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씩씩하게 태권도장 갔는데…” 유족들 “관장 엄벌 내려달라” [취재후]
입력 2024.07.24 (16:37)
수정 2024.07.2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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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한 얼굴로 집을 나섰던 아이는 태권도장에서 영영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양주 태권도장 학대' 사건의 피해자 A 군은 사건 발생 11일 만인 어제(23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네 번째 생일을 불과 한 달 앞뒀습니다.
KBS는 A 군의 가족들을 만났습니다. 가족들은 A 군의 이야기가 "쉽게 잊히지 않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 금요일 저녁, 전화벨이 울렸다.
A 군의 외할머니는 지난 12일 저녁, 딸에게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A 군이 숨을 쉬지 않는다"는 다급한 전화였습니다.
"태권도장 측에서 우리 딸한테 연락해서 딸이 나한테 전화를 한 거죠. '엄마, 숨 안 쉬어, 숨 안 쉬어' 이러더라고요. 그래서 '왜, 왜, 누가 숨을 안 쉬는데' 그랬더니 우리 손주라고 그래요. 딸이 막 펄펄 뛰니까 나는 오히려 차분해지더라고요. 자세하게 얘기해 보라고 했더니 택시가 오는지 '엄마, 나 택시 타고 병원에 간다'고." - A 군 외할머니 |
태권도장 유치부 수업을 받던 A 군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실려 간 겁니다. 태권도장 관장은 사건 직후 CCTV를 삭제했습니다.
경찰이 복구한 CCTV 영상에는 관장이 A 군을 매트에 말아 거꾸로 세워놓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A 군이 "살려달라"고 소리쳤지만, 관장은 아이를 20여 분간 방치한 거로 조사됐습니다.
"아이가 처음에는 '살려주세요, 꺼내주세요' 막 하다가 이제 기운이 빠진 거예요. 아이랑 친한 애가 '00아' 부르니까 아이가 '나 좀 꺼내줘' 이랬대요. 다시 '괜찮아?' 그러니까 '나 좀 꺼내줘' 그게 마지막 말…" - A 군 외할머니 |
■ "장난이었다"는 변명…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 19일 검찰로 송치되는 태권도장 관장
관장은 경찰 조사에서 "장난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9일 검찰에 넘겨지면서는 '학대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에게 울먹이며 "절대 아니다. 너무 예뻐하는 아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A 군의 가족들은 관장의 학대가 처음이 아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동안 숱한 아이들이 그 매트 사이에 끼워져 있었대요. 우리 아이는 아마 서너 번 그 속에 들어갔던 모양이에요. 매트 사이에. 애가 어떤 때 집에 오면 '엄마, 나 여기가 아파' 그러더래요. 왜 아프냐고 물으면 '나 파란 매트에다가 관장이 집어 던졌어' 그랬대요." "주로 유치부 애들한테 그랬대요. 매트에다 던지고, 넣고. 우리 아이만 들어간 게 아니라요. 그리고선 애들한테 '장난이야, 장난'. '집에 가서 얘기하지 마' 그런 거죠." - A 군 외할머니 |
A 군 사건이 알려진 뒤, 세 명의 학부모가 관장을 추가로 고소했습니다. 같은 태권도장에 다니던 또 다른 아이들을 학대한 혐의입니다. A 군의 외삼촌은 "그래도 친구들과 노는 게 좋아서 계속 태권도장에 갔던 것 같다"고 했습니다.
A 군의 생전 모습
"원하는 게 뚜렷한 아이였고, 웃는 걸 좋아했던 애였고, 그리고 좀 활동적이었어요. 아이가 태권도 학원에 다닌다고 했을 때도 활달한 아이니까 다니면 좋겠다 싶었어요. 태권도장에서 친했던 아이들이 몇 명이 있어요. 그러니까 아이 입장에서는 그 친구들하고 노는 게 너무 좋아서 태권도장을 갔던 것 같아요. 그냥 그 이유 하나만으로 갔던 거예요. 집에 와서도 별말 안 한 거 보면." - A 군 외삼촌 |
■ "합의해달라"…사과는 없었다.
A 군 어머니가 경찰서에서 체포된 관장을 만났을 때, 관장은 합의를 요구했다고 합니다.
"동생이 경찰서에 가서 관장을 만났는데, 관장이라는 사람이 동생한테 맨 처음 했던 얘기는 '제발 합의 좀 해주세요.' 이게 먼저 나오는 건 아니지 않나요? 사과의 말이 먼저 나와야 하고, 애가 어땠는지 물어보는 게 먼저지." - A 군 외삼촌 "(관장한테) 'CCTV는 왜 지웠느냐'고 물어보니까 'CCTV에 별것 없다'고 그러더래요. 그래서 '별 얘기 없으면 왜 지우느냐'하고 딸하고 말씨름도 오갔던 모양이에요." - A 군 외할머니 |
가족들은 그 누구에게도 미안하단 말 한마디, 듣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현재 운영이 중단된 태권도장은 관장이 구속된 지 하루 만에 부동산 중개업체 홈페이지에 급매물로 나왔습니다.
운영 중단된 태권도장
■ 유족들의 호소…"엄벌 내려달라"
가족들은 태권도장 관장에 대해 엄벌을 내려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자기가 제일 예뻐한 아이라느니, CCTV 지운 거, 다 거짓된 행동인데 이거에 현혹되지 말고 진짜 법이 내릴 수 있는 최고 한도의 형벌을 줬으면 좋겠어요. 정말로 제발 그거 하나면 될 것 같아요. " - A 군 외삼촌 |
A 군의 외할머니는 "가슴에 묻었지만, 참 오래갈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 다른 아이들이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부모들이 어느 돌봄 교실이나,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곳에 자유롭게 좀 마음을 놓고 맡길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어요. 모든 아이한테 좀 더 다정 다감하게…." - A 군 외할머니 |
KBS와 인터뷰하는 A 군 유족
A 군의 장례는 따로 치러지지 않습니다. 가족들은 A 군의 부검이 끝나는 대로 화장을 진행합니다.
A 군이 숨지면서 태권도장 관장의 혐의는 아동학대 치사 등으로 변경될 계획입니다. 가족들은 '치사'가 아니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사랑하는 아이를 한순간에 잃은 유족들의 힘든 싸움이 시작됐습니다.
[연관 기사] “생일 한 달 앞두고…” ‘태권도장 학대’ 피해아동 숨져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19151&ref=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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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씩씩하게 태권도장 갔는데…” 유족들 “관장 엄벌 내려달라” [취재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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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07-24 16:37:11
- 수정2024-07-24 16:37:39
씩씩한 얼굴로 집을 나섰던 아이는 태권도장에서 영영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양주 태권도장 학대' 사건의 피해자 A 군은 사건 발생 11일 만인 어제(23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네 번째 생일을 불과 한 달 앞뒀습니다.
KBS는 A 군의 가족들을 만났습니다. 가족들은 A 군의 이야기가 "쉽게 잊히지 않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 금요일 저녁, 전화벨이 울렸다.
A 군의 외할머니는 지난 12일 저녁, 딸에게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A 군이 숨을 쉬지 않는다"는 다급한 전화였습니다.
"태권도장 측에서 우리 딸한테 연락해서 딸이 나한테 전화를 한 거죠. '엄마, 숨 안 쉬어, 숨 안 쉬어' 이러더라고요. 그래서 '왜, 왜, 누가 숨을 안 쉬는데' 그랬더니 우리 손주라고 그래요. 딸이 막 펄펄 뛰니까 나는 오히려 차분해지더라고요. 자세하게 얘기해 보라고 했더니 택시가 오는지 '엄마, 나 택시 타고 병원에 간다'고." - A 군 외할머니 |
태권도장 유치부 수업을 받던 A 군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실려 간 겁니다. 태권도장 관장은 사건 직후 CCTV를 삭제했습니다.
경찰이 복구한 CCTV 영상에는 관장이 A 군을 매트에 말아 거꾸로 세워놓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A 군이 "살려달라"고 소리쳤지만, 관장은 아이를 20여 분간 방치한 거로 조사됐습니다.
"아이가 처음에는 '살려주세요, 꺼내주세요' 막 하다가 이제 기운이 빠진 거예요. 아이랑 친한 애가 '00아' 부르니까 아이가 '나 좀 꺼내줘' 이랬대요. 다시 '괜찮아?' 그러니까 '나 좀 꺼내줘' 그게 마지막 말…" - A 군 외할머니 |
■ "장난이었다"는 변명… 처음이 아니었다.
관장은 경찰 조사에서 "장난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9일 검찰에 넘겨지면서는 '학대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에게 울먹이며 "절대 아니다. 너무 예뻐하는 아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A 군의 가족들은 관장의 학대가 처음이 아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동안 숱한 아이들이 그 매트 사이에 끼워져 있었대요. 우리 아이는 아마 서너 번 그 속에 들어갔던 모양이에요. 매트 사이에. 애가 어떤 때 집에 오면 '엄마, 나 여기가 아파' 그러더래요. 왜 아프냐고 물으면 '나 파란 매트에다가 관장이 집어 던졌어' 그랬대요." "주로 유치부 애들한테 그랬대요. 매트에다 던지고, 넣고. 우리 아이만 들어간 게 아니라요. 그리고선 애들한테 '장난이야, 장난'. '집에 가서 얘기하지 마' 그런 거죠." - A 군 외할머니 |
A 군 사건이 알려진 뒤, 세 명의 학부모가 관장을 추가로 고소했습니다. 같은 태권도장에 다니던 또 다른 아이들을 학대한 혐의입니다. A 군의 외삼촌은 "그래도 친구들과 노는 게 좋아서 계속 태권도장에 갔던 것 같다"고 했습니다.
"원하는 게 뚜렷한 아이였고, 웃는 걸 좋아했던 애였고, 그리고 좀 활동적이었어요. 아이가 태권도 학원에 다닌다고 했을 때도 활달한 아이니까 다니면 좋겠다 싶었어요. 태권도장에서 친했던 아이들이 몇 명이 있어요. 그러니까 아이 입장에서는 그 친구들하고 노는 게 너무 좋아서 태권도장을 갔던 것 같아요. 그냥 그 이유 하나만으로 갔던 거예요. 집에 와서도 별말 안 한 거 보면." - A 군 외삼촌 |
■ "합의해달라"…사과는 없었다.
A 군 어머니가 경찰서에서 체포된 관장을 만났을 때, 관장은 합의를 요구했다고 합니다.
"동생이 경찰서에 가서 관장을 만났는데, 관장이라는 사람이 동생한테 맨 처음 했던 얘기는 '제발 합의 좀 해주세요.' 이게 먼저 나오는 건 아니지 않나요? 사과의 말이 먼저 나와야 하고, 애가 어땠는지 물어보는 게 먼저지." - A 군 외삼촌 "(관장한테) 'CCTV는 왜 지웠느냐'고 물어보니까 'CCTV에 별것 없다'고 그러더래요. 그래서 '별 얘기 없으면 왜 지우느냐'하고 딸하고 말씨름도 오갔던 모양이에요." - A 군 외할머니 |
가족들은 그 누구에게도 미안하단 말 한마디, 듣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현재 운영이 중단된 태권도장은 관장이 구속된 지 하루 만에 부동산 중개업체 홈페이지에 급매물로 나왔습니다.
■ 유족들의 호소…"엄벌 내려달라"
가족들은 태권도장 관장에 대해 엄벌을 내려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자기가 제일 예뻐한 아이라느니, CCTV 지운 거, 다 거짓된 행동인데 이거에 현혹되지 말고 진짜 법이 내릴 수 있는 최고 한도의 형벌을 줬으면 좋겠어요. 정말로 제발 그거 하나면 될 것 같아요. " - A 군 외삼촌 |
A 군의 외할머니는 "가슴에 묻었지만, 참 오래갈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 다른 아이들이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부모들이 어느 돌봄 교실이나,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곳에 자유롭게 좀 마음을 놓고 맡길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어요. 모든 아이한테 좀 더 다정 다감하게…." - A 군 외할머니 |
A 군의 장례는 따로 치러지지 않습니다. 가족들은 A 군의 부검이 끝나는 대로 화장을 진행합니다.
A 군이 숨지면서 태권도장 관장의 혐의는 아동학대 치사 등으로 변경될 계획입니다. 가족들은 '치사'가 아니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사랑하는 아이를 한순간에 잃은 유족들의 힘든 싸움이 시작됐습니다.
[연관 기사] “생일 한 달 앞두고…” ‘태권도장 학대’ 피해아동 숨져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19151&ref=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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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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