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예경)와 상업 화랑들의 작가 작업실 방문 프로그램의 차이는 교육적 측면에 있다고 본다. 예경은 우리(해외 미술 전문가들)가 한국 현대미술의 맥락을 이해하도록 유명 미술사학자를 초대해 강의를 진행했다. 또 아트아시아퍼시픽과 협력해 방문 대상 작가 각각에 대한 비평문이 포함된 책도 제작했다. 작가들이 국내외 큐레이터 그룹을 통해 신중하게 선정됐기 때문에 놀라운 수준이었다. 프로그램 전체에 걸쳐 통역가가 있어서 (전문가들과 작가들이) 서로 이해할 수 있었다.” (캘리포니아 컬리지 오브 아트 와티스 현대미술 연구센터 디렉터 겸 수석 큐레이터 데이지 남)
이달 초 문체부와 예경이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키아프×프리즈 서울’ 기간에 맞춰 진행한 작가 작업실 탐방 프로그램 DIKA에 참석한 두 해외 미술전문가가 중앙SUNDAY에 밝힌 소감이다. 5회 째를 맞은 올해는 이들을 포함한 12명의 해외 큐레이터·미술관장·미술전문기자들이 9월 1일부터 8일 사이에 남화연·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RBSC)·양유연·우한나·이유성·임민욱·전소정·정은영·제시 천 등 9팀 작가들의 서울-경기권 작업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그중에 국내외 전문가들이 호평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니 바로 DIKA다. 스튜디오 방문 및 작가와의 대화는 작가의 작업 과정과 철학, 작품의 배경 및 맥락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외국에서 온 전문가들이 개인적으로 각지에 흩어진 작가 스튜디오를 찾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뉴욕 뉴뮤지엄의 비비안 크로켓 큐레이터도 그 점을 이야기하며 “사실 버스를 자주 타기는 했지만 그 덕분에 다양한 작업실을 방문하고 개인적으로 갔으면 굉장히 복잡했을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 비엔날레 16의 공동큐레이터인 제이넵 오즈는 “직접 참여를 해 보니까 한국 미술과 관련된 복잡성, 프로세스 등 많은 것들에 관련된 개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며 “특히 스튜디오 기반, 연구 기반, 재료 기반과 관련된 많은 설명들을 작가들이 해 주셨는데 그런 것들이 어떻게 모여서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는지 알 수 있었다. 첫날 한국 현대미술사 강의 덕분에 한국 미술의 역사와 맥락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고 평했다.
아트아시아퍼시픽의 마스터즈 부편집장은 이 프로그램이 매우 잘 설계되어 있다며 “참가 큐레이터가 방문한 작가와 그 즉시 일을 하지 않더라도 그들을 알게 되고 기억하는 것은 반드시 장기적으로 효과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그는 문체부와 예경이 지난해에 이어 키아프×프리즈 서울과 공동 기획한 토크 프로그램 ‘2024 Kiaf SEOUL×KAMS×Frieze Seoul’에서 임민욱·제시 천 작가와 대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토크 프로그램은 지난 5~7일 삼성동 코엑스 2층 스튜디오 159에서 개최됐다. 특히 7일 열린 ‘공공-민간 협력: 갤러리와 비영리 기관의 콜라보레이션’ 토크에서는 정부 기금 예술 지원의 명암이 논의되기도 했다. 이 토크는 아트넷 뉴스 에디터인 앤드류 러세스가 진행하고 남 디렉터, 독립 큐레이터 루미 탄, 김성우 프라이머리 프랙티스 큐레이터가 패널로 참여했다. 2018년 광주비엔날레 공동 큐레이터이기도 했던 김 큐레이터는 “한국에서도 비영리 기관과 상업 화랑의 협업이 태동하기 시작했지만 기본적으로 영리와 비영리 부문의 구분이 강하며 비영리 부문은 정부 기금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토크 후 중앙SUNDAY 의 질문에 남 디렉터는 “미국에서는 정반대 상황”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 비영리 예술기관은 연간 예산의 15% 미만을 정부에서 받으며, 지원에 대한 경쟁이 치열하다. (...) 그래서 우리는 추가적으로 모금 행사, 한정 에디션 판매, 여행 프로그램 등을 통해 기부자를 구해야 하고, 또 상업 갤러리를 포함한 기업과 법인으로부터 후원을 받기 위해 그들과의 네트워킹에 많은 시간과 자원을 쏟아야 한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전시를 축소하거나 출판·교육 프로그램을 삭감해야 한다. 정부 기금에 의존하는 것이 나름의 문제도 있을 수 있으나 대신 연구·교육에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렇듯 이제 본격적으로 피어나고 있는 한국 현대미술 현장에 정부가 지원을 보태는 것에는 우려의 시선과 동시에 부러움의 시선도 있다. 성공적인 프로그램으로 손꼽히는 DIKA 같은 예를 보며 그 방향을 잡을 때다.
예술경영지원센터·중앙SUNDAY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