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 수만명이 주도하는 우리나라 '소득 불평등' [마켓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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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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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의 시대와 尹 정부의 선택➋
尹,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에 집착
면세·세금감면도 대기업에 집중
2020~2021년 10%서 두배 이상  ↑
우리는 '불평등의 시대와 尹 정부의 선택' 첫번째 편에서 최대주주의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에 초점을 맞춘 윤석열 정부의 정책을 분석했다. 기획재정부 전 장관들과 현 장관의 법인세 감세 주장이 현실에선 '정반대 결과'를 냈다는 사실도 짚었다. 2편에선 소득 상위 1%가 주도하는 우리나라의 '불평등 문제'를 자세하게 살펴봤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면세·세금감면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높다. 사진은 삼성전자 평택공장. [사진=뉴시스]


세계불평등연구소(WIL)가 올해 1월 "한국의 경제적 불평등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나빠져 2020년 현재 1930년대 일제 강점기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고 경고한 배경은 무엇일까. 보고서가 1933~2022년 우리나라 불평등 수준에서 눈여겨보는 구간은 1945년, 1950년, 1997년, 그리고 2018년이다. 이 시기 우리나라 불평등 수준은 출렁였다. 

■ 상위 1%와 불평등=WIL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득 상위 0.1%인 4만2993명(20세 이상)은 2020년 기준 1인당 세전으로 16억원 소득을 올렸고, 상위 1%는 4억2360만원을 벌었다. 반면 하위 50%의 평균 연소득은 1560만원에 불과했다. 1982~2020년 소득 증가율을 소득 구간별로 비교해 보면 우리 사회 불평등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상위 0.1%의 소득 증가율은 18년간 연평균 6.6%였고, 상위 1%는 5.1%, 상위 10%는 4.1%였다. 하지만 소득 하위 50%인 1560만명의 연평균 소득 증가율은 18년간 3.5%에 불과했다. 

세계 주요 국가의 불평등 수준은 1920~1930년대에 가장 높았다. 영국의 상위 10%는 이 기간 국가 부의 90% 이상을 소유했고, 1980~1990년대에 40%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에서도 1930년대에 상위 10%가 전체 부의 80% 이상을 차지했지만, 점차 하락해 1980년대 60% 중반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상위 10% 소득 비중을 기준으로 한 불평등도는 1933년 50%에서 1990년대 중반 25%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이후 상승해 2010년대 이후 40%에 육박하고 있다(1933~1945년은 한국 거주 한국인과 일본인의 소득 자료). 

우리나라 불평등도는 중국‧대만 등 동아시아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는 나은 편이다. 그 이유는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는 1945년 일본으로부터 독립하면서 상위 10% 일본인 부자들이 국외로 반출하지 못한 재산을 분배해 불평등도가 낮아졌다. 당시 한반도 내 거주하는 우리 국민은 870만명(해외 거주 포함 1260만명)이었고, 한반도에 거주하던 일본인 수는 71만명이었다. 1950년에는 농지개혁법을 실시해 1961년까지 역시 불평등이 완화됐다. 

그런데 우리나라 소득 상위 1%로 시선을 좁혀보면 결과가 달라진다. 1%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본 불평등 수준은 2018년 한때 우리나라가 프랑스보다 높았고, 일본‧영국과 유사한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는 대기업 사내유보금(retained earnings)에 높은 세율을 매기는 극약처방을 하기도 했다. WIL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2018년 대기업 사내유보금에 최고 20%의 세율로 과세하면서 불평등이 다소 완화했다"고 분석했다. 사내유보금은 기업이 이익 중에서 주주에게 배당하지 않고 남은 돈이다. 현찰, 부동산, 생산설비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소득 상위 1%는 기업과 관련이 깊다. 기업 배당소득의 대부분이 상위 1%에게로 간다. 국세청이 지난 3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전체 배당소득 29조1838억원이 1723만6882명에게 돌아갔는데, 전체의 70%가 상위 1%에게로, 전체의 49%가 0.1%인 1만7000여명에게 지급됐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도 2016년 발표한 '한국의 불평등 재조명'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소득 하위 계층의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며 "상위 20%의 소득은 1990년 하위 20% 소득보다 4배 많았지만, 2009년 6배까지 치솟은 후 약간 내려온 정도"라고 분석했다. 

■ 거꾸로 가는 윤석열 정부=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정부는 '불평등'을 되레 조장하는 듯한 방향을 선택했다. 세계 각국이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과세체제'를 손질하고 있는 것과 다른 방향인데, 지난 7월 상속세 개정안을 확정하기 전부터 그랬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9월 1일 정부 예산안의 첨부서류 형태로 국회에 제출한 '2024년도 조세지출예산서'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48개 재벌(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2169개 대기업들 세금을 총 6조6000억원 면제해주거나 깎아줄 예정이다. 이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전인 2021년 2조2000억원보다 3배 많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면세·세금감면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2021년 10%에서 올해 21.6%로 두배 이상 늘어났다.

주로 기업 지원책으로 사용하는 세액공제는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하는 대표적 수단이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2023년 9월 발표한 '부자들의 축재蓄財와 납세의 차이'라는 보고서에서 "세액공제의 혜택은 상위 1%에게 55%가 돌아가는데(2019년 기준), 그중 26%가 상위 0.1%"라고 주장했다.

개인 소득의 관점에서도 이처럼 혜택에 차이가 있는데, 우리처럼 대기업 위주의 세액공제는 그 부작용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대기업 사내유보금 과세 이후 불평등이 다소 완화됐다는 WIL의 분석에서 알 수 있듯, 상위 1%의 부는 대기업과 연관이 깊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지난해 5월에 열린 노동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서 부자감세 철회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에서조차 대표적 재산세인 상속세의 공제 한도를 지나치게 늘린 트럼프 정권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브루킹스 보고서는 "미국에서 전체 재산의 0.1% 미만에만 재산세가 부과되고 있다"며 "이는 1977년 7.65%에서 크게 감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재산세 수혜자로부터 전환된 세금이 상속세인데, 현재 1300만 달러 수준인 상속세와 증여세 부과 한도를 100만 달러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상속‧증여세(estate and gift tax) 면제 한도는 2009년 순자산 350만 달러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인세 감세 등을 추진하면서 상속‧증여세 면제 한도가 2025년까지 매년 커지도록 개정했다. 2024년 현재 미국의 상속‧증여세는 재산이 1361만 달러 이상, 부부 합산 2722만 달러 이상일 경우 과세된다. 미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40%다. 트럼프조차 상속세의 최고세율을 내리진 않았는데, 우리 정부는 왜 반복적으로 최고세율 인하와 최대주주의 할증평가 삭제를 추진하는지 의문이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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