을 못 그만둬서 다니고 있다. 의사가 부족한데 사람이 죽어가니까 몸 갈아서 일하는 것이지, 의료개혁을 위해서 헌신적으로 뛰는 것이 아니다”라며 ‘현장 의료진들이 헌신적으로 뛰고 있다’고 언급한 윤 대통령의 발언도 꼬집었다. 그는 ‘대통령이 당장 불시에 이대목동병원 응급실에 와서 1시간 정도만 보면 상황을 알 수 있다는 말이냐’는 사회자 질의에 재차 “그렇다”고 답했다.

남궁 교수는 전공의 이탈로 한계에 직면한 응급실의 상황을 세세히 설명했다. 그는 “중증권역센터는 의사 2∼3명 정도가 동시에 근무해야 적어도 제대로 진료가 이뤄지는데 지금은 저 혼자”라며 “올해 2월부터 계속 6개월간 혼자 당직을 서고 있다”고 말했다.

광고
광고

그러면서 “당장 어제 있었던 일인데, 심정지 환자 둘, 뇌출혈 환자 하나, 뇌경색 환자 하나, 심근경색 의증 환자 한명이 1시간 내로 다 왔다”며 “운이 좋아 5명이 다 살았지만 원칙대로라면 이 5명을 적어도 (의사) 둘이나 셋 정도가 나눠 봐줘야 한다”고 했다.

남궁 교수는 “앞으로 한두달이 고비”라며 응급실 폐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여러 병원에서) 응급실 폐쇄를 한다, 일부 단축 운영을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거 자체가 벌써 갈 데까지 간 것”이라며 “이제 다 닫기 시작하면, 다른 병원도 닫자고 결정하기 시작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전국적으로 못 버티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우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