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은 선택의 여지 없는 ‘외길’이자 ‘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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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8.29. 오후 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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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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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기지사 인터뷰
‘기후환경에너지국’으로 확대
신재생에너지산업 육성 강화
도정 최우선은 ‘기후위기 대응’

기후보험 착안…기후 재난 피해 지원
2026년 광역 단위 최초 기후위성 발사
도민 RE100 추진…전기요금 절감해
김동연 경기지사는 “경기도는 기후테크 산업 역량이 가장 높은 지방정부다. 기후테크 전 주기 통합 지원체계를 구축해 2026년까지 대한민국 대표 100개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선발해 맞춤형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도, 온실가스 감축 목표도 모두 후퇴시켰다. 후퇴에 그치지 않고 이번 정부 임기 이후로 목표치의 상당 부분을 미루면서 책임을 회피했다. 그 결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한 ‘신재생에너지 생산 후퇴 국가’가 되고 말았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후위기에 맞닥뜨린 현 정권의 정책을 이처럼 신랄하게 비판한다. 김 지사는 “올해 초 다보스포럼에 갔을 때 한 국제기구 수장이 제게 ‘Leave Korea Behind’라는 표현을 썼다. 대한민국의 기후·에너지 정책이 여기서 더 뒤처지면 따라올 수 없을 거란 얘기였다.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이 얼마나 뒤처질지 뻔히 보이지 않느냐”며 “인구 1410만의 ‘작은 대한민국’인 경기도라도 다른 길을 가야 한다”고도 강조한다.

지난 14일 민선8기 후반기 중점과제를 밝히면서 전국 광역 단위로는 최초로 ‘기후위성(가칭 GGSat)’까지 쏘아 올리겠다고 밝힌 김 지사의 기후위기 인식과 대응, 과제 등을 ‘한겨레’가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왜 ‘기후도지사’를 자처하게 됐나?

“기후위기 대응은 선택의 여지 없는 ‘외길’이자 ‘새길’이다. 정권, 이념을 초월하는 지향이자 ‘뉴노멀’ 새로운 국제질서다. 환경적인 측면은 두말할 나위 없을뿐더러, 경제적으로도 필수 생존전략이 된 지 이미 오래다. 기후변화가 피할 수 없는 문제라면, 정면으로 부딪쳐 오늘의 위기를 내일의 성장 기회로 삼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다.

‘기후도지사’를 자처한 것은 경기도가 앞장서서 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기후위기 대응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민선8기 경기도는 기존의 환경국을 ‘기후환경에너지국’으로 확대 개편했다. 탄소중립 실현과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 등의 활동을 대폭 강화했다. 경기도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이 부차적인 문제가 아니라 도정의 최우선 순위이자 모든 정책의 필수 검토사항이다.”

-다양한 기후정책 분야 중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신재생에너지 전환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85%는 직간접적으로 에너지와 관련이 있다. 기존 화석연료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비중과 속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재생에너지 보급률(2.1%, OECD 평균 11.5%, 2021년 기준)이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방한한 엘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을 만났는데 “대한민국은 참 희한한 나라”라고 했다.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보다 더 비싼 나라가 전 세계에 4%인데, 한국이 그 4%에 속한다는 것이다.

‘아르이(RE)100’이 국제질서로 자리잡은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홀로 ‘씨에프(CF)100’(기업의 사용 전력 100%를 무탄소에너지로 공급하는 것으로 재생에너지 외 원자력 발전이 포함된다)을 주장한다. ‘기승전-원전’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방향을 알 수 없는 국정이다. 갈 길이 먼데, 정부는 출발은커녕 방향조차 제대로 못 잡은 것 같다. 너무나도 중요한 시기에 기후·에너지 정책조차 이념적 대결로 몰고 가는 지도자를 만난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지난 2022년 12월 집무실에서 나이젤 토핑 유엔기후변화협약(COP26) 기후변화대사를 접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제전문가의 관점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바라본다면?

“단적인 예로, 세계 반도체 시장 1위 삼성전자도 RE100 안 하면 수출 못 한다. 민간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한 RE100은 이제 사실상 강제력을 가진 글로벌 탄소규제다.

국내 기업들이 RE100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주요 수출 분야인 반도체, 자동차, 디스플레이 패널의 수출액이 각각 31%, 15%, 40% 감소할 수 있다는 게 정부 기관의 전망이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부족한 재생에너지 환경이 글로벌 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주저하게 하고 있다. 한국에 있는 글로벌 기업 164개사 가운데 66개사(40%)가 국내에서 재생에너지를 조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삼성, 에스케이(SK), 엘지(LG) 등 글로벌 대기업 역시 해외 사업장에서는 재생에너지 전환 목표를 이루었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충당에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세계는 지금 기후위기 대응을 매개로 새로운 가치동맹, 혁신동맹으로 재편되고 있다. 때를 놓치면 훨씬 큰 비용이 들어간다. 그동안 겪을 피해는 모든 국민의 몫이다. 정부가 안 하면 경기도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기후격차(Climate Divide)라는 표현을 만들었는데, 의미는?

“기후변화가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양극화로 인한 기후위기가 가속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개인은 물론, 기업과 국가 간에도 해당된다.

기후격차는 경제적 양극화로도 존재하고,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의 양극화로도 작용할 수 있다. 소득격차나 정보화격차를 해소하는 것만큼 앞으로는 기후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민선8기 도정 후반의 키워드가 사람중심경제 ‘휴머노믹스’다. 약자를 돌보는 인본주의 경제 실험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경기도 기후보험을 착안했다. 우선은 저소득층이나 고령자 야외노동자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기후재난에 따른 건강 피해를 지원한다. 2026년엔 3개의 기후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재난 대비, 농·축산업 분야, 도시 확장 및 개발 등 기후위기 대응 전략의 고도화를 꾀할 수 있다. 경기도에서만큼은 소득의 많고 적음, 기업의 규모, 노동환경에 따른 기후위기 위험도에 차등을 없애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경기도는 또 ‘경기 RE100 펀드’도 조성한다. 펀드를 모아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이에 가입한 도민들에게 나눠드리는 방식이다. 이 세 가지가 모두 대한민국에서는 최초로 시도하는 신규 프로젝트다. 사람을 위한 혁신, 도민을 위한 이익 이른바 ‘휴머노믹스’ 중에서도 ‘기후경제’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해 11월24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경기도 농촌 기후위기 대응 세미나\'에서 김동연 지사와 참석자들은 농촌지역의 기후위기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영농형 태양광 등 농촌 지역 탄소중립 실현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7월16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글로벌 RE100 압박과 한국의 대응\' 토론회에 참석한 김동연 경기지사(앞줄 오른쪽 넷째).

-지난해 발표한 ‘경기 RE100 비전’의 구체적 내용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까지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40%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제 임기 안에 공공기관 전력 소비량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먼저 전환하고, 원전 6기 규모인 9GW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도 확충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상업용 태양광 설치가 8% 줄었지만, 경기도는 18% 증가했다. ‘경기 RE100 비전’ 선포 1년 만에 공공·기업·도민·산업 4대 분야별로 구체적 성과를 거뒀다.

기업 RE100 분야에서 민간투자를 유치하고, 국내 최대 규모의 RE100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3월까지 계약이 이뤄지거나 예정된 민간투자 규모는 1100억 원(73㎿)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에스케이 이앤에스(SK E&S) 등 8개 민간투자 컨소시엄과 4조 원 규모의 산업단지 RE100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2023년 11월에는 삼성전자가 산업단지 내 45㎿ 태양광 시설에서 생산한 전기를 20년간 구매하기로 했다. 이는 국내 최대 규모의 RE100 공급계약이다.

이 밖에 일상이 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도민들이 직접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 전기요금을 절감하는 ‘도민 RE100’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올해는 정부가 관련 예산을 절반으로 줄였지만, 경기도는 2배로 증액해 아파트, 주택, 마을 등 모두 8천여 가구의 태양광 설치에 122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 청사에서는 일회용품이 완전히 사라졌던데?

“지난해 1월부터 도청은 물론 28개 모든 공공기관에서 일회용 음료 플라스틱 컵은 청사로 들어올 수 없다. 지난해 11월부터는 배달 음식도 다회용 용기로만 반입할 수 있는 ‘일회용품 제로 청사’다. 특히 올해 1월에는 민·관이 함께 ‘일회용품을 제로로! 경기도가 제대로!’라는 슬로건 아래 일회용품 저감 실천 선언식을 개최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11월 소비자 편의 증진 및 소상공인 부담 완화를 이유로 플라스틱 빨대, 일회용 종이컵 등 일회용품에 대한 규제를 철회했다. 유럽연합(EU)은 2021년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지침을 제정해 일회용컵과 플라스틱 비닐 등 10개 품목의 판매를 금지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한, 캐나다는 2022년부터 플라스틱 빨대와 일회용 식품 용기의 수입, 제조,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현 정부 정책은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고 있을뿐더러, 정부의 예고에 생산량을 늘렸던 종이빨대 업체들은 도산 위기에 몰렸다.”

지난해 11월24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경기도 농촌 기후위기 대응 세미나\'에서 김동연 지사와 참석자들은 농촌지역의 기후위기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영농형 태양광 등 농촌 지역 탄소중립 실현 방안을 논의했다.

`글로벌 RE100 압박과 한국의 대응\' 토론회에 참석한 김동연 경기지사와 참석자들이 `경기도가 앞장서서 RE100을 실현한다\'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있다.

-최근 관심받는 경기도의 ‘기후테크 정책’은 무엇인가?

“기후테크는 탄소중립 실현과 함께 경제성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경기도는 기후테크 산업 역량이 가장 높은 지방정부다. 전국 대비 기후테크 사업체, 종사자 수, 매출액 비중이 각각 29.2%, 27.4%, 28.8%이다. 전국 17개 시도 중 월등히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에 도는 기후테크 전 주기 통합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2026년까지 대한민국을 대표할 100개의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선발해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8개 엑셀러레이팅 과정과 3개 분야 사업화 자금 지원을 통해 기업의 성장 기반을 만들 계획이다. 또한, 우수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보유한 기후테크 기업에 공공기관과 대기업의 수요를 기반으로 기술 개념 검증과 사업화 연계를 지원한다.

사업 초기 자금난 해소를 위한 기후테크 스타트업 대상 특례 보증상품 운용, 탄소중립 펀드 조성(2024년 기준 2280억원), 민간 벤처투자사 및 글로벌 펀드와의 투자 매칭 등 기후테크 분야의 혁신 성장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발굴 중이다.

기후·에너지 정책은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시계(視界·Time Horizon)이다. 기후위기 대응은 논쟁이 있을 수도 없고, 지체할 수도 없는 생존전략이다. 이 위기를 반드시 기회로 만들어내야 할 책임이 저를 포함한 정치에 있다.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는 것은 물론 정부의 변화도 견인해 내겠다. 반드시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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