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환자 일주일 만에 2배…코로나19까지 ‘트윈데믹’ 우려도

입력
수정2025.01.03. 오후 4:14
기사원문
김윤주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전형적인 겨울철 유행 패턴 다시 시작”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의원에 독감과 코로나19 백신 접종 안내 포스터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세종에 사는 최서연(47)씨는 지난달 말 네 살 쌍둥이 아들이 차례로 인플루엔자(독감)에 걸려 소아청소년과 의원을 찾았다. 최씨는 “최근 독감에 걸린 아이들이 많아 병원 문을 열기 두 시간 전인 아침 7시에 가도 이미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줄을 서서 현장 접수를 기다리고 있다. ‘똑닥’(병원 예약 애플리케이션)으로 병원 예약이 열리는 시간에 예약을 시도해도 바로 하루 치가 다 마감돼 실패할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 인플루엔자 환자가 2016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급증하면서 진료를 받기 위해 ‘오픈런’을 하거나 장시간 대기하는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마스크 착용 영향으로 유행하지 않던 인플루엔자가 올 겨울 다시 코로나19 이전과 비슷한 유행 양상을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질병관리청은 지난주(2024년 12월22~28일)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는 외래환자 1천명당 73.9명으로, 전주(12월15~21일) 31.3명에 견줘 136% 증가했다고 3일 밝혔다. 이는 2016년 86.2명을 기록한 이후 8년 만에 최고 수치다.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는 38도 이상 갑작스러운 발열, 기침 또는 인후통 증세가 있는 환자다.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는 지난달 첫째주는 인구 1천명당 7.3명이었지만 둘째주 13.6명, 셋째주 31.3명, 넷째주 73.9명으로 급증세를 보인다.

모든 연령층에서 인플루엔자 환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13~18살이 151.3명으로 가장 많았고, 7~12살 137.1명, 19~49살 93.6명 순이었다. 주로 검출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유형은 A형이다.

이날 보건복지부는 비슷한 기간(2024년 12월23~27일) 응급실 내원 환자가 평일 일평균 1만8437명으로 전주 대비 3377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증가한 내원 환자의 약 41%(평일 일평균 1357명)가 인플루엔자 환자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달 20일부터 전국에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발령한 바 있다.

“최근 몇년간 면역 떨어져… 중증 가능성 높아져”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이번 인플루엔자 유행 양상이 코로나19 이전의 유행 양상과 비슷하다고 분석한다. 우리나라에서 인플루엔자는 통상 11월∼4월 사이 유행하는데,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0∼2022년에는 인플루엔자 유행이 나타나지 않았다. 2023년에는 9월 유행하기 시작해 이듬해 7월 초까지 유행이 이어지는 이례적인 양상이 나타났다.

정재훈 고려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2020∼2023년까지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영향으로 바이러스가 유행하지 않거나, 유행하더라도 기존과 다른 시기에 유행하는 등 통상적인 패턴이 흐트러졌다. 지금은 기존 패턴을 회복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감염내과)도 “코로나19 유행 이전 우리나라에서는 12∼1월에 인플루엔자 A형이 먼저 유행하고 2∼4월까지 B형이 유행하는 패턴을 보였다”며 “이번 유행은 전형적인 겨울철 인플루엔자 유행 패턴이 다시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기간 인플루엔자가 유행하지 않았던 만큼 이번 유행에서 중증화 위험이 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재훈 교수는 “최근 3∼4년간 인플루엔자 감염이 줄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면역이 떨어져 있어 중증화율이 높을 수 있다”며 “특히 어린이나 65살 이상 어르신 등은 인플루엔자로 인해 중증으로 가거나 사망할 가능성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겨울철 코로나19 유행까지 겹치는 ‘트윈데믹’ 때는 이런 우려가 커진다. 이재갑 교수는 “이미 인플루엔자가 유행하고 있는데 겨울철 코로나19까지 함께 유행하게 되면 65살 이상 어르신 등에서 중증 감염 환자가 늘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통상 봄철까지 유행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어린이와 임신부, 65살 이상 어르신들은 이미 늦었다 생각 마시고 지금이라도 꼭 백신 접종을 받으셔야 한다”고 말했다. 지 청장은 이어 외출 전·후 손 씻기, 기침 예절 실천, 호흡기 증상 발생 시 마스크 착용, 집합시설 등 밀폐된 공간은 2시간마다 10분 이상 환기 등 기본적인 호흡기감염병 예방수칙 실천을 당부했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