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민주당" "이번엔 조국당" "두 당 싫어 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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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10.05. 오전 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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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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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재보선 기초단체장 4곳 가보니
10·16 재·보선이 열리는 기초단체장 지역은 네 곳이다. 전통적으로 더불어민주당 또는 국민의힘이 강세인 지역이 두 곳씩이다. 선거까지 10여 일, 네 곳의 사정은 달랐다.

“살다 살다 호남에서 접전이 펼쳐지는 걸 보네.”

지난 1일 오후 전남 영광터미널시장은 장사를 하는 상인들과 장을 보러온 주민들로 북적였다. 시장 인근에서 25년째 건어물을 팔고 있는 정모씨는 “호남에서도 경쟁이 시작됐다는 게 기쁘다”며 “시장도 그렇고 선거도 그렇고 자꾸 경쟁해야 활기가 돈다”고 말했다.

정씨의 말대로 영광군수 재선거는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접전 양상을 보인다. 그것도 2파전이 아닌 3파전 양상이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의 의뢰를 받아 지난달 29~30일 이틀간 영광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민주당 장세일 후보 32.5%, 조국혁신당 장현 후보 30.9%, 진보당 이석하 후보 30.1%였다. 누가 앞선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태다. 리얼미터의 10~11일 조사에선 장현 후보가 30.3%, 장세일 후보가 29.8%, 이석하 후보가 19%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조국 혁신당 대표가 상주하다시피 지원하며 양당이 격전을 치르는 동안 진보당이 몸집을 불린 것이다. 군수 선거가 아닌 호남 쟁탈전이라도 되는 양 싸우고 있다.

민주·조국당 ‘호남 전쟁’, 네거티브 치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8일 부산을 찾아 윤일현 금정구청장 후보 지지 호소에 나섰다. 이날 한 대표는 산업은행 본사 부산 이전을 거듭 약속했다. [뉴시스]
3일에도 민주당·혁신당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영광 주민인 김이성(61)씨는 “아무래도 이재명 대표가 직접 와서 지지를 호소하면 여기 사람들은 좋아 한다”며 “같은 진보라면 그래도 민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당을 지지한다는 유성종(58)씨는 “그래도 혁신당에 기회를 한번 줘야 하지 않겠느냐”라며 “밥집도 처음 연 곳이 열심히 하는 것처럼 아무래도 시작하는 정당이니 기존 당들과 차이를 두기 위해 열심히 할 것 같다”고 했다.

격전이다보니 양당 간 네거티브도 강해졌다. 장세일 후보는 폭행·사기 등의 전과로 공격받고 있고, 장현 후보는 민주당에서 당적을 옮긴 것과 영광에 주택을 소유하거나 임차하지 않은 게 논란이 되고 있다. 50대 김지호씨는 “전과가 찝찝하긴 하지만 그래도 호남은 민주당”이라고 말했지만 옆에서 함께 장을 보던 이선하씨는 “민주당이 표만 받고 영광에 해준 게 뭐가 있냐. 당이 아니라 사람을 보고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60대 조현남씨는 “영광에 살지도 않은 사람이 군수를 하겠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부산대역 앞에서 김경지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이 대표는 "김경지를 통해서 (윤석열 정부를) 심판해달라"고 말했다. [뉴스1]
두 당의 격한 싸움에 반사이익을 보는 건 진보당이다. 50대 유모씨는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가 너무 과열되는 것 같다. 비방과 고발이 이어지는 후보들보다 묵묵히 할 일을 하는 후보가 좋다”며 “긴가민가했는데 토론회를 보고 이석하 후보로 맘이 완전히 돌아섰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진보당 역시 전국 조직을 영광에 집결, ‘진보당 출신 첫 군수’를 만들겠다고 총력전을 펴고 있다.

영광으로부터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인 전남 곡성의 분위기는 또 달랐다. 민주당이냐, 아니냐의 대결이었다.

3일 장날을 맞아 군수 후보 4명이 유세를 하는 걸 보던 이정효(66·곡성)씨는 “선거철에 잠깐일지라도 마을이 활기를 띠어서 좋다”며 “민주당이 강세겠지만 여기는 무소속도 자주 당선되는 만큼 끝까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실제 곡성은 1995년 이후 여덟 번의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다섯 번, 무소속 후보가 세 번 당선됐다.

이번 영광·곡성에서 민주당과 혁신당이 현금성 공약을 경쟁적으로 제시하면서 “돈 주겠다”는 약속이 봇물을 이뤘다. 지난달 23일 이재명 대표가 영광에서 군민 1인당 1년에 100만원씩의 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겠다고 공약했고, 곡성군민에겐 매년 1인당 5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장현 혁신당 후보가 당선 시 행복지원금 1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이석하 진보당 후보도 1인당 연간 100만원을 지급하는 ‘영광군민 거주 수당’을 공약했고 곡성의 최봉의국민의힘 후보도 출산장려금 1억원으로 상향을 약속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3일 부산 서동미로시장 에서 열린 류제성 후보 출정식에 참가했다. 조 대표는 "누굴 모시지 고민하자 떠오른 게 류 후보"고 말했다. [뉴스1]
이런 흐름에 대해 곡성 전통시장에서 23년 동안 장사를 했다는 정모씨는 “안 그래도 가난한 재정에 도로 정비도 안 될 때가 많은 데 무슨 돈으로 현금을 뿌리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정씨의 말대로 통계청의 재정자립도 조사(올해 5월 기준)에서 229개 기초자치단체 중 영광은 163위(11.7%), 곡성은 172위(9.3%)다. 곡성 주민 정철(59)씨는 “지역행사나 관광객 유치에 힘을 쓰는 게 차라리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며 “후보들이 좀 더 지역에 알맞은 공약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인천 강화군은 국민의힘 강세 지역이지만 안상수(78) 전 인천시장의 무소속 출마에 따른 보수표 분산이 변수다.

시민들의 입장은 크게 갈렸다. 이효성(55·강화)씨는 “인천시장이나 한 사람이 군수에 나오는 건 노욕”이라며 “시장 때도 잘하지도 못했는데 보수 표가 갈라져서 민주당이 당선되면 어쩌려고 그러느냐”고 비판했지만, 김성하(67)씨는 “그래도 3선 의원 출신이고 인천시장도 한 거물 정치인이 군수가 되면 영향력도 커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북한과 접경 지역이라 최근 악화한 남북 관계의 영향도 있어 보였다. 정일용씨는 “대북확성기 소음이랑 북한에서 이에 대응 성격으로 내보내는 대남확성기 소음 겹쳐져서 일상에서 내내 고통을 받고 있다”며 “국민의힘을 20년 이상 지지했지만, 이 문제를 해결 못 하면 돌아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의 후보자 명부엔 현재 윤일현 국민의힘, 김경지 민주당, 류제성 혁신당 후보 3명의 이름이 올라있다. 그러나 두 명으로 줄지가 최대 관심사다.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된 지난 3일 부산 금정구청장 후보자들은 출정식을 열고 본격적으로 표심 잡기를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이날 오전 7시 금정구 부곡동 옛 롯데마트 사거리에서 박수영 부산시당위원장을 비롯해 국민의힘 의원과 시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출정식이 열렸다.

부곡동에서 옷가게를 하는 주미현씨는 행사를 지켜보다가 “여기선 단일화 안 하면 저쪽(야권)이 절대 안 된다”며 “민주당이랑 혁신당이 단일화를 할지 안 할지 주민들끼리도 말이 많다. 단일화 하면 접전이 펼쳐져 볼 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조국당 “금정 7일 단일 후보 확정”
그래픽=이윤채 [email protected]
실제 민주당·혁신당은 실랑이를 벌이다 “7일 단일 후보를 확정하자”고 4일 합의했다. 전날 단일화에 합의했다가 이날 아침 역선택 조항 포함 여부를 두고 결렬됐는데 오후 늦게 다시 합의했다. 한 차례 토론을 거쳐 100% ARS 여론조사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7일은 투표용지를 인쇄하는 날이다. 합의가 지켜진다면 투표용지에 윤일현 후보와 김경지 또는 류제성 후보 중 한 명이 오르는 셈이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긴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당원이라는 이성민(49·금정구)씨는 “1년여 년 전 울산 남구 기초의원 보궐선거에서도 마음 놓고 있다가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고 말했다. 주부인 김영서(56)씨는 “그래도 부산에서는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우리가 보수의 마지막 저지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선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 공약을 거듭 약속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윤일현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참석해 “산업은행을 반드시 부산으로 이전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개정돼야 성사될 수 있다. 민주당이 동의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선지 김경지 후보를 지지한다는 50대 김희성씨는 “김 후보의 침례병원 공공화가 훨씬 현실감 있다”며 “의정 갈등 시기에 적절한 공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40대 이성지씨는 “이제는 민주당에 기회를 주고 싶다”며 “여기는 점점 사람이 줄어들고 노쇠해져 가는데 여당과 대통령이 해준 게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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