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 2일, 아마존 15일, 위메프 60일,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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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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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티메프 사태와 사후약방문 2편
티몬 40일, 위메프 60일 정산주기
피해 셀러 "길게는 100일 넘겼다"
정부, 법 개정 40일 이내 단축 추진
40일 이내로 줄이면 괜찮을까…
글로벌 플랫폼 정산주기 분석 
해외 플랫폼 정산주기 훨씬 짧아
셀러 선택권 강화 자금 융통 도와
티몬 40일, 위메프 60일. 소비자가 결제한 금액을 판매자(셀러)에게 전달하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이다. '정산기간'이 이렇게 길다보니 셀러들은 자금을 융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지나치게 긴 정산기간이 '티메프 사태'의 원인 중 하나라는 건데, 해외는 어떨까. 놀랍게도 이베이와 아마존의 정산기간은 각각 2일, 15일에 불과하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더니, 정말 그랬다. 

해외 플랫폼들의 정산 주기는 국내 플랫폼보다 훨씬 짧았다.[사진=연합뉴스]


"정산주기가 60~70일인 티몬·위메프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데, 다른 플랫폼들은 정산주기가 90일을 넘기기도 한다" "정산주기가 105일을 넘기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중구난방인 정산주기를 정부가 아무런 가이드라인 없이 방치하는 게 말이 되나"….

티몬·위메프 사태로 정산대금을 받지 못해 파산 위기에 처한 셀러(판매자)들이 쏟아낸 한탄이다. 5월에 이어 6월 판매금액까지 정산받지 못한 셀러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는 사태가 발생한 지 한달 가까이 흐른 지난 7일에야 정산주기 관련 대책을 내놨다. 대규모유통업법(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오픈마켓 업체의 정산기한을 현행법상 40~60일(위수탁~직매입)보다 짧게 규정하고, ▲판매대금을 별도로 관리하도록 의무화하겠다는 게 골자다. 

그동안 통신판매중개업으로 분류돼 대규모유통업법의 규제 대상에 빠져 있던 오픈마켓을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거다. 하지만 법 개정 작업은 일정한 절차와 시간이 필요하다. 티메프 사태가 소비자의 관심에서 멀어지면 개정 논의가 지지부진해질 공산도 크다.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에서 규정한 정산기한은 40일이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업체들도 적지 않다. 게다가 큐텐그룹이 운영하는 또다른 플랫폼 'AK몰'의 정산주기는 30일이지만 예외 없이 정산지연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해외 플랫폼들의 사례는 어떨까. 그들은 어떤 정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을까. 

■ 이베이: 다양한 정산주기 = 미국 이커머스 업체 '이베이'는 정산주기가 무척 짧고, 절차도 간단한다. 셀러는 ▲매일, ▲매주, ▲격주, ▲매달 등 4가지 정산주기 중 선택할 수 있다. 계약 후에도 정산주기를 손쉽게 변경할 수 있다.



가장 빠른 매일 정산을 선택한 경우, 소비자가 제품을 결제한 뒤 하루 후부터 정산을 받을 수 있다. 정산 완료 후 셀러의 계좌에 입금되기까지 영업일 기준 1~2일이 소요된다.

예컨대 소비자가 월요일에 상품을 주문하고 결제했다면 수요일부터 대금을 지급하는 식이다. 주 단위나 월 단위 정산을 이용하는 셀러도 상황에 따라 조기 정산을 요청할 수 있다. 셀러가 요청할 경우 이베이는 영업일 기준 1~3일 이내에 대금을 지급한다. 

주말이나 공휴일로 인한 정산 지연도 최소화하고 있다. 매일 정산을 받는 셀러의 경우, 공휴일로 인한 정산 지연은 최대 1일이다. 매주 정산받는 경우 최대 8일, 격주 정산 최대 10일, 매달 정산 최대 20일까지 정산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고 명시해두고 있다. 

■ 아마존: 길어야 20일 = 세계 최대 이커머스 업체 '아마존'은 어떨까. 아마존은 14일 주기로 대금을 정산한다. 예컨대 1월 1~14일까지 판매한 대금은 1월 15일에 정산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정산한 대금을 셀러에게 입금하는 덴 최대 5일(영업일 기준) 걸린다. 정산한 대금을 지급받기까지 길어야 20일이 걸리는 셈이다. 

셀러들의 자금 융통을 돕기 위해 아마존은 '익일지급'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아마존에 입점해 10년 이상 상품을 판매한 우수한 셀러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다. 조건을 충족한 셀러는 대금을 빨리 정산받고 싶을 경우, 익일지급을 요청할 수 있다.

아마존은 판매대금의 80%를 먼저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고객이 상품을 반품·교체할 경우에 대비해 보유하고 있다가 14일 정산 일정에 맞춰 셀러에게 돌려준다. 우수한 셀러와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정책인 셈이다. 

■ 알리: 조기정산 시스템 = 이번엔 2009년 설립해 미국·유럽뿐만 아니라 한국으로 세를 불리고 있는 중국 '알리익스프레스'를 살펴보자. 알리익스프레스는 매달 1일과 15일에 정산을 진행한다. 이때 정산 대상은 소비자가 상품을 받고 구매를 확정한 후 7일이 지난 판매금액(이하 중개수수료 등 제외)이다. 정산한 대금은 영업일 기준 2일 이내에 지급이 완료된다. 

알리익스프레스 역시 아마존처럼 일부 셀러를 대상으로 조기 정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셀러의 입점 판매 기간, 소비자 피드백, 환불 비율 등 알리익스프레스의 자체 평가 기준을 충족한 셀러에겐 조기 정산을 제공한다.

판매금액 중 소비자의 환불 요청 등에 대응하기 위한 일부 보증금을 제외하고 정산해준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정확한 조기 정산 기간을 명시하지 않았다. 다만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의 경우 "셀러의 요청이 있을 경우, 2일 이내 정산금액을 입금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티몬‧위메프 입점 셀러들은 "정산주기가 길게는 100일을 넘기기도 했다"고 토로했다.[사진=뉴시스]


이처럼 세계 각국의 이커머스 플랫폼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처럼 정산주기가 긴 곳이 거의 없다. 티몬·위메프 사태를 두고 엿장수 맘대로인 정산주기와 기업의 모럴해저드가 빚은 참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오세조 연세대(경영학) 교수는 이렇게 지적했다. "이커머스 생태계의 바탕은 '신뢰'다. 특히 정산시스템은 플랫폼의 경쟁력이나 다름없다. 좋은 셀러를 많이 유치하는 게 플랫폼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만큼, 기업들이 셀러와 상생할 수 있는 정산시스템을 갖추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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