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부인해도 '안 믿어'... 극우 '정론지' 떠오른 이 매체

입력
기사원문
오세운 기자
TALK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스카이데일리 '중국인 간첩 체포 및 압송설' 보도
민간인에서 중국인 간첩설까지... 음모론 재생산
선관위·주한미군 "스카이데일리 보도, 모두 거짓"
"포털 내부 기준 세워 가짜뉴스 언론사 정비 필요"
인터넷 매체 스카이데일리는 지난 16일 경기 수원시 소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연수원에서 중국인 간첩 99명이 주한미군에 체포돼 압송됐다는 기사를 보도했으나 주한미군은 '완전히 거짓'이라고 부인했다. 사진은 스카이데일리 17일자 후속 보도 화면과 주한미군의 엑스(X) 공식입장, 선관위 현판 등을 합성한 것. 스카이데일리, X 캡처


'선거연수원에서 체포된 중국인 간첩 99명이 주일미군기지로 압송됐다.'

인터넷 매체 스카이데일리가 지난 16일 보도한 자칭 '특종' 기사다. 이 매체는 12·3 불법 계엄 당시 계엄군이 미군과 공동 작전을 펼쳐 경기 수원시 소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연수원에서 99명의 중국인 간첩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가 급속도로 확산되자 이례적으로 주한미군은 물론 미국 국방부까지 나서서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스카이데일리는 보도 내용이 사실이란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히려 '체포된 중국인들이 한국 내 여론조작에 관여했다고 미 정보당국에 자백했다' '중국 간첩들이 한국 실업급여를 받았다' 등 근거 없는 후속 보도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선관위의 고발로 경찰이 23일 이 매체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결국 허위 보도로 판명날 가능성이 높은 이 보도가 어떻게 이뤄졌으며, 이런 매체에 대해 어떤 사회적 조치가 필요한지 짚어봤다.

민간인→중국인→중국 간첩 해커... 음모론 확산

지난달 25일 올라온 유튜브 신인균의 국방TV 영상. 계엄 당일 선관위 연수원에서 감금된 인원의 신원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신인균의 국방TV 유튜브 캡처


발단은 지난해 12월 23일 주간지 '시사IN(시사인)'의 보도였다. 이 매체는 계엄 당일 선관위 관계자와 민간인 등 90여 명이 외부 출입이 통제된 채 감금된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 이틀 만에 극우 유튜브를 중심으로 음모론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구독자 149만 명의 유튜브 '신인균의 국방TV'는 같은 달 25일 올린 영상에서 "시사인이라고 하는 좌파 언론이 똥볼을 찼다"면서 "민주당과 선관위가 감추려던 사실이 폭로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연수원에 갇힌 민간인은 사실 중국인'이라고 주장한 포털 뉴스 댓글들을 인용했다. 신씨는 "일각에서는 '당시 연수원에 감금됐던 인물들이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는 이유는 한국인이 아니거나 어딘가로 연행됐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며 음모론을 확대·재생산했다.

처음 보도됐던 연수원 내 민간인은 어느새 '중국인 해커'로 와전됐다. 이튿날인 26일 스카이데일리는 '선관위연수원 중국인 해커부대 90명 누구인가'라는 김태연 전 명지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기명 칼럼을 게재했다. 김 교수는 칼럼을 통해 "수원 선관위연수원의 90명의 중국인 해커부대가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극우 유튜버와 언론사가 허위 정보에 추측을 더해 계속 살을 붙였고, 결국 '중국인 간첩 주일미군기지로 압송'이라는 보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주한미군 "스카이데일리 보도는 거짓"

주한미군사령부는 20일(현지시간) 공식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한미 군 당국이 경기 수원시 선관위에서 체포한 중국인 간첩들을 주일미군기지로 압송했다’는 한국 극우 매체 스카이데일리의 보도는 "전부 가짜"라고 전면 반박했다. 2025.1.20 엑스


선관위는 스카이데일리 보도 다음 날인 17일 기사 내용을 전면 부인하는 입장문을 냈다. 선관위는 "당시 선관위 공무원을 대상으로 교육과정이 운영된 가운데, 공무원 및 외부강사 96명이 숙박하고 있었고 계엄군은 선거연수원 청사 내로 진입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20일엔 스카이데일리와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공무집행방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주한미군도 이례적으로 스카이데일리의 보도 내용을 반박했다. 주한미군 사령부는 20, 21일 잇따라 엑스(X)를 통해 "(스카이데일리의 보도는) 모든 것이 거짓이다" "주한미군, 주일미군, 미 국방정보국(DIA), 미 국방부(DOD) 어느 곳도 그러한 행동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일부 누리꾼이 '어떤 매체의 보도가 사실이 아니냐, 스카이데일리냐 JTBC냐'라고 묻자 '스카이데일리가 거짓이다'라고 재차 확인까지 해 주기도 했다.

언론 관계기관도 스카이데일리에 대한 조치 검토에 들어갔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스카이데일리는 위원회의 신문윤리강령 등 준수를 서약한 언론사 중 한 곳으로, 현재 자체적으로 심의를 하는 중이고 다음 달 윤리위원회에 상정돼 결론이 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중재위원회 역시 선관위의 스카이데일리에 대한 정정보도 청구 건을 접수해 담당부서에 배당한 상태다.

尹 대통령 측, 헌재에서 음모론 인용 논란

16일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관련 헌법재판소 2차 변론 기일에서 윤 대통령 측 배진한 변호사가 스카이데일리의 보도 내용을 인용해 발언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사실 관계가 불명확한 내용을 왜 인용하느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온라인 캡처


그러나 이 같은 반박에도 스카이데일리는 오히려 주한미군의 공식 입장을 무시하는 취지의 추가 보도를 내놨다. 스카이데일리는 22일 '한국 선거조작 中간첩단 분리 수용'이라는 제목의 후속 기사를 보도하며 ①한·미 공동작전에는 DOD 산하 DIA가 관여해 주한미군이 확인해 줄 위치에 있지 않으며 ②'선관위 중국인 체포 및 압송 작전'은 당시 트럼프 당선인이 관여한 사안으로 바이든 전 정권에서는 사실 확인이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역시 전혀 신빙성이 없는 반론이란 비판이 나온다. ①주한미군은 이미 'DIA와 DOD 모두 작전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발표했으며, DOD도 주한미군과 입장 차가 전혀 없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②'트럼프 측이 작전에 개입했기에 바이든 전 정권에서는 확인이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 또한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했음을 감안하면 근거가 빈약하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취재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카더라' 뉴스로, 상식으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이러한 가짜뉴스는 대통령 탄핵 심판 재판에서 진술로 활용될 정도로 확산했다. 윤 대통령 측 배진한 변호사는 16일 열린 2차 변론기일에서 "메이저 신문사는 아니지만, 수원 (선관위) 연수원에 있던 중국인들 90명이 오키나와 미군 부대 시설 내에 가서 조사받았고, 부정선거에 대해 자백했다는 뉴스가 나왔다"고 말했다. 대통령마저 사실관계가 불명확한 음모론에 기댄 것이다.

스카이데일리의 중국인 간첩 주한미군 압송 기사가 가짜뉴스이니 믿으면 안 된다는 주장에 대해 한 누리꾼이 "왜 가짜라고 단정하느냐"며 항의하고 있다. 엑스(X) 캡처


윤 대통령 지지자 상당수는 주한미군의 부인에도 스카이데일리가 정론을 보도한다고 믿는다. 한 누리꾼은 X에서 "이런 가짜뉴스는 믿으면 안 된다"는 한 보수 인사에게 "MBC, JTBC는 트럼프 취임식 방송 송출도 못한 전 세계 최초 언론사인 반면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스카이데일리는 VIP 초대를 받은 언론"이라며 "왜 가짜라고 단정하느냐"고 항의했다.

"언론사, 허위사실 유포 시 영향력 막대... 징벌적 손해배상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과거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을 일부 왜곡하던 식의 가짜뉴스가 오늘날 완전히 허위 사실을 전하는 수준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배경엔 결국 '돈'이 있다고 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인터넷 언론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단순히 개인적 이해관계를 위해 언론사를 만드는 경우들이 많이 생겼다"며 "돈을 벌기 위해 특정 정치 성향을 대변하는 목적으로 기본적인 저널리즘 원칙조차 지키지 않는 언론을 만드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언론사 차원의 가짜뉴스는 유튜브나 커뮤니티에 비해 더욱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른바 '정보원 효과'로, 똑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누가 얘기했는지에 따라 더 많은 파급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언론사의 경우 그 성격상 사람들이 진실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매우 큰 매체기에 가짜뉴스 자정작용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자정작용이 이뤄지기 위해선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 교수는 "짜뉴스를 보도한 언론사에 심각한 손해를 끼칠 정도의 제재가 들어가야 한다"라며 "가짜뉴스를 통해 피해를 끼치는 범위까지 표현의 자유 범위에 포함시킬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뉴스 공급자 포털 사이트도 책임 다해야"

네이버가 지난해 3월 뉴스혁신포럼의 권고에 따라 뉴스 정정보도 및 반론보도, 추후보도 청구 페이지 접근성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네이버 제공


언론사가 제작한 뉴스를 유통하는 포털 사이트도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뉴스 유통의 상당 지분을 차지하는 네이버의 경우, 콘텐츠제휴(CP) 언론사와 검색제휴 언론사로 구분해 심의를 거친다. 스카이데일리는 2017년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를 거쳐 검색제휴 매체로 선정됐다.

문제는 가짜뉴스를 공급하는 언론사에 대해 포털이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가짜뉴스라는 개념의 정의가 상대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라며 "언론사가 (가짜뉴스로) 관련법에 의해 법적인 절차를 밟을 경우엔 저희도 계약 해지 또는 페널티를 부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적 판단이 있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가짜뉴스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포털 입장도 공감한다"면서도 "포털 자체적으로 명확하게 정량적, 정성적 기준을 세워서 제휴 언론사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자 프로필

TALK

유익하고 소중한 제보를 기다려요!

제보
구독자 0
응원수 0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