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글로벌 위스키 브랜드, 韓서 각축전 벌이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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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9.01. 오후 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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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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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신제품 테스트베드 역할 톡톡
“규모 크지 않지만, 트렌디한 시장” 평가
일본, 중국보다 인구 적어 비용 적게 들기도

로얄살루트가 디자이너 리차드 퀸과 협업해 만든 21년산 숙성 제품의 세계 최초 출시. 와일드 터키 101 라이 제품의 전 세계 최초 출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진행된 더 글렌드로낙의 브랜드 리뉴얼 발표.

세계적인 스카치·버번 위스키 브랜드들이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시장에서 보인 행보입니다.

글로벌 위스키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 공략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인데, 주류 업계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급격히 증가한 시장 규모와 다양한 위스키에 대한 수요가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인구통계학적인 특징이 한국 시장을 글로벌 위스키 브랜드에게 적합한 테스트베드 역할을 한다는 분석입니다.

그래픽=정서희

1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스코틀랜드 싱글몰트 위스키 브랜드인 더 글렌드로낙은 지난달 중순 한국 시장에서 브랜드 리뉴얼 발표회를 열었습니다. 중국 상해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원산지인 영국에서도 올해 하반기에나 리뉴얼 발표회를 여는 점을 고려하면 수개월 빠르게 리뉴얼 소식을 알린 셈입니다. 첫 번째로 열린 상해 발표회와도 불과 일주일도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더 글렌드로낙 리뉴얼 발표회에는 증류소를 이끌고 있는 레이첼 배리(Rachel Barrie) 마스터 블렌더가 직접 나서기도 했습니다. 배리 블렌더는 2003년 마스터 블렌더라는 타이틀을 얻고 20년 이상 활동하면서 스카치 위스키 업계에서는 ‘퍼스트 레이디’로 불리는 인물입니다. 2017년부터는 글렌드로낙, 벤리악, 글렌글라사 증류소를 이끌고 있습니다.

배리 마스터 블렌더는 브랜드 리뉴얼을 발표하면서 한국 시장에 대해 “다른 지역에 볼 수 없는 수준으로 위스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더 글렌드로낙을 전개하는 브라운포맨의 매출 가운데 한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아시아에서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버번 위스키인 와일드 터키는 지난 4월 호밀을 주 원료로 만든 라이 위스키 제품인 와일드 터키 101 라이를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출시했습니다. 와일드 터키가 자사의 제품을 한국에서 가장 먼저 공개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지난 2022년 와일드 터키 12년 숙성 제품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공개했습니다.

와일드 터키는 와일드 터키 12년 숙성 제품 출시 이듬해 더현대 서울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면서 고객들이 마스터 디스틸러인 에디 러셀과 브루스 러셀을 만날 수 있는 시간도 마련했습니다. 부자가 동시에 방한하는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습니다.

브루스 러셀의 조부인 지미 러셀이 1974년 미국 켄터키주 로렌스버그에 있는 와일드 터키 증류소에서 일하면서 시작된 러셀 일가의 증류 역사는 3대를 이어가며 도합 127년의 경력을 쌓았습니다.

당시 방한한 에디 러셀은 “한국 시장 성장이 인상적”이라면서 “4~5년 전 1000케이스에 불과했던 판매량이 올해는 3만 케이스를 돌파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한국 시장에 대해서 “규모가 크지 않지만, 소비자 취향이 고급스럽고 다른 국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트렌디한 시장”이라면서 시장 규모가 큰 일본보다 소비자들이 고급스러운 취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0월에는 세계적인 주류 기업 페르노리카가 운영하는 로얄살루트가 영국 패션 디자이너인 리차드 퀸과 협업해 만든 로얄살루트 21년 리차드 퀸 에디션 2를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출시했습니다.

2021년 퀸과 첫 협업 이후 두 번째 출시하는 한정판 제품을 한국에서 공개한 것으로, 당시 프란츠 호튼 페르노리카코리아 대표는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패션·콘텐츠·트렌드 등 문화 산업 전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어 글로벌 출시 국가로 선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위스키 브랜드들이 적극적으로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서는 것은 한국 시장이 빠른 성장세를 보였기도 하지만, 좋은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 위스키 시장 규모가 일본의 반밖에 되지 않음에도, 가정 시장의 성장으로 다양한 종류의 위스키에 대한 수요 증가와 주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와 국토 크기로 인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시장 반응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위스키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1% 증가한 43억620만달러로 추산됐습니다. 중국의 21억6890만달러에 비해 2배가량 크지만, 일본의 95억9360만달러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입니다. 지난해 시장 규모의 전년 대비 성장률 역시 중국 11.5%, 일본 23.9%에 비해 낮은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글로벌 위스키 브랜드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시장 반응을 볼 수 있어 한국 시장을 공략한다는 것입니다. 한 위스키 업계 관계자는 “보통 국내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위스키를 단독 출시한다고 했을 때 들여오는 초기 물량은 1만 병이 되지 않는다”면서 “이 정도면 국내에서는 시장 반응을 보기에는 충분한 수량이나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한참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또 가정용 위스키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다양한 위스키에 대한 소비가 늘어난 점도 위스키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선 요인이 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 가정용 위스키 시장은 2021년 3899억원에서 6495억원으로 2년 새 69.1% 커졌습니다.

높은 성장세를 보이던 중국 위스키 시장이 올해 들어 꺾인 점도 글로벌 위스키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한 이유입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7월까지 위스키 수입 금액은 2억4812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4% 감소했습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위스키 브랜드들의 한국 시장 러브콜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규모가 작다고 하지만 인구를 따져보면 1인당 시장 규모는 매우 큰 셈”이라며 “더욱이 최근에는 K-컬처가 유행하면서 한국에서의 성공을 필두로 다른 나라의 마케팅에 활용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어 한국 시장의 중요도는 계속 커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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