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원유시설 공격 논의” 바이든 한마디에 유가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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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10.05. 오전 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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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 확산 조짐 ‘오일 쇼크’ 공포
국제 유가가 5% 이상 급등했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이란 원유 시설 공격을 지지할지를 논의한다’는 소식에 ‘오일 쇼크’ 공포가 커지면서다. 국제 유가 향방이 ‘시계 제로’ 상태에 빠지자, 물가 안정을 전제로 ‘피벗(긴축 정책 전환)’에 나선 주요국 통화 당국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5.15% 상승한 배럴당 73.7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상승 폭으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직후인 지난해 10월 13일 이후 가장 크다. 이날 글로벌 유가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2월 인도분 가격도 5.03% 오른 배럴당 77.62달러를 기록했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email protected]
국제 유가 급등의 도화선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었다. 이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이 이란 원유 시설을 공격하는 것을 지지할 건지를 묻는 말에 “논의하고 있다”며 “내 생각에 그것은 좀”이라고 말끝을 흐렸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이것을 이스라엘이 이란 원유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인정한 발언으로 해석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이란은 올해 2분기 하루 약 33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했다.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약 3%에 달한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원유 시설을 본격 공격하면, 산술적으로 하루 약 150만 배럴 이상의 글로벌 원유 공급이 끊길 수 있다. 다만, 이스라엘이 어느 시설을 공격하는지에 따라서 국제 유가에 미치는 파급력이 달라질 수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내부 정유 시설만 공격한다면, 국제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이란 원유 수출의 90%를 담당하는 페르시아만의 카르그 섬의 터미널을 공격한다면, 국제 유가에 미치는 파급력이 더 셀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 연구 컨설팅 기업인 클리어뷰 에너지 파트너스는 이스라엘이 해당 시설을 공격하면 “국제 유가 배럴당 12달러 이상 오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란이 이스라엘 공격에 대응해 다른 걸프국의 원유 수출의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다. 그러면 원유 시장 전반에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스웨덴 은행 SEB의 비야르네 쉴드롭 수석 상품 분석가는 CNBC에 출연해 “이스라엘이 이란 석유 시설을 폭격하면, 국제 유가는 배럴당 20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물가 안정세에 도움을 줬던 국제 유가의 향방이 불확실해 지면서, 금융 시장의 불안도 커졌다. 물가에 영향이 큰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통화 정책을 결정하기가 더 까다로워진 것이다. 불안한 중동 정세에 한풀 꺾였던 달러 강세도 되살아났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화 값은 달러 강세에 14.4원 떨어지면서(환율 상승) 1333.7원에 거래를 마쳤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당분간 오를 가능성은 있지만 당장 글로벌 피벗 흐름을 되돌릴 만큼 큰 폭의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에너지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산업 내 부담 등이 커질 수 있어 미리 대책은 마련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스라엘군(IDF)은 이란의 탄도 미사일 공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작전을 이어가고 있다. 4일 로이터통신·CNN 등에 따르면 IDF는 전날부터 이날 새벽까지 수도 베이루트를 포함한 레바논 전역에 있는 헤즈볼라 목표물 200곳을 공습했다. 공습 대상은 헤즈볼라의 관측·테러 기반 시설, 무기고, 테러 요원 등이다. 레바논 보건부는 3일 벌어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소 37명이 숨지고 151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와 CNN은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연일 계속되는 이스라엘군의 베이루트 공습은 헤즈볼라 집행위원장인 사피에딘을 겨냥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사피에딘이 공습 당시 지하 벙커 깊숙한 곳에 숨어있었기에 사망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피에딘은 지난달 27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사촌이다.

레바논에서 지상전을 벌인 지 4일째가 되면서 이스라엘의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헤즈볼라는 3일 레바논 국경 지역에서 벌어진 교전에서 이스라엘군 17명을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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