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가장 중요한 피의자로 보고 있다”
전광훈 목사 등 선동·주동 혐의 수사 속도
경찰이 지난 19일 새벽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로 체포된 시위대 전원을 구속 심사대에 올렸다. 난입 사태를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중대한 불법행위”로 규정한 경찰은 이를 선동한 배후나 주동 세력을 찾는 데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21일 “오늘 서부지법에 침입한 46명 전원을 포함한 58명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절차가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지난 18~19일 서부지법 침입·월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차량 공격 등 혐의를 받는 66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서울서부지검은 그중 3명을 제외한 63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날 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18일 낮 시간대 경찰관 폭행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5명 중 2명에 대해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현행범으로 체포된 90명 이외에 추가 가담자 수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포경찰서는 이날 서부지법 7층 판사실 출입문을 부순 40대 남성을 영상 자료 등으로 특정해 긴급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기독교 전도사로 알려진 보수 유튜버 이아무개씨로 전해졌는데, 2020년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 명도 집행 과정에서 화염병과 쇠파이프를 동원해 저항하다가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10여명 중 한명으로도 알려져 있다. 사랑제일교회 쪽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이씨는 사랑제일교회에서 공식적인 직책을 맡거나 사례비를 받는 분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고 해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긴급체포한 남성에 대해 “판사 집무실까지 문을 뚫고 들어갔다는 점에서 현재까지 가장 중요한 피의자로 보고 있다. 이런 행동만큼은 엄벌해야 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수사해서 찾게 된 것”이라며 “어차피 추적해서 검거가 되고 있는 상황인만큼 자수를 하면 법치주의 확립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당시 가담 사실을 자수한 2명도 불구속 상태로 수사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서부지법 난입 당시 이를 지휘하고 선동한 이가 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도 이어지고 있다. 체포된 시위대를 위해 무료 변론 중인 한 변호사는 이날 한겨레에 “한 청년은 누군가가 ‘이리 와, 여기예요’라고 소리 지르는 걸 듣고 위층으로 올라갔다고 했다”고 전했다. 당시 시위대는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찾으러 7층 판사실로 정확히 진입하고 증거를 감추려 청사 내부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훼손하는 등의 행동을 보여 조직적·계획적으로 난입을 지휘한 이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당일 현장에 없었더라도 난입을 교사·방조한 이들, 즉 불법행위를 선동한 ‘배후’를 찾겠다는 경찰의 의지도 강하다. 이에 따라 전날 시민단체가 내란 선동 등으로 고발한 전광훈 목사의 혐의점이 수사 과정에서 구체화할 수도 있다. 송원영 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과장은 전날 국회 행안위에서 “(유튜버 등을 포함한) 배후 세력에 대해 여러 방면으로 증거를 수집하는 등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