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파
뇌파(腦波, brain wave, neural oscillation)는 신경계에서 뇌신경 사이에 신호가 전달될 때 발생하여 측정 가능한 파동 형태의 신호이다. 심신의 상태에 따라 각각 다르게 나타나며 뇌의 활동 상황을 측정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이다.
뇌파는 뇌전도(EEG)를 통해 전기적으로, 뇌자도(MEG)를 통해 자기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두개부착형 뇌전도(scalp-EEG)로, 정신과 및 신경과에서 뇌 손상이나 뇌전증 등 여러 질환을진단하거나 뇌사를 평가할 때 사용된다. 뇌전도는 다른 종류의 뇌영상 기법과 함께 사용할 수 있다. 신경과학자와 생물정신의학자들은 사람이나 동물이 실험 중 통제된 행동을 수행하는 동안 뇌파를 측정하여 뇌의 기능을 연구하는 데 뇌전도를 사용한다. 수면에 관한 이론은 종종 잠든 동안 뇌전도 패턴을 바탕으로 한다. 뇌전증 진단에도 사용한다.
역사
[편집]리버풀의 개업 내과의사 리처드 카튼(Richard Caton, 1842년~1926년)이 1875년 토끼와 원숭이의 대뇌반구에서 발견한 전기적 현상을 기록하여 보고하였는데, 이것이 현재 알려진 뇌파에 대한 가장 최초의 기록이다. 그로부터 40여년 뒤 1913년, 러시아 생리학자 블라드미르 블라드미로비치 프라디치-레민스키(Vladimir Vladimirovich Pravdich-Neminsky)는 최초의 뇌전도와 포유류(개)의 유발 전위(evoked potential)를 보고하였다.
사람의 뇌전도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인물은 독일의 생리학자 한스 베르거이다. 그는 1920년 인간 뇌전도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였다. '뇌전도'라는 용어도 그가 처음 제안하였다. 그의 연구는 후에 에드가 더글라스 아드리안(Edgar Douglas Adrian)에 의해 확장된다.
1950년대 영국 내과의사 윌리엄 그레이 월터(William Grey Walter)는 뇌전도 지도(EEG topography)라는 장치를 만들어냈다. 이것은 뇌의 표면에 걸친 전기적 활동을 지도로 만들어준다. 뇌전도 지도는 1980년대 짧은 인기를 누렸으며, 정신의학을 위한 것처럼 보였다. 당시 신경학자들은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현재는 신경학자, 심리학자, 신경과 의사 등 각개의 전문가들에 의해 중요한 연구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뇌파의 종류
[편집]뇌파는 매우 복잡한 패턴으로 나타난다. 뇌의 영역별로 세포구조(cytoarchitecture) 및 분포하는 신경세포의 종류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주파수의 조성과 각 주파수가 나타내는 기능적인 면이 서로 다르다. 각 주파수별로 서로 다른 종류의 파원을 가지며, 각 파원이 모두 기능적으로 동일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뇌파는 파형 그대로 관찰하기보다는 주파수에 따라 분류하는 파워 스펙트럼 분석을 이용하거나, 사건 관련 전위를 연구한다. 파워 스펙트럼 분석은 뇌파가 특정 주파수로 진동하는 단순 진동들의 선형적 결합이라고 가정하고, 이 신호에서 각각의 주파수 성분을 분해하여 그 크기(또는 파워)를 표시한 것이다. 이 때 각 주파수 성분마다 나타내는 기능과 생리가 서로 다르다고 여겨진다.
주파수 영역은 저주파 대역부터 델타, 세타, 알파, 베타, 감마파로 주로 구분한다. 감마파를 제외한 나머지 주파수 대역의 신호는 뇌파가 동조할 때 가장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여겨지며, HGA (high gamma activity) 등은 활동전위가 여러 신경세포에서 폭발적으로 나타날 때 관측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각 주파수를 나누는 기준은 학자마다, 그리고 연구의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
델타파
[편집]0 Hz ~ 4 Hz 구간의 뇌파를 델타파라고 한다. 가장 낮은 주파수이기 때문에 사람의 움직임 등에 의해 신호가 오염되는 경우가 잦다. 수면시 발생하기 때문에 "수면파"라고도 불린다. 의식이 사라질 때 델타파의 진폭이 높아지는 현상이 주로 관찰된다.[1]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영역 사이의 정보 전달에 사용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세타파
[편집]4 Hz ~ 8 Hz 구간의 뇌파를 세타파라고 한다. 잠에 빠져들 때 나타나기 때문에 "졸음파" 또는 "서파수면파(徐波睡眠波)"라고도 부른다. 해마에서 세타파의 기능적인 역할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해마에서 세타파와 감마파의 동조가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져 있다.
알파파
[편집]8 Hz ~ 13 Hz 구간의 뇌파를 알파파라고 한다. 주로 심신이 안정되어 있고 정신활동이 적을 때 나타난다. 즉, 주의를 집중하거나 고등인지활동을 할 때 알파파가 감소한다. 눈을 감았을 때 후두엽에서 알파파의 진폭이 크게 증가하는데, 이러한 특징 때문에 가장 먼저 정신기능과의 주목되었고 또 기록되었다. 가장 먼저 보고되었기 때문에 알파파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운동 영역에서는 알파파를 세분화하여 뮤파와 SMR파(Sensorimoter Wave)를 따로 구분하기도 한다.
알파파의 발생 가설에는 몇 가지가 존재하지만 앤더슨(Andersen) 등의 가설에서는 피질의 알파파는 시상으로부터의 입력에 의한 것으로 본다. 이 때 시상에 존재하는 일종의 페이스메이커가 뇌파를 형성하고, 시상의 반회성 억제 뉴런의 활동이 주파수를 결정한다고 본다. 즉 시상뉴런군에 발생하는 탈분극, 과분극으로 이루어진 시냅스후전위의 율동성 진동에 의해 만들어진다. 뇌파율동 주파수는 시상뉴런의 막전위 수준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누네즈(Nunez) 등의 설에서는 피질과 피질 사이를 연결하는 긴 연합 섬유에 의해서 생긴다고 본다.
베타파
[편집]13 Hz ~ 30 Hz 구간의 뇌파를 베타파라고 한다.일상적인 각성 상태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운동 영역에서는 베타파의 ERD(event-related desynchronization)이 나타난다.
감마파
[편집]30 Hz 이상의 뇌파를 감마파라고 한다. 감마파부터는 교류전류로부터 발생한 60 Hz의 정수배 신호의 노이즈가 섞여 들어간다. 고주파로 갈수록 개별 활동전위를 반영하는 것으로 여겨지며, 이들을 HGA (high gamma activity)라 한다. 100 Hz 이상에서는 두개외 뇌전도로 측정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병리학적으로는 ripple과 fast ripple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이들을 HFO (high-frequency oscillation)라고 하며 뇌전증 발작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생리학적 기전
[편집]감마파 중 고주파 대역인 HGA를 비롯해 그 이상의 대역인 ripple 및 fast ripple은 활동전위의 버스팅(bursting)과 연관성이 있다는 점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이 고주파 영역은 대뇌 피질의 가장 바깥인 Layer 1에 위치한 국소적 회로에서 정보를 처리할 때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반면 보다 저주파 대역의 신호는 피라미드 세포 등 피질의 심부에 위치하여 서로 다른 영역끼리 정보를 주고받을 때 관여하는 세포들의 동조에 의해 증가하고, 비동조에 의해 감소한다고 여겨진다. 해마의 세타파의 경우에는 연합뉴런의 일종인 바구니 세포(Basket cell)의 동조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이들이 여러 세포들의 활동전위 버스팅을 조절하기 때문에 세타-감마 동조가 발생한다는 가설이 제시된 바 있다. 이외에도 주파수가 멀리 떨어진 영역 사이에 신호를 주고받는 빈도와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있으며, 이는 또다시 신호를 주고받는 영역 사이의 거리와도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있다.
같이 보기
[편집]각주
[편집]- ↑ Frohlich, Joel; Toker, Daniel; Monti, Martin M. (2021년 9월 4일). “Consciousness among delta waves: a paradox?”. 《Brain: A Journal of Neurology》 144 (8): 2257–2277. doi:10.1093/brain/awab095. ISSN 1460-2156. PMID 336935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