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천재 작가가, ‘기생충’을 봤던 게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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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8.31. 오후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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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의 OTT 충전소] 넷플릭스 ‘침입자들의 만찬’
넷플릭스 제공


작가가 우리 영화 ‘기생충’을 봤다고 확신한다. 부잣집에 기생하는 사람들. 행동 하나하나가 사기를 치고 물건을 훔치는 일인데 너무나 자연스럽고 딱히 죄책감도 없다. 오히려 아슬아슬하면서 묘한 카타르시스가 있다. 그렇다면 결말도 ‘기생충’처럼 파국일까? 일본 엔티브이(NTV)에서 지난 1월 방영한 단편 드라마로 우리나라에서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침입자들의 만찬’이다.

다나카와 오가와는 가사도우미 업체에서 일한다. 두 사람은 뜬금없이 사장이 탈세하고 있다고 단정 짓는다. 과거 불륜 사건이 있었던 아이돌 출신 인플루언서 사장. “그래! 그 집에는 분명 탈세한 현금이 30억원쯤 있을 거야! 그렇다면 그 돈은 나쁜 돈이니까 우리가 훔치자!” 범죄 드라마를 많이 봤다는 이유로 또 다른 친구 에토까지 합류시킨다. 이들의 대화는 논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어처구니가 없다. “나쁜 사람의 돈은 훔쳐도 된다. 훔친 돈 일부를 기부하면 선과 악은 동점이 된다. 훔친 돈 중의 우리 몫은 기부를 위한 일종의 중계 수수료다!”

막상 사장 집에 들어가 보니 숨겨둔 돈 따위는 없다. 오히려 사장은 기부도 많이 하는 착한 사람이다. 세 사람은 허무하게 집을 빠져나오다가 또 생각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우리의 주거침입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몰래 청소해주자. 그러면 선행과 악행이 다시 동점이 되는 것이지.” 그렇게 세 여자는 주특기를 살려 청소를 해주고 유통기한이 지난 재료들로 만찬을 즐긴다. 그러나 그날 밤 이 집에 숨어들어온 사람은 이들만이 아니었다. 그리고 모두의 예상처럼 사장이 갑자기 집으로 돌아온다. 과연 하룻밤의 난장판은 어떻게 될까?

작가 바카리즈무를 빼놓고 이 드라마를 이야기할 수 없다. 단언컨대 이 사람은 천재다. 유명 코미디언이자 진행자이면서 드라마 작가로도 유명하다. 등장인물들이 모두 완벽히 선하지도 완벽히 악하지도 않다. 그런데 항상 사랑스럽다. 코미디언이 쓴 대본답게 긴박한 상황에서도 절대 유머를 잃지 않는다. 남의 집에 들어가 놓고 그 집 공기청정기가 자기 것과 똑같다며 환호를 지른다. 부잣집에 있는 물건을 나도 가진 것은 “나의 선택이 옳았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도둑질을 앞두고도 세 사람은 적절한 ‘도둑놈 패션’(?)에 대해 논쟁을 벌인다. 도둑질 중이지만 함께 식사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서로에게 고마워한다.

바카리즈무는 하나의 사건을 다양한 시점으로 재구성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 그러니 화면 멀리 지나가는 엑스트라에게서도 절대 시선을 떼지 마라. 한명도 빠짐없이 사건과 연관된 사람들이다. 작은 사건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도대체 이 하룻밤의 난장판은 어떻게 끝날까 하는 궁금증을 참을 수 없는 그 순간, 신박한 결말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기생충’이 대한해협을 건너 새롭게 태어나는 순간이다.

씨제이이엔엠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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