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측, 재판 때 문제 삼을 듯…검찰은 공소유지에 자신
검찰이 26일 구속기한 만료를 앞두고 직접 조사 없이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54일 만이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수사기관 조사에 불응하고 있지만 검찰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계엄 가담자 조사를 충분히 진행한 만큼 기소 자체는 문제가 없을 것이란 의견이 다수였다. 다만 검찰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을 내란 혐의로 기소하면서 대면 조사 한 번 하지 못했다는 점은 향후 재판 과정에서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검찰은 당초 윤 대통령 구속기한을 연장한 뒤 대면조사를 진행하려고 했다. 설 연휴 기간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 대통령을 조사하는 방안이 유력했다. 검찰은 공수처로부터 지난 23일 사건을 넘겨받은 다음 24일과 25일 서울중앙지법에 구속기간 연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두 차례 모두 불허하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대검은 이날 전국 고·지검장회의에서 이 같은 법원 결정을 고려해 기소 여부 등을 논의했다. 대검 관계자는 “회의 참석자들은 법원의 구속기간 연장신청 불허가 ‘서울교육감 사건’ 등 공수처가 송부하고, 검찰 보완수사로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유죄를 확정한 전례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형사사법체계에 반하는 부당한 결정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대면조사를 하지 못한 채 기소가 이뤄졌지만 검찰은 공소유지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검찰은 계엄 사태 사흘 뒤인 지난달 6일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를 구성하고, 이틀 뒤인 8일 계엄 2인자인 김 전 장관을 긴급 체포했다. 이후 군 관계자에 대한 폭넓은 조사를 통해 내란 공범 10명을 이미 구속 기소했다. 윤 대통령 대면조사 없이도 내란 수괴 혐의 입증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에 이어 친정인 검찰 조사마저 거부할 것이 유력했던 만큼 구속기간이 늘어났어도 조사를 하지 못했을 수 있다.
김상은 법률사무소 새날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조사실이 아닌 법정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하겠다면서 수사기관 조사를 계속해서 거부했다”며 “조사에 계속 불응했다는 자료가 있고, 피의자신문조서를 반드시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윤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가 없었다고 해도 공소 유지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도 지난 23일 검찰에 윤 대통령 사건 공소제기를 요구하며 연 브리핑에서 “진술거부권이 피의자에게 보장된 권리이긴 하지만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진 않는다”며 “양형자료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대면조사는 지난 15일 윤 대통령이 공수처에 체포된 직후 한 차례 이뤄졌으나 당시 윤 대통령은 공수처 검사의 모든 질문에 진술거부권을 사용했다. 조사 후 피의자신문조서에 서명 날인도 하지 않았다.
김 전 장관 등 내란 중요임무종사자 혐의를 받는 이들이 모두 구속 기소된 상태라 내란 정점에 선 윤 대통령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게 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점도 구속 기소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김 전 장관을 시작으로 계엄 관계자 10명의 재판이 다음달부터 열린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내란 주요 가담자들은 이미 기소가 된 상황이라 지금 상황에서도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재판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은 재판 과정에서도 공수처 수사권 문제와 중앙지법이 아닌 서부지법에서 발부한 체포영장의 적법성을 두고 문제 제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중앙지법에 청구한 체포적부심이 지난 16일 기각되며 이들 주장이 힘을 잃은 것은 사실이나 윤 대통령 측은 재판 지연을 위해 이 같은 주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만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원에서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 수사의 증거 능력을 문제 삼을 수 있다”며 “중대한 사건일수록 절차적 하자가 없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이 구속 기소 당일까지 윤 대통령 석방을 요구하며 불구속 재판을 주장한 만큼, 향후 재판 과정에서 보석 청구에 나설 수도 있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과 내란죄 재판을 동시에 준비하기 어렵다며 형사재판 일정을 지연시키는 전략을 쓸 수도 있다. 계엄 사령관들이 윤 대통령의 국회 봉쇄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하는 것과 달리 윤 대통령은 국회 봉쇄 및 정치인 체포조 운영 지시를 완강히 부인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계엄군과 윤 대통령의 내란죄 재판 과정에서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이 대거 이뤄진다면 ‘진실게임’이 벌어지며 재판이 지연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