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슈아 시겔 미국 워싱턴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마술 버섯' 등에서 발견되는 환각 화합물인 실로시빈(psilocybin)이 뇌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내고 연구결과를 17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했다.
실로시빈이 포함된 버섯을 섭취한 사람은 시공간과 자기 인식에 대한 감각이 왜곡되는 경험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각제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이해하면 과학자나 의사가 치료에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1950년대와 60년대에 실로시빈은 우울증 치료제로서 연구됐다. 이후 약물 정책에 따라 추가 연구가 중단됐지만 최근 관련 규제가 완화되며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연구팀은 실로시빈을 섭취하면 뇌 네트워크 수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내기 위해 실험 참가자들의 뇌 변화를 관찰하고 주관적인 경험과 연결하는 실험을 설계했다.
먼저 18~45세 사이 건강한 성인 7명에게 환각 효과가 있는 실로시빈이나 메틸페니데이트를 고용량으로 복용하도록 했다. 실험 참가자들의 안전을 위해 전문가 한 쌍이 체험 내내 참가자와 함께하며 안내와 지원을 제공했다.
참가자들은 실로시빈 체험 전, 체험 중, 체험 후 최대 3주까지 평균 18번의 자기공명영상(MRI) 뇌 스캔을 받았다. 그중 4명의 참가자는 6개월에서 최대 12개월 후 실험을 반복했다.
연구팀은 기본 모드 네트워크가 "세상과 자아의 연결을 담당하는 부분"이라며 "변화가 단기적으로는 환각 증상을 만들지만 장기적으로는 뇌가 더 유연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신 질환 등으로 경직된 사고나 행동 패턴에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참가자들은 환각 물질 체험 중에 초월감(transcendence), 연결감(connectedness) 등의 항목에 대해 주관적 평가를 작성했다. 주관적 경험 강도에 따른 뇌 변화를 추적해 약물 효과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다.
실로시빈은 국내에서 향정신성 의약품(마약류)로 분류되어 있다. 항우울제 등 정신 질환 치료제로 사용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실로시빈의 '자가 치료' 근거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로시빈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우울증을 포함한 치료제로 승인되지 않았다. 정신건강 전문가의 감독 없이 실로시빈을 복용하면 매우 위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