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대통령 ‘전 사위 채용 의혹’ 수사, 검찰 급가속 노림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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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8.29. 오전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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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속도 내는 ‘전임 정부’ 수사
왼쪽부터 지난 20일 전주지검에 출석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지난 4월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는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 지난달 3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연합뉴스, 강창광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아무개씨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 중인 전주지검이 최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소환조사했고, 문재인 정부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오는 31일 검찰에 출석한다. 앞서 검찰이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문 전 대통령 부부의 계좌를 확보하고 전임 정부 핵심 인사 조사에 나서면서 정치적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쪽은 이번 사건을 “권력형 비리”로 규정하며 문 전 대통령을 공격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등은 “정치보복”이라며 맞선다.

사건 내용은 간단하다.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씨는 2018년 7월 타이이스타젯 전무이사로 취업했다. 타이이스타젯은 이스타항공 창업자인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이 타이(태국)에 설립한 회사다. 검찰은 서씨의 취업이 이 전 의원의 2018년 3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 임명과 2020년 4월 국회의원 후보 공천(전북 전주을)의 대가라고 의심하고 있다. 서씨의 특혜 채용 의혹 수사는 시민단체 ‘정의로운 사람들’이 2021년 12월 문 전 대통령을 대검찰청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대검은 사건을 전주지검으로 보냈다. 전주지검은 2020년 9월 국민의힘이 이 전 의원을 이스타항공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검찰의 수사는 문재인 정부 때 진척이 없다가 윤석열 정부 들어서 본격화됐다. 특히 지난해 9월 이른바 ‘친윤 검사’로 평가받는 이창수 전주지검장이 부임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중진공과 중진공을 관할하는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를 압수수색하고 홍종학 전 중기부 장관 등을 소환조사했다. 서씨는 올해 1~2월 세 차례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 검사장이 지난 5월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되면서 ‘사건을 중앙지검으로 이첩한다’는 설이 돌기도 했다.


사건의 핵심 쟁점은 서씨 채용과 중진공 이사장 임명의 대가성 여부다. 대가성이 있다면 문 전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 혐의 등을 적용할 수 있다. ‘제3자 뇌물’이란 공무원 직무와 관련한 부정한 청탁성 금품을 공무원이 아닌 3자에게 전달되도록 했을 때 성립한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청와대가 2017년 말 비공개회의에서 ‘이상직 중진공 이사장’을 내정하고 이듬해 3월 임명했다고 보고 있다. 조현옥 당시 청와대 인사수석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임종석 전 실장과 조국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것 역시 사전 내정설을 입증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민주당 쪽에서는 공공기관 기관장은 전직 국회의원이 가는 자리로, 이 전 의원이 중진공 이사장에 취임한 건 이례적인 인사가 아니라고 반박한다.

검찰은 또 서씨 채용이 문 전 대통령의 이익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검찰은 앞서 문 전 대통령 부부의 계좌를 압수해 서씨가 타이이스타젯에 취업하기 전까지 딸 부부에게 생활비 등을 제공했는지를 살폈다. 문 전 대통령이 부담해왔던 딸 부부의 생활비 문제가 서씨의 취업으로 해결됐다면, 채용 자체를 대통령의 직접 이익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 전 의원이 중진공 이사장으로 임명된 2018년 3월, 서씨는 자신이 다니던 게임 회사를 그만뒀고 4개월 뒤 타이이스타젯에 취업했다. 그 뒤 타이에서 근무한 서씨는 매달 800만원의 월급과 350만원의 체류비 등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출신 변호사는 “서씨가 항공사 근무 경험이 없는데다 채용 시기가 의심스럽긴 하다. 제3자 뇌물죄가 성립되려면 문 전 대통령이 이후 사위를 채용해줄 것이라고 믿고 이 전 의원을 중진공 이사장에 임명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문 전 대통령 딸 부부가 당시 벌이가 없었고, 아버지 등에게 생계를 의존하던 중 사위가 취업됐다는 점에서 제3자 뇌물의 소지가 있다. 다만 혐의 입증을 위해서는 당시 조현옥 인사수석이나 임종석 실장의 진술이 필수적이다. 두 사람의 진술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기소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전 대통령 쪽과 민주당은 이 전 의원의 중진공 이사장 임명과 사위 채용은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관계자들은 대부분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를 진행하면서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 뇌물 사건 판례를 참고하고 있다. 정 전 총장은 에스티엑스(STX) 쪽에 전투함 등 수주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장남의 요트 회사를 통해 7억7천만원을 받은 혐의(제3자 뇌물수수)로 2017년 4월 징역 4년형이 확정됐다. 정 전 총장의 아들에게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대법원은 “청탁 내용이 구체적일 필요가 없고 묵시적인 의사 표시라도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런 논리로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할 수 있을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환봉 기자 [email protected] 배지현 기자 [email protected] 전주/천경석 기자 [email protected]

민형배 의원(왼쪽 다섯째)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의 계좌를 조사한 검찰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전 대통령 쪽 “100여명 소환, 망신주기 ’여론몰이’ 수사” 반발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였던 서아무개씨 ‘채용 특혜 의혹’ 수사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정치보복이라며 반발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전주지검의 소환조사를 받은 사람만 150~200명 정도”라며 “전 대통령 사돈의 친척까지 뒤지는 것은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했다. 2020년 국민의힘 등의 고발로 시작된 수사를 검찰이 4년 가까이 끌어오다가 최근 문 전 대통령 부부의 계좌를 들여다보고,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전 민정수석)에게 소환을 통보하는 것은 망신주기식 ‘여론몰이’라고 것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 27명은 지난 16일 입장문을 내어 “전 대통령의 사위가 취직을 해 월급을 받은 것이 뇌물이라면, 대통령의 가족은 어떻게 생계를 유지해야 하느냐”고 반박했다.

문 전 대통령 딸 다혜씨가 2019년 5월 양평동 다가구주택을 대출 없이 7억6천만원에 매입했을 때, 청와대 경호처 직원 등이 송금한 자금이 사용됐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윤 의원은 “송금 과정에서 도움이나 편의를 제공받았을 수 있지만, 집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그분들 돈은 빌리거나 융통한 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전 사위의 취업은 2018년에 있었는데, 왜 이혼한 딸이 올해 이사한 전셋집까지 뒤지느냐”며 “이해할 수 없는 행태”라고 했다.

조현옥 전 인사수석, 임종석 전 비서실장에 이어 31일 소환조사가 예정된 조국 전 민정수석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이상직 전 이사장도, 문재인 대통령님의 전 사위도 알지 못한다”며 “이상직씨는 통상적 청와대 인사 절차에 따라 추천, 검증된 후 임명된 것으로 알고 있으며, 문 대통령 전 사위의 취업과는 연관이 없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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