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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주 오거스타에 있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클럽하우스. 사진 AP연합

최진하 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경기위원장은 지난해 여름 용인대 대학원에서 ‘골프 규칙의 진화 과정에 관한 연구–형평성 이념(equity)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체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이 논문을 완성하기 위해 지난해 2월, 7년간 재임한 KLPGA 경기위원장에서 물러났다. 논문에서 그는 ‘골프는 진실을 추구하는 게임인가?’라고 묻는다. 예를 들어 공이 러프 속으로 사라졌다는 ‘진실’을 알더라도 3분 이내에 그 볼을 찾지 못하면 그 볼은 ‘사실’상 분실된 볼로 처리된다. 결국 골프는 형평성이란 틀 위에서 최대한의 진실을 추구하는 게임인 것이다.

그는 서강대 정치외교학과와 킹스칼리지런던 대학원을 수료한 정치학도로 출발해 출판 업계에서 골프의 역사와 규칙에 흥미를 가져 골프 박사가 된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세계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영국 R&A와 미국 USGA(미국골프협회)의 레프리 스쿨을 모두 이수하고 두 기관으로부터 최고 등급을 획득했다.


이런 그가 올해 초부터 PGA투어 6개 대회와 마스터스를 직관하고 토리 파인스, 와이아르에, 리비에라 등 세계 유명 10개 코스를 탐방하고 돌아왔다. 그는 ‘코스 읽어주는 남자’라는 콘셉트로 서너 권의 골프 책을 쓰고 싶다고 했다. 코스 설계 관련 서적도 50권 정도 주문해서 탐독하고 있다.


매년 마스터스를 전 세계의 골프 축제로 만든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이야기부터 들어본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4월 11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개막한 마스터스 토너먼트 1라운드 12번째 홀에서 많은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세계 최고의 클럽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오거스타 내셔널을 특별하게 만든 역사적인 결단이 있었다고 한다.


“1934년에 첫 대회가 개최되었으니 올해가 90주년이면서 88번째(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미개최) 마스터스였다. 첫 번째 결단으로는 아웃 코스와 인 코스를 바꾼 것이다. 첫 대회가 끝나자마자 출발 순서를 바꿨다. 기상 조건이 일차적인 원인이었다. 서리가 끼는 시기라서 그늘이 있는 낮은 지대에 있는 홀보다는 높은 지대에 있는 홀부터 출발하면 좋겠다는 이유로 아웃-인 코스를 바꾸게 되었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로는 현재의 인 코스가 더 어렵게 플레이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아웃 코스에는 5번 홀 이외에는 드라마를 가져올 홀이 없다. 반면에 인 코스에는 아멘 코너라고 불리는 홀들이 있다. 스릴과 드라마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아웃 코스에는 물이 없지만 인 코스에는 물이 5개 홀(11, 12, 13, 15, 16번 홀)에 걸쳐서 있다. 보비 존스의 언급처럼 볼이 물에 빠지는 것은 비행기 추락 사고(a plane clash)에 비유할 수 있다. 상처 없이는 탈출이 불가능하다. 추락은 각본 없는 드라마를 쓰게 된다. 두 번째 결단으로는 대회 명칭을 바꾼 것이다. 1차 대회는 오거스타 내셔널 초청 대회(Augusta National Invitation Tournament)였다. 1940년부터 마스터스 토너먼트(The Masters Tourna-ment)라는 명칭으로 대회가 개최되었다. 그저 그런 초청 대회가 아니라 명인들의 각축장이 된 것이다. 이러한 두 결단으로 인 코스의 아멘 코너와 마스터스라는 환상적인 조합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아웃 코스에서 예열을 마친 명인들은 인 코스 아멘 코너에서 결정적 시험을 거쳐 우승자를 가리게 된다는 공식이 성립하게 된다. 그러므로 아멘 코너가 없는 마스터스는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된것이다.”

콜린 모리카와가 4월 14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마스터스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16번 그린으로 걸어가고 있다. 사진 UPI연합


유리알 그린도 마스터스의 명성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보는데, 그 비밀은 어디에 있을까.


“그린 스피드가 4.3m까지 나온다고 하는데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창립자이면서 설계가인 보비 존스는 홀을 직접 공략할 수 있는 부드러운 그린을 싫어했다. 빠르고 단단한 그린이야말로 진정한 고수를 가릴 수 있다고 믿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그린은 초기에 버뮤다 잔디로 조성되었다. 엽폭이 넓어서 스피드가 느린 편이었다. 이를 만회하고자 그린의 굴곡을 좌우상하로 심하게 조성했다. 1980년대부터 그린 잔디를 잎이 가느다란 벤트로 바꾸었고, 더 짧게 깎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린 스피드를 더 빠르게 만들 수 있었다. 문제는 단단함인데 이는 수분의 양으로 조절하게 된다. 단단하면서도 빠른 그린에서는 홀을 뚫을 수 있는 구역(소위 cup zone)이 좁고 한정되어 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그린에서 내리막 퍼팅을 절대적으로 피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린이 빠르고 단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2~3단 그린에서 위에서 아래로 퍼팅을 하는 경우에는 거리 조절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보기를 피할 수 없다. 그린의 굴곡-그린의 경도-잔디의 밀도와 예고(잔디를 깎는 높이)-빠른 스피드 간 상관관계라는 고차원 방정식을 푸는 방법이나 기술은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 세계 최고라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일반적으로 4.0m의 빠르고 단단한 그린을 하루만 유지해도 그린 잔디는 죽어버릴 가능성이 큰데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유리알 그린은 경이로운 사실이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전설에 유리알 그린은 빼놓을 수 없다고 본다.”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4월 14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에서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우승한 뒤 지난해 우승자 욘 람이 입혀주는 그린재킷을 입고 있다. 사진 로이터연합


명성을 유지하게 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끊임없는 진화 과정이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겨울용 골프 코스다. 여름을 견딜 수 없다. 마스터스가 끝나면 다음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휴장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시즌이 끝났기에 자연스럽게 골프클럽은 휴장하게 된다. 이 기간에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진화해 왔다. 매년 코스를 더 좋게 변모시킨다(Make the course better)는 모토가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명성을 유지하는 마지막 열쇠(key)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진화 과정에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역량이 모두 투입되고 있는 것이다. 


외부의 좋은 아이디어도 집결되어 있다. 맥스웰의 그린 조성, 존스 시니어의 호수(lake) 조성, 톰 파지오의 나무 식재, 니클라우스의 그린 마운드 조성 등 저명한 코스 설계자들의 창조적 아이디어를 반영하여 코스를 끊임없이 개조하고 있다. 홀들의 전장도 계속 늘어났는데, 어느 정도는 한계에 봉착한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린을 뒤로 옮겨서 코스 전장을 늘리자는 아이디어가 있을 정도다. 못 말리는 진화 DNA가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주변에는 활발하게 자라고 있다. 최고의 코스를 준비하여 명인들을 테스트하여 최고의 명인을 뽑자는 생각과 끊임없는 실천이 마스터스를 메이저 중의 메이저로 만들었고, 최고의 골퍼라면 반드시 참가해야 하는 메이저 대회로 만든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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