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비전문 취업 비자(E-9)로 들어오는 외국인 근로자를 16만5000여 명으로 늘리고 취업 허용 업종도 음식점업·광업·임업으로 확대한다고 27일 밝혔다.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만성적 인력난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우즈베키스탄과 몽골 출신은 식당에서 주방 보조로 일할 수 있고, 탄광(광업)과 묘목장(임업) 등도 외국인 채용이 가능해진다.
정부는 이날 외국 인력 정책 위원회를 열고 국내 일손을 구하기 어려운 음식점업과 임업, 광업 3업종에 대해 E-9 비자로 들어온 외국인 고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실태 조사를 한 뒤 내국인 일자리 잠식 가능성, 업계의 외국인 관리 여건 등을 고려했다”고 했다.
지금까지 음식점은 방문 취업 비자(H-2)로 들어온 중국·구소련 동포나 유학 비자(D-2)를 받은 학생 정도만 채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조선족 동포들이 식당 일을 꺼리면서 식당 인력난이 극심해졌다고 한다. 외국인 학생도 일주일에 15시간 남짓만 일할 수 있어 인력 공급에 한계가 있다. 일부 식당은 손이 많이 가는 메뉴들을 없애기도 했다.
이날 정부는 전국 100개 지역 한식점에 대해 시범적으로 E-9 비자 외국인의 취업을 허용하기로 했다. 서울 전역과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등 광역시, 경기 수원·성남·고양, 충북 청주·충주·제천, 전북 전주·군산·익산, 세종, 제주 등이다.
그러나 홀 서빙은 할 수 없고 설거지나 재료 준비 등 주방 보조 업무만 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홀 서빙은 손님과 의사 소통 등이 필요한데 외국인 근로자가 한국말을 능통하게 해야 하는 문제가 있고, 당장 서빙보다 재료 준비 등 주방에서 인력 부족이 심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이어 “양식보다 한식을 먼저 허용한 것도 반찬 가짓수 때문에 인력이 많이 필요한 상황을 감안했다”고 했다.
직원 수가 5명 미만인 식당은 영업 7년 이상, 직원이 5명 이상일 경우 영업 5년 이상이면 외국 인력을 쓰겠다고 신청할 수 있다. 어떤 국가 출신이 E-9 비자로 음식점, 광업, 임업에서 일할 수 있는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해당 국가와 협상이 필요하다. 서비스업은 현재 중국, 몽골, 우즈베키스탄 출신만 취업이 가능한데 정부는 다른 국가도 추가할 예정이다. 임업은 전국 산림 사업 법인이나 산림용 종묘 생산 법인이면 외국인 고용을 신청할 수 있다. 광업은 연간 생산량이 15만t 이상인 광산 업체가 대상이다.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 도입을 늘리는 것은 저출생·고령화로 일손이 부족한 업종은 많은데 일하려는 국내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 현상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는 있는데 사람이 없는 ‘빈 일자리’는 지난 8월에도 22만1000개를 기록했다.
정부는 현재 16국인 미숙련 인력 송출국을 늘리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지금은 필리핀, 몽골, 스리랑카,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등 16국이 비전문 취업 인력을 우리나라로 보내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비전문 외국인이 국내서 최장 일할 수 있는 기한을 9년 8개월로 늘리겠다는 방안을 발표했었다. 이전까지는 일한 지 4년 10개월이 되면 본국으로 돌아가 6개월을 체류하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야 4년 10개월을 더 일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들이 강제로 한국 공장을 떠나야 했다. 정부는 우수한 외국인 노동자에게 ‘장기 연속 체류’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관련 법안은 현재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중소기업들이 외국인력에만 의존해 인건비 절감에만 집중하게 되면 산업 구조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고숙련 외국인을 한국에 어떻게 머물게 할 것인지 등 좀 더 종합적으로 외국인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