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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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우리가 내놓은 물건을 사러 오신 중년의 부부는 참 점잖은 분들이었다. 첫인사부터 예의가 보였고, 선을 넘는 질문을 하지 않으셨다. 두 분 표정에서는 온화함이 느껴졌으며, 여자분은 차분하셨고, 남자분이 여자분을 세심히 살피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교양 있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그림에 나올 것 같은 모습이었다. 중고 거래하면서 이런 분들만 나오신다면, 우리 이웃에 이런 분들만 있다면, 그러면 매일 한 번 더 미소 지으며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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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달차 기사님도 이내 오셨다. 우리 부부는 무거운 물건 나르는 것을 도와드리려고 물건을 하나씩 나눠 들었다. 그러나 여자분은 남자들이 하게 두라며 손사래를 치셨다. ‘남자들이 하게 두라’는 말은 우리 부부에게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문장이다. 내 친구 부부와 카페에 갔다가 진동벨이 울려서 내가 음료를 가지러 갔는데 친구 남편이 곧장 나를 따라왔다. 와이프도 일어서려 하자 내 친구가 그랬다고 한다. “남자들이 하게 둬요.” 우리는 그 문장을 다른 사람에게 또 듣고는 서로 한번 마주 보며 웃었다. 이번에는 내게 여자 역할이 주어졌다. 물건을 드는 것은 익숙하여 어려운 일은 아니었고, 그분들도 손이 더 필요해 보였다. 옮겨야 할 물건 가짓수가 많았다. 그러다 와이프를 보니, 들고 있는 게 무거워서 힘들어하는 티가 났다. 나는 얼른 와이프의 짐을 덜어냈다. 그 모습을 본 여자분은 감탄하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