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아트 산실’속으로 첨벙…해외 미술전문가들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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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9.27. 오전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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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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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미술 작가 작업실 탐방
문체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마련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난 1일 해외 미술 전문가들이 양유연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해 작가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예술경영지원센터]
“각국 정부가 국제적으로 자국 문화 현장을 홍보하는 데 관심이 있다면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해외 미술 전문가를 초청해 한국 작가 작업실을 탐방하는 프로그램 ‘DIKA: Dive into Korean Art’)을 더 많이 해야 한다. 이 프로그램은 내가 아는 한 세계적으로 유일한 것 같고 지난 몇 년간 이미 엄청나게 성공한 것 같다. 이러한 작업실 방문에서 만들어진 인맥과 접촉점 덕분에 참여 작가들은 향후 국제적으로 작업을 더 많이 선보일 기회를 얻을 것이다.” (미술 전문지 ‘아트아시아퍼시픽’ 부편집장 에이치지 마스터즈)

“한국 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예경)와 상업 화랑들의 작가 작업실 방문 프로그램의 차이는 교육적 측면에 있다고 본다. 예경은 우리(해외 미술 전문가들)가 한국 현대미술의 맥락을 이해하도록 유명 미술사학자를 초대해 강의를 진행했다. 또 아트아시아퍼시픽과 협력해 방문 대상 작가 각각에 대한 비평문이 포함된 책도 제작했다. 작가들이 국내외 큐레이터 그룹을 통해 신중하게 선정됐기 때문에 놀라운 수준이었다. 프로그램 전체에 걸쳐 통역가가 있어서 (전문가들과 작가들이) 서로 이해할 수 있었다.” (캘리포니아 컬리지 오브 아트 와티스 현대미술 연구센터 디렉터 겸 수석 큐레이터 데이지 남)

이달 초 문체부와 예경이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키아프×프리즈 서울’ 기간에 맞춰 진행한 작가 작업실 탐방 프로그램 DIKA에 참석한 두 해외 미술전문가가 중앙SUNDAY에 밝힌 소감이다. 5회 째를 맞은 올해는 이들을 포함한 12명의 해외 큐레이터·미술관장·미술전문기자들이 9월 1일부터 8일 사이에 남화연·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RBSC)·양유연·우한나·이유성·임민욱·전소정·정은영·제시 천 등 9팀 작가들의 서울-경기권 작업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키아프x프리즈 서울과 공동 기획한 토크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이 7일 토론 중이다. [사진 예술경영지원센터]
본래 정부의 예술 지원은 양날의 칼이다. 시장이 미처 받쳐주지 못하는 예술을 지원함으로써 문화를 풍요롭게 하고 국가의 이미지와 소프트파워를 강화하는 장점이 있는가 하면, 정치 논리를 개입시키거나 예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세금을 낭비하는 등의 위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민간 미술장터인 키아프X프리즈 서울과 지방자치단체가 후원하는 광주·부산 비엔날레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대한민국 미술축제’를 개최한 것에 대해서도 찬반 양론이 존재했다.

그러나 그중에 국내외 전문가들이 호평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니 바로 DIKA다. 스튜디오 방문 및 작가와의 대화는 작가의 작업 과정과 철학, 작품의 배경 및 맥락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외국에서 온 전문가들이 개인적으로 각지에 흩어진 작가 스튜디오를 찾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뉴욕 뉴뮤지엄의 비비안 크로켓 큐레이터도 그 점을 이야기하며 “사실 버스를 자주 타기는 했지만 그 덕분에 다양한 작업실을 방문하고 개인적으로 갔으면 굉장히 복잡했을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 비엔날레 16의 공동큐레이터인 제이넵 오즈는 “직접 참여를 해 보니까 한국 미술과 관련된 복잡성, 프로세스 등 많은 것들에 관련된 개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며 “특히 스튜디오 기반, 연구 기반, 재료 기반과 관련된 많은 설명들을 작가들이 해 주셨는데 그런 것들이 어떻게 모여서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는지 알 수 있었다. 첫날 한국 현대미술사 강의 덕분에 한국 미술의 역사와 맥락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고 평했다.

아트아시아퍼시픽의 마스터즈 부편집장은 이 프로그램이 매우 잘 설계되어 있다며 “참가 큐레이터가 방문한 작가와 그 즉시 일을 하지 않더라도 그들을 알게 되고 기억하는 것은 반드시 장기적으로 효과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그는 문체부와 예경이 지난해에 이어 키아프×프리즈 서울과 공동 기획한 토크 프로그램 ‘2024 Kiaf SEOUL×KAMS×Frieze Seoul’에서 임민욱·제시 천 작가와 대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토크 프로그램은 지난 5~7일 삼성동 코엑스 2층 스튜디오 159에서 개최됐다. 특히 7일 열린 ‘공공-민간 협력: 갤러리와 비영리 기관의 콜라보레이션’ 토크에서는 정부 기금 예술 지원의 명암이 논의되기도 했다. 이 토크는 아트넷 뉴스 에디터인 앤드류 러세스가 진행하고 남 디렉터, 독립 큐레이터 루미 탄, 김성우 프라이머리 프랙티스 큐레이터가 패널로 참여했다. 2018년 광주비엔날레 공동 큐레이터이기도 했던 김 큐레이터는 “한국에서도 비영리 기관과 상업 화랑의 협업이 태동하기 시작했지만 기본적으로 영리와 비영리 부문의 구분이 강하며 비영리 부문은 정부 기금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토크 후 중앙SUNDAY 의 질문에 남 디렉터는 “미국에서는 정반대 상황”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 비영리 예술기관은 연간 예산의 15% 미만을 정부에서 받으며, 지원에 대한 경쟁이 치열하다. (...) 그래서 우리는 추가적으로 모금 행사, 한정 에디션 판매, 여행 프로그램 등을 통해 기부자를 구해야 하고, 또 상업 갤러리를 포함한 기업과 법인으로부터 후원을 받기 위해 그들과의 네트워킹에 많은 시간과 자원을 쏟아야 한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전시를 축소하거나 출판·교육 프로그램을 삭감해야 한다. 정부 기금에 의존하는 것이 나름의 문제도 있을 수 있으나 대신 연구·교육에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렇듯 이제 본격적으로 피어나고 있는 한국 현대미술 현장에 정부가 지원을 보태는 것에는 우려의 시선과 동시에 부러움의 시선도 있다. 성공적인 프로그램으로 손꼽히는 DIKA 같은 예를 보며 그 방향을 잡을 때다.

예술경영지원센터·중앙SUNDAY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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