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수출 비율 줄어도… 여전한 ‘G2 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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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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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수출이 전체 38% 차지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대중(對中)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19년 만에 20% 아래로 떨어졌다. 중국 경제 부진과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 약화,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공급망 대전환이 영향을 미쳤다. 중국 수출 부진의 빈자리를 미국이 채우면서 G2(미국·중국)를 합한 수출 비율은 이전과 비슷한 30% 후반대를 유지했다. 중국 수출 부진을 미국 시장에서 메운 건 긍정적이지만 수십 년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40% 가까이를 특정 두 나라(미·중)에 의존하는 무역 구조는 비정상적이라는 지적이다. 수출 주도 한국 경제의 큰 약점으로 지적되어온 수출 지역 다변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2000년대 초로 돌아간 수출 구도

5일 한국무역협회 무역 통계에 따르면 2023년 대중 수출은 1248억달러(약 166조원)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7%였다. 대중 수출 비율이 20% 아래로 떨어진 건 2004년(19.6%) 이후 19년 만이다. 대중 수출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꾸준히 늘며 2010년대 들어선 전체의 4분의 1 수준을 유지했다. 코로나 충격이 컸던 2021년에도 25.3%에 달했지만, 이후엔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불안과 한국산 제품의 경쟁력 약화가 겹치며 2022년 22.8%로 떨어졌고, 지난해 20%가 무너졌다.

그래픽=백형선

대중 수출 부진은 미국 시장에서 만회했다. 작년 대미 수출은 전년보다 5.4% 증가한 1157억달러로 전체 수출에서 18.3%를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으로 수출 비율은 전년과 비슷한 38%를 나타냈다. 2023년 중국 수출 비율이 3.1%포인트 떨어질 때 미국은 2.2%포인트가 올랐다. 중국 수출 비율이 정점을 찍은 2018년(26.8%)과 비교하면 중국이 7.1%포인트 낮아지는 동안, 미국은 6.3%포인트 높아졌다.

두 나라 수출 비율 차이도 1.4%포인트로 좁혀졌다. 중국이 미국을 처음으로 넘어섰던 2003년(0.4%포인트 차)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김나율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지난해에는 대중 수출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반도체가 IT 수요 감소로 급감한 가운데, 전기차를 비롯한 자동차 품목의 대미 수출이 많이 늘면서 중국 시장 부진을 미국 시장에서 만회했다”고 말했다.

40%에 육박하는 G2 비중… 집중도 완화해야

세계 10대 무역국인 우리나라 수출이 세계 1·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나라에 쏠린 건 정상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올 들어 IT 경기가 회복하면서 1월부터 반도체를 중심으로 중국 수출이 살아나고 있지만, 편중된 수출 구조는 다른 나라보다 외부 충격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위험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체 수출에서 G2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3년부터 11년 동안 2017년 한 해를 제외하면 매년 37%를 넘었다. 특히 2020~2021년엔 40%를 웃돌았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25%와 18%를 차지하는 큰 시장인 만큼 수출 비율도 클 수밖에 없지만 과도한 의존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베트남은 2020년 우리나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9.5%까지 증가했으나 지난해에는 8.5%로 줄었고, 일본은 2010년대 초반 6~7%에서 현재는 4%대로 낮아졌다. EU(유럽연합)는 지난해 10.8%로 새로운 시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G2에 비하면 비중이 작은 데다 증가세가 기대에 못 미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회원국이 27국인 EU 수출 비중이 미국, 중국 두 나라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현실은 시장 다변화를 통해 개선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조상현 국제통상무역연구원장은 “세계에서 둘째로 큰 중국 시장을 놓칠 수는 없다”면서도 “신규 대체 시장을 찾으면서 대중 수출도 반도체를 제외한 새로운 품목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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