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용·형식 미흡 尹 대담, ‘앞으로 조심’ 약속이라도 지켜야

입력
기사원문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녹화된 KBS 신년 대담에서 새해 국정운영 방향을 밝히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방송된 KBS와 대담을 통해 새해 국정 구상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집무실과 국무회의장 등 대통령실 내부를 소개하고 안보, 경제, 교육, 복지 등 국정 전반에 대해 설명했다. 국민이 가장 궁금해했던 김건희 여사의 명품 백 수수 논란에 대해서는 사과보다는 해명 위주였다. 국민이 듣고 싶은 말보다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을 했다는 인상을 줬다.

윤 대통령은 친북 목사 최모씨가 김 여사가 중학교 때 작고한 김 여사 부친과의 인연을 앞세워 집요하게 만남을 시도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계에다 몰카까지 들고와서 이런 걸 했다”며 “1년이 지나서 선거를 앞둔 시점에 이걸 터뜨리는 자체가 정치 공작”이라고 했다. 대통령 부부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도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북을 찬양하면서 윤석열 정부를 ‘괴뢰 역도’라고 한 사람이 아무런 제재 없이 대통령 부인을 만났다. 윤 대통령은 “서초동 아파트에 살 때인데 주민 불편 때문에 검색기를 설치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색기가 없어서 그런 인물을 걸러내지 못한 것은 아니다. 또 김 여사는 그런 사람이 주는 선물을 그 자리에서 바로 물리지 않고 받았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가 최씨와의 만남을 매정하게 뿌리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쉽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선물을 받은 데 대한 명시적 사과는 없었다. 윤 대통령은 다만 “이제 관저에 가서 잘 관리되고 있다”며 “앞으로는 저나 제 아내나 국민들께서 오해하거나 불안해하거나 걱정하는 일이 없도록 분명하게 선을 그어가면서 단호하게 처신을 해야 되겠다”고 했다. 하지만 특별감찰관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선정해 보내는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고, 제2부속실은 검토는 하고 있지만 이런 일을 예방하는 데에는 별 도움이 안된다고 했다.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국민 입장에서는 대통령의 인식에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대담이라는 형식이 적절했는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질문자가 단 한 사람이었다. 대통령이 여러 언론사의 기자로부터 다양한 질문을 받고 즉석에서 답하는 기자회견에 비해 내용이 크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 대담 방송사인 KBS는 사장 인사권자가 대통령이다. 대담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이뤄졌다고 하기 힘들다. 생방송도 아니고 지난 4일 녹화한 방송이었다. 두 시간 넘는 분량을 100분으로 편집했다고 한다. “사전에 각본을 짜고 사후 편집이 가능한 녹화 대담은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하겠다는 것”이라는 야당의 비판이 틀렸다고 할 수 없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에 대한 메시지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대담으로 진행했다”고 했지만 그런 이유라면 생방송으로 기자회견을 하는 편이 훨씬 효과가 좋았을 것이다. 세계 민주 국가의 지도자들이 왜 대담 보다 기자회견을 하겠나.

대통령은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을 성실하게 답할 책무가 있다. 시중에선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 것을 두고 김 여사 관련 질문이 나올까 봐 그러는 것 이란 이야기까지 나온다. 최근 대통령 지지율이 29%까지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것도 국민과 소통이 단절된 탓이 크다. 윤 대통령은 틈 날 때마다 “국민 뜻을 받들겠다”고 했지만 지금 상황은 그 반대인 것 같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오피니언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