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편한 인물 발탁하는 쇄신이어야 대통령 바뀌었다 느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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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중동 사태에 따른 긴급 경제·안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주 총리와 비서실장에 대한 후임 인선을 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참패 후 사의를 표명한 총리와 비서실장에 대한 후임 인선에 들어갔다. 총리 후보에 국민의힘 중진인 권영세·주호영 의원과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비서실장에는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과 함께 장제원 전 의원,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거론된다.

윤 대통령은 총선 후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겠다”고 했다. 그것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첫 조치가 인사다. 그런데 거론되는 이들 상당수는 윤 정부에 참여했거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특히 장 전 의원과 이 전 위원장,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수족처럼 움직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개개인의 자질을 떠나 과연 윤 대통령이 듣기 싫어할 소리를 하며 ‘노(no)’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선거에 지고도 변한 게 없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주로 검찰 출신이나 ‘내 편’, 말 잘 듣는 측근들을 정부 요직에 앉혔다. ‘검찰 공화국’ ‘서오남(서울대 출신 50대 남성) 내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인재 풀은 좁고 국민이 수긍할 만한 인사는 별로 없었다. 국정에 대한 건전한 비판이나 현장의 국민 목소리는 대통령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대통령의 일방적 지시를 따르는 데 급급했다.

대통령이 제대로 쇄신하려면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 잘못된 일에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총리와 비서실장에 앉혀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이 오만과 독선에서 벗어나 정말 소통하고 변하려 한다고 국민들이 여길 것이다. 그러면 야당도 함부로 반대하기 힘들 것이다.

대통령실은 15일 전후로 예상되던 인선 발표 시기를 뒤로 늦출 것이라고 한다. 다양한 후보군을 놓고 신중하게 적임자를 선택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국민들은 이번 인적 쇄신을 통해 대통령의 인식 변화를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정권 감사까지 했던 이회창 전 감사원장을 총리로 발탁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정권에 비판적 발언을 자주 했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총리로 내세웠다. 윤 대통령도 자신의 경쟁자나 비판자를 발탁하는 결단을 보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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