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이 중국 이름 ‘창바이산(長白山)’으로 유네스코(UNESCO) 세계지질공원에 등재됐다. 유네스코는 28일 홈페이지에서 전날 열린 제219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백두산 포함 18곳을 세계지질공원으로 새로 인증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세계지질공원은 총 213곳으로 늘었다. 한국에는 5곳(제주도, 청송, 무등산권, 한탄강, 전북 서해안)이 있다.
유네스코는 지질학적 가치가 높아 보존이 필요한 지역을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한다. 유네스코는 백두산에 대해 “지난 수백만 년 사이의 화산 활동이 가장 잘 보존된 지역”이라며 “정상에 오르면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크고 높은 화산 호수인 ‘톈츠(천지)’의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2020년 백두산의 자국 영토를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해 달라고 유네스코에 신청했다. 이후 작년 9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이사회가 등재를 권고해 최종 인증은 사실상 예상된 절차였다. 이에 반해 북한은 중국보다 빠른 지난 2019년 백두산의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신청했지만 이번 인증에서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현재 백두산은 4분의 1이 북한, 4분의 3이 중국에 속해 있다. 천지의 경우는 약 54.5%가 북한 땅이다.
이번 유네스코 지정을 두고 국내 역사학계에선 백두산이 국제사회에서 ‘칭바이산’이라는 이름으로 굳어지는 것을 넘어 중국 정부가 백두산 일대 역사와 문화를 중국만이 차지하는 ‘백두산 공정’을 강화할까 우려하는 반응이 나온다. 유네스코가 자연 보호를 위해 백두산을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하는 것을 문제 삼기는 어렵지만, 소위 ‘중화 민족’이 2000년 전부터 이 지역을 통치했다는 왜곡된 역사가 전 세계에 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미 2003년 백두산을 중국 10대 명산으로 지정하고, 2005년에는 이 일대를 관광 특구로 지정해 조선족 민속 박람회를 여는 등 홍보 활동을 벌여 왔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유네스코 승인은 백두산의 지질학적 보호 가치에 따라 관련 절차에 거쳐 결정된 것으로 안다. 관련 동향을 계속 주시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