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 아낀다고 아끼는데 나가는 돈은 그대로다. 아니, 오히려 더 많아진 것 같다. 버는 돈은 없는데 나갈 돈만 줄을 선 것 같다.” 강준석(57·가명)씨는 지난해 9월 희망퇴직을 선택했다. 25년 동안 쉼 없이 일한 만큼 ‘당분간 쉬면서 하고 싶은 걸 하자’는 생각이었다. 퇴직금과 그동안 모아둔 투자자산을 합치니 7억원 남짓. 국민연금이 나오기 전까지의 ‘소득 공백기(데드 브릿지)’가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아껴 쓰면 충분할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은퇴 후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불안감이 커졌다. 통장 잔액이 줄어드는 속도가 자신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강 씨는 “은퇴하면 소비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줄 알았다”며 “그런데 막상 은퇴하고 보니 나가는 돈이 더 많아졌다”고 토로했다. 부담되는 지출 1순위로 떠오른 ‘식비' 통계를 보면 은퇴를 앞둔 50대의 소비 구조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식료품(식비) 증가가 두드러진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50대 가구의 연간 소비지출은 2016년 2936만원에서 2024년 3964만원으로 8년 새 3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식료품(식비) 지출은 773만원에서 1251만원으로 61.8% 급증했다. 전체 소비 증가율의 두 배에 가깝다. 주거비는 29.8% 늘었고, 의료비는 22.6% 증가했다. 반면 통신비는 오히려 2.7% 줄었다. ‘줄일 수 있는 지출’은 이미 줄인 상태에서, 줄이기 어려운 생활비가 빠르게 불어난 셈이다. 연령대별로 봐도 비슷한 흐름이다. 2016년 대비 2024년 소비지출 증가율은 30대(21.0%)보다 50대(35.0%), 60대(53.7%)에서 더 가파르다. 은퇴 이후에도 소비는 줄지 않고 오히려 생활비 성격의 지출이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소비가 구조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무작정 줄이거나, 반대로 ‘써도 된다’고 합리화하는 접근 모두 위험하다”며 “지출의 성격부터 다시 나누는 작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