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익수의 닥치GO] 당신의 '산타 동심'은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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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익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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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어른들에게 "창턱에는 제라늄 화분이 있고 장밋빛의 벽돌로 지어진 집을 보았어요"라고 말한다면 그들은 그 집이 어떤 집인지 상상하지 못한다. 그들에겐 "십만 프랑짜리 집을 보았어요"라고 말해야만 한다. 그러면 그들은 "아, 참 좋은 집이구나!" 하고 감탄할 것이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라는 책에 나오는 구절이다.

크리스마스를 코앞에 두고 '산타 할아버지' 스토리를 떠올리다 보니 문득 어린 왕자의 한 문장이 생각났다. 내친김에 어린 왕자식 간단한 동심 측정법을 소개해 드린다. 아래 두 종류의 산타 관련 뉴스를 보자.

1. 산타의 경제학적 분석

딱, 어른용 뉴스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분석한 '산타 속도' 결과다. 이거, 꽤나 흥미롭다. 포브스는 25일 크리스마스 하루 동안 5억가구를 돌아야 할 것으로 추산한다. 선물 배달 제한 시간은 총 42시간 남짓(러시아 기준 이브 일몰~알래스카 기준 크리스마스 일출). 물리적으로 내야 할 방문 속도는 한 집당 0.0003초씩이다. 이때 사슴 썰매의 속도는 초속 2200㎞가 나와야 한다.

2. 수상한 위치추적

다음 뉴스는 동심이 군부대의 마음을 움직인 크리스마스의 기적 스토리. 우주의 위성 상황, 심지어 핵전략폭격기의 움직임까지 체크하는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노라드)'라는 조직이 있다.

연말, 이곳은 더 바빠진다. 매년 '특별한 미션' 수행을 위해서다. 그 미션이란 게 산타의 위치 추적이다. 임무의 시작은 매년 12월 24일 0시, 시작점은 북극. 이후 전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거미줄 방공레이더망을 활용해 '산타클로스'의 위치 추적을 진행한다.

말도 안 되는 이 황당한 서비스의 시작은 더 어이가 없다. 때는 1955년. 한 어린이가 우연히 살벌한 임무를 수행하는 노라드에 전화를 건다. 수줍게 "산타와 통화하고 싶다"고 말한다. 당시 전화를 받은 사령부의 한 대령, 그만 이 엉뚱함에 넘어가고 만다. "통화는 할 수 없지만 위치는 알려줄 수 있다"고 답을 했고, 그게 매 연말 산타 위치 추적의 시발점이 된 것이다. 이는 무려 70년째 이어지고 있다. '산타 동심'을 간직한 수억 명의 사람들이 매년 이 사이트를 통해 동심의 순수함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부터는 측정 결과에 대한 판단법이다. 어떤가. 1번 뉴스가 흥미롭다면 당신, 어른이다. 어린 왕자의 '감성'이라면, 당신의 동심이 안녕하다면, 2번 뉴스에 가슴이 뭉클해졌을 게다.

그나저나 산타는 한층 살벌해진 한국땅을 밟기나 하실까. 뜬금없이 궁금해진다. 계엄과 탄핵사태 여진이 심각한 '비상상황'임을 감안하면 두 가지 예측이 가능하다. 세계 각국에서 발령한 긴급 여행경보를 뚫고 한국행을 감행한 경우다. 크리스마스 아침 눈을 뜬 우리 아이들은 머리맡 선물꾸러미를 보고 함박웃음을 지을 것이다. 정국 불안에 한국행을 접으신다면?

안되겠다. 이런 것까지 계산하는 걸 보면, 본 기자도 영락없이 '어른'인가 보다.

이참에 1번 뉴스가 와닿는 전국의 '어른들'에게 고한다. 비상시국이고 뭐고, 제발 우리 아이들 동심만큼은 파괴하지 말자고. 그런 의미에서 이번 크리스마스엔 노라드의 레이더망을 절묘하게 피해, 자식들 방에 잠입, 어린 왕자 책이나 한 권 두고 오는 건 어떠실지.

[신익수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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