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민의 사진지문] 계단에 핀 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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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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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어둠에서 더 잘 보입니다.


# 필름 작업은 암실에서 합니다. 암실은 어두운 방입니다. 그냥 어두운 수준이 아니라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캄캄한 방입니다. 약한 빛이라도 필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을 닫고 틈새를 막은 뒤 커튼까지 쳐서 이중삼중으로 빛을 막아냅니다.

# 그럼에도 빛이 새어 들어올 때가 있습니다. 문틈의 벌어진 공간으로, 환풍기의 틈새로 빛이 살짝 스며 들어오기도 합니다. 평상시엔 보이지 않아도 암실에선 빛이 잘 보입니다. 캄캄하기 때문입니다. 어두운 곳에선 빛이 잘 보입니다.

# 계단 앞에서 무지개를 발견했습니다. 밖에서 들어오던 빛이 계단 출입구 유리문을 통과하며 일곱 빛깔이 됐습니다. 불 꺼진 실내등이 무지개를 만들었습니다. 어둡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겠지요.

# 가끔 암실에 들어온 것처럼 앞이 캄캄할 때가 있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지금 하는 것이 맞는 건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아 막막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이럴 때 전 주변을 둘러봅니다. 어두울수록 빛을 만나게 마련이니까요. 오늘도 그 빛을 찾아봅니다. 분명 주변에 반짝이는 무지개가 있을 겁니다. 빛은 어둠에서 더 잘 보이니까요. 

사진·글=오상민 천막사진관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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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명이 바라본 세상에는 100개의 세상이 담깁니다. 사진으로 담아보고 글로 끄적여봅니다. 사진은 지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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