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대 놀려 법석을 떤다 [한주를 여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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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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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한주를 여는 시
이승하의 '내가 읽은 이 시를'
장정일 시인의 '쉬인'
세상이 태어난 그날 탄생한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는 그것


쉬인

솨람들은 당쉰이 육일 만에
우주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그건 틀리는 말입니다요.
그렇습니다요.
당쉰은 일곱째 날
끔찍한 것을 만드쉈니다요.  


그렇습니다요
휴쉭의 칠일째 저녁
당쉰은 당쉰이 만든
땅덩이를 바라보셨습니다요.
마치 된장국같이
천천히 끓고 있는 쇄계!
하늘은 구슈한 기포를 뿜어올리며
붉게 끓어올랐습지요.  


그랬습니다요.
끔찍한 것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온갖 것들이 쉼히 보기 좋왔고
한없이 화해로왔읍지요.
그 솨실을 나이테에게 물어보쉬지요.  


천년을 솰아남은 히말라야 나무들과
쉬베리아의 마가목들이
평화로왔던 그때를
기억할 슈 있읍지요. 


그러나 당쉰은 그때
쇄솽을 처음 만들어 보았던 쉰출나기
교본도 없는 난처한 요리솨였읍지요.
끓고 있는 된장국을 바라보며


혹쉬 빠뜨린 게 없을까
두 숀 비벼대다가
냅다 마요네즈를 부어 버린
당쉰은 셔튠 요리솨였습지요.  


그래서 저는 만들어졌습니다요.
빠뜨린 게 없을까 각한 끝에
저는 만들어졌습니다요.
갑자기 당신의 돌대가리에서
멋진 각이 떠오른 것이었읍지요
기발하게도 '나'를 만들자는 각이
해처럼 떠오른 것이었읍지요.  


계획에는 없었지만 나는
최후로 만들어지고
공들여 만들어졌습니다요.
그렇습니다요
드디어 나는 만들어졌습니다요.
그러자 쇄계는 곧바로
슈라장이 되었습니다요.
제멋되로 펜대를 운전하는
거지 같은 자쉭들이
지랄떨기 쉬작했을 때!  


그런데 내 내가 누 누구냐구요?
아아 무 묻지 마쉽시요.
으 은 유 와 푸 풍자를 내뱉으며
처 처 천년을 장슈한 나 나 나는
쉬 쉬 쉬 쉬인입니다요. 


「햄버거에 대한 명상」, 민음사, 1987.

보들레르가 시인을 거대한 바닷새 앨버트로스에 견줘 말한 적이 있었다. 시인은 세상 사람들의 놀림감이 되기도 하는데, 선원들이 앨버트로스를 잡아 갑판에서 놀려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실제로 보들레르 시집 「악의 꽃」은 출간하자마자 법원이 부도덕하다는 판결을 내리고 벌금 300프랑을 부과했다. 게다가 6편을 빼라고 명했다. 훗날 경제적 어려움을 탈피하려고 예술원 회원이 되고자 애를 썼지만 사람들의 놀림감이 돼 번민에 휩싸이기도 했다.

[사진=민음사 제공]


장정일씨를 시인으로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시를 썼던 시기에 발표한 '쉬인'이라는 시는 지금 봐도 명작이다. 성경 창세기의 내용에 빗대어 창조주가 창조의 역사를 끝내고 휴식을 취해야 할 일곱째 날, 당신(신)의 돌대가리에서 "멋진 각"이 떠올랐으니 시인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예전에는 시인이 제사장이었고 무당이었고 가인이었고 음유시인이었다. 천신에 제사를 지낼 때 노래 비슷한 것을 불렀던 사람이다. 그는 우주와 자연을, 인간과 사회를, 사랑과 전쟁을 노래하는 사람이다.

동양의 가장 오랜 시집인 「시경」은 공자가 민요의 가사를 채집한 것이다. 서양에서는 서사시가 호머에 의해, 비극(희곡)이 아이스킬로스ㆍ소포클레스ㆍ에우리피데스에 의해, 서정시가 사포에 의해 창작되면서 문학의 역사가 시작됐다.

신의 위임을 받아 자연을 포함한 우주만물 내지는 삼라만상을 노래할 수 있는 존재가 시인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게 시인을 평한 것이리라. 장정일이 보건대 시인은 "제멋되로 펜대를 운전하는/거지 같은 자쉭들"이라서 시를 쓰면서 "지랄떨기 쉬작했으므로" "쇄계는 곧바로/슈라장"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바로 이 이유에서 플라톤은 「이상국가론」에서 시인추방설을 주장했던 것이다.

삼라만상 모든 것을 말하는 존재가 바로 시인이다.[사진=펙셀]


하지만 시인은 또한 은유와 풍자를 하면서 1000년만 장수했는가. 아니다. 동서양 공히 3000년 이상을 장수하고 있고 앞으로도 건재할 것이다. 이 우주 존재의 총량은 물질의 양이다. 정신의 양은 무게를 달 수는 없지만 무궁무진하다. 인간의 상상력은 텔레비전 드라마를 쓰게 한다. 노랫말을 쓰게 한다. 시나리오를 쓰게 한다. 시, 소설, 희곡, 비평…. 은유와 풍자만 하는가. 온갖 비유법을 다 동원할 수 있다.

문학이 위기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지만 시인은 장정일 시인의 말대로 펜대를 놀려 지랄을 떤다. 고상하게 말하면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언어의 연금술사다.

이승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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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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