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극한직업 빌라 건축주 - 28. 35세대 건축공사 자금확보

2024.08.30. 오전 9:00

김경만

28. 35세대 건축공사 자금확보

극한직업 빌라 건축주

2016년 7월 19일 화요일 맑음

“일금 삼십억 원”

몽블랑 마이스터튁 149 백금 펜에서 검은색 잉크가 흘러나와 ‘대출금액’ 공란을 적셨다. 삼십억 원이었다. 동석한 동진신협 현 팀장이 “만년필이 좋아 보입니다?”라고 말했다. 서명을 하던 마이클이 얼굴을 들어 “이거? 몽블랑 제품 중 최고야.”라고 대답했다. 옆자리에는 서기를 하는 여직원, 오른편에는 신우건설 김 대표가 반팔셔츠를 입고 긴장한 자세로 앉아 있다. 마이클의 왼손 팔목에 감은 롤렉스 데이저스트 시계와 호랑이 부조 무늬의 커다란 반지가 번쩍거렸다.

동진신협에는 11시 정각에 도착했다.

하늘색 스트라이프 셔츠를 입다 짜증이 났다. 미조사에서 맞춘 셔츠들은 죄다 목이 조여질 정도였는데, 더욱 심했기 때문이었다. 단추를 잠그지 않고 넥타이 매듭을 멨다. 진청색에 사선으로 와인색이 들어가 있는 무늬였다. 차는 이탈리안 레드 벤츠 SLK 로드스터를 선택했다. 거칠게 가속 페달을 밟을 때마다 보닛 위에 있던 먼지들이 떨어져 나갔다.

신우건설 김 대표가 동진신협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마이클이 운전석 유리창을 내리고 “일찍 오셨네요?”라고 인사를 한 후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 관리인이 “신협은 건물 앞에 주차해야 하는데 상무님 뵈러 왔다니 주차하게 합니다.”라고 말했다. 강 상무와 현 팀장은 다른 고객과 대화 중이었다. 대화가 끝나자 마이클에게 다가와 “이쪽으로 오시죠?”라고 자리를 안내한 후, 음료수 한 잔을 들고 들어왔다. 그 사이 마이클은 준비해 온 서류를 책상 위에 펼쳤다. 김 대표도 아예 법인 도장까지 가져와 서류의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고치고 도장을 찍었다.

금리 이야기가 나왔다.

“이율은 4.5%입니다. 그리고 취급 수수료가 1,5 있고요?”

년 4.5% 금리는 매우 좋은 조건이다. 그런데 취급 수수료 1.5%는 좀 과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수수료 좀 낮춰 보시죠? 우량 채무자잖아요?”고 말하자, 현 팀장이 “이 정도 금리는 서울 쪽입니다. 아르헨티나는 좀 더 높게 나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사장님은 서울 금리를 적용했으니 괜찮은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마이클이 “정말인가요?”라고 재차 물었다. 현 팀장이 “그럼요.”라고 대답했다. 그러니 더는 딜을 할 수 없었다. 담보 물건도 피렌체 피렌체빌딩과 울란바토르 피렌체하우스, 크레타 아파트까지 모두 설정하기로 했다. 서명할 내용이 많아 만년필의 잉크가 떨어졌다. 현 팀장이 신협 조합원 가입서 등 서류를 내밀며 “이것은 다른 펜으로 하셔도 됩니다.”라고 말했고, 파란 잉크의 몽블랑 마이스터튁 145 만년필이 사용되었다. 그런 후 “30억 빌리는 기념으로 사진이나 찍어야지?”라고 말하며 닥터 백에서 셀카봉을 꺼내 셀카를 찍었다. 그러자 모두 “우하하하~~” 유쾌하게 웃었다. 그렇게 서명을 마치고 여직원에게 “개인 중 대출을 제일 많이 한 사람은 얼마까지 했나요?”라고 물었다. 여직원이 “개인 대출 최고 한도가 30억입니다. 사장님이 지금 그걸 하셨구요?”라고 대답했다.

마이클이 은행을 나서며 김 대표에게 식사를 제안했다.

“식사나 하시죠?”

김 대표가 “제가 다른 곳에 가봐야 해서요?.”라고 말했다. 마이클이 “그렇군요. 그러면 다음에 하죠?”라고 인사하고 지하 주차장으로 향하면서 현장소장 준열에게 전화를 걸어 “은행에서 나와 아르헨티나 가는 중이야. 점심 안 먹었으면 나하고 먹어요?”라고 말했다.

프리미엄 구독자 전용 콘텐츠입니다.

붇옹산의 부동산스터디 구독으로 더 많은 콘텐츠를 만나보세요!

많이 본 콘텐츠

전주 월요일 00시부터 일요일 24시까지 집계한 결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