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하 후 투자 증가? '기저효과'의 진실 [視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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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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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100대 기업 법인세 인하효과 분석➋
무형자산 투자‧투자활동현금흐름
경제에 영향 미치는 기업의 투자
법인세 낮췄지만 투자 늘리지 않아
투자 확대 1순위는 '성장동력 확보'
지난해 무형자산 투자 줄인 기업들
그나마 투자활동현금 흐름은 개선
정부가 법인세 인하 정책에도 기업들은 투자를 크게 늘리지 않았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정부가 법인세율을 인하한 지 1년이 지났다. 법인세를 깎아주면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확대할 것이란 '낙수효과落水效果'를 노린 정책이었다. 하지만 기업들이 정부의 기대대로 '아낀 법인세'를 썼는지는 의문이다. 2023년 기준 매출액 상위 100개 기업은 당기순이익이 줄어드는 와중에도 사내유보금을 쌓는 데 급급했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기업들의 다른 투자지표는 개선됐을까. 답을 찾기 위해 매출액 상위 100개 기업의 무형자산취득 금액과 투자활동현금흐름 분석을 분석했다(2022년과 2023년). 더스쿠프 視리즈 '100대 기업 법인세 인하효과 분석' 2편이다.


기업의 투자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2004년 전경련(현 한국경제인협회)은 15대 기업이 46조원의 투자에 나선 결과, 53만6000명의 일자리가 창출됐고, 경기개선 효과가 나타났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정부가 법인세를 낮추면서까지 기업의 투자 활성화에 나선 이유다.

하지만 단순히 세금을 낮춰준다고 해서 기업이 투자를 늘리는 건 아니었다. 기업은 돈이 남는다고 해서 투자를 하지 않는다.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하거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할 때 투자에 나선다.

실제로 올해 투자 확대하겠다고 밝힌 기업들의 37.3%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그 이유로 꼽았다. 그 뒤를 '경제 전망 양호(25.5%)' '업황 개선 기대감(15.7%)' '적극적 투자로 경쟁력 확보(7.8%) 등이 이었다(한경협 설문조사). 반면, 세제지원‧규제완화 등 인센티브 확대는 3.9%에 불과했다. 정부의 법인세 인하 정책이 세수 부족 현상만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이런 걱정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7월 31일 발표한 '2024년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누계 국세수입은 전년 동기 10조원 감소한 168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그중 법인세 세수는 같은 기간 46조8000억원에서 30조70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상반기에만 법인세가 16조1000억원 덜 걷힌 셈이다.

물론 법인세 세수가 줄어도 기업의 투자지표만 개선됐다면 법인세 인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100대 기업 법인세 인하효과 분석' 1편에서 살펴본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법인세 인하에도 기업들은 사내유보금을 쟁여놓는 데 급급했다.

그렇다면 다른 투자지표인 무형자산 투자금과 투자활동현금 흐름은 어떻게 됐을까. 100대 기업 법인세 인하효과 분석' 2편에서 국내 매출액 순위 100개 기업의 2022년과 2023년 무형자산 투자금과 투자활동현금흐름을 분석했다. 하나씩 살펴보자.

법인세율을 낮춘다고 투자가 늘어나는 건 아니다. [사진=뉴시스] 


■ 분석➊ 무형자산 투자 = 그렇다면 '법인세 인하'란 수혜를 입은 기업들은 상표권·특허·기술력·영업권 등에 투자하는 무형자산 투자금을 늘렸을까. 결과는 역시나다. 100개 기업의 무형자산 투자금은 13조2849억원에서 12조9104억원으로 2.8%(37 45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사내유보금이 386조4504억원에서 지난해 403조6527억원으로 4.51% 증가했다는 걸 감안하면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는 데 소극적이었다는 의미가 된다.

무형자산 투자금이 증가한 기업은 100개 기업 중 60개였다. 60개 기업의 무형자산 투자금은 2022년 4조7977억원에서 지난해 5조8515억원으로 21.9% 늘어났다. 투자가 줄어든 40개 기업의 무형자산 투자금은 8조4872억원에서 7조588억원으로 16.8% 감소했다.

무형자산 투자금이 1000억원 이상 늘어난 기업은 LG전자와 기아 둘뿐이었다. LG전자의 무형자산 투자금은 6359억원에서 8677억으로 2317억원 증가하며 1위에 이름을 올렸다. 2위를 차지한 기아는 1932억원(6017억원→7949억원)이 늘어났다.

무형자산 투자증가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세아베스틸지주였다. 세아베스틸지주의 무형자산 투자금은 2022년 5억9200만원에서 지난해 241억5300만원으로 3979.9%나 증가했다. 활발한 투자활동 덕분인지 이 회사의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883억1000만원에서 1259억9100만원으로 51.2% 증가했다.

이번에 무형자산 투자금이 줄어든 기업을 살펴보자. 무형자산 투자금이 가장 많이 줄어든 기업은 삼성전자였다. 이 회사의 무형자산 투자금은 3조2983억원에서 2조6396억원으로 6587억원 감소했다. 뒤를 이어 LG유플러스 1535억원(5581억원→4046억원), 포스코인터내셔널 1026억원(3684억원→2657억원) 등이 무형자산 투자금이 가장 많이 줄어든 회사에 이름을 올렸다.

무형자산 투자금 감소율 기준으론 95.9%(1128억원→4억6400만원)가 쪼그라든 삼양홀딩스가 1위를 차지했다. 이밖에도 SGC에너지(-83.2%), 서연이화(-81.5%), 휠라홀딩스(-65.6%) 등 3개 기업의 무형자산 투자금이 2022년 대비 60% 이상 줄었다. 사내유보금와 무형자산 투자 규모로 살펴본 법인세 인하 효과는 미미했다는 거다.



■ 분석➋ 투자활동현금흐름 = 그래도 위안거리는 있다. 투자활동현금흐름이 소폭 늘어났다는 점이다. 100개 기업의 투자활동현금흐름은 2022년 137조6106억원에서 지난해 145조6444억원으로 7조4458억원 늘었다. 증가율로 계산하면 5.8%다. 투자활동현금흐름은 기업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투자활동에 나섰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투자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표기되는 이유다. 기업이 미래를 위해 돈을 사용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 중 투자활동현금흐름이 늘어난 곳은 54개였다. 이 기업들의 투자활동현금흐름은 2022년 53조264억원에서 지난해 98조1528억원으로 85.1% 증가했다.

투자를 늘린 기업들이 모두 괄목할 만한 실적을 올린 건 아니다. 54개 기업 중 당기순이익이 2022년보다 늘어난 곳은 21개를 기록했다. 절반이 넘는 23개 기업은 실적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투자를 늘렸다. 그중 6개(포스코퓨처엠‧GS글로벌‧LS·현대글로비스·오리온·포스코홀딩스)는 2022년 대비 법인세 납부액이 증가했지만, 투자활동현금흐름이 늘었다.

2022년과 비교해 2023년 투자활동현금흐름 금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현대차였다. 현대차의 투자활동현금흐름은 1조2034억원에서 8조6493억원으로 618.7% 증가했다. 2022년 대비 2023년 투자활동현금흐름의 비중이 가장 크게 증가한 기업은 1842.3%를 기록한 DN오토모티브(898억8400만원→1조7458억9800만원)였다.

투자현금활동흐름의 비중이 가장 크게 줄어든 곳은 포스코인터내셔널로 2022년 대비 98.1%(1조4656억원→271억원) 감소했다. 전기차 시장의 부진으로 침체에 빠진 2차전지 시장의 변화를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자! 이제 결론을 내려보자. 법인세 인하와 투자의 상관관계는 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순이익이 줄었는데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선 기업이 있는 반면, 순수익이 늘었지만 투자를 줄이고 사내유보금을 쟁여놓는 데 급급한 기업도 많았다. 올해 한국경제는 수출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올해는 법인세 인하 효과가 톡톡히 나타날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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