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소속 의원 전원이 참석하는 당 연찬회 시작 직후 인사말만 한 채 ‘다른 일정’을 이유로 자리를 떴다.
한 대표는 29일 오후 당 연찬회가 열리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짧은 인사말을 한 뒤 일정이 있다며 연찬회장을 떠났다. 한 대표는 일정 소화 뒤 연찬회장에 돌아왔는데, 대통령실이 주도하는 ‘의료개혁 관련 정부보고’ 및 질의 응답(총 80분)이 끝난 뒤였다.
정부보고 및 질의 응답은 한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의-정 갈등 해법을 두고 충돌한 뒤 갑작스럽게 연찬회 프로그램으로 잡혔다. 앞서 국민의힘은 질의 응답까지 모두 공개하겠다고 언론에 공지했으나, 이후 연찬회가 시작되자 정부보고만 공개하고 질의 응답은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친한동훈계와 친윤석열계, 대통령실 사이에서 의대 증원을 두고 날선 공방이 벌어질 경우 이 장면이 고스란히 공개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부보고에 참석한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의원들이 지역구도 있고 여러 말씀을 듣고 있을 것이다. 의료계 요청도 있을 테지만, 의료 현장을 보실 때 내가 확인한 곳이 전부라고 생각해선 절대 안 된다. 하나하나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의료계와 만난 뒤 내놓은 유예안을 그냥 따라가선 안 된다는 취지다.
이후 연찬회장에 돌아온 한 대표는 ‘당정 소통 기회였는데 왜 빠졌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당정 소통 문제를 자꾸 얘기하는 데 중요한 건 아니다. 누가 옳으냐보다 무엇이 옳으냐에 집중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연찬회에서 “의료 현장이 현재 관리 가능하다”고 말한 데 대해서는 “당국 판단이 맞았으면 좋겠지만 저는 심각하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 기자회견을 보았느냐는 질문에 “다 생중계로 보진 못했다”고 했다.
취임 후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계속 참석해온 윤 대통령은 이날 연찬회에는 처음으로 불참했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제가 평가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불과 석 달 전인 지난 5월30일 연찬회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기도 했다.
한편 한 대표는 이날 연찬회 인사말에서 “민심에 귀를 기울이고 그때그때 반응하며 민심을 정부에 전하자”고 했다. 한 대표는 하루 전엔 증원 중재안 충돌과 관련해 “당이 민심에 맞는 의견을 (대통령실에) 전해야 한다”고 했다. 의원들에게 당정 관계 변화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