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도 다 되네, 알수록 신박한 AI 앱 [스페셜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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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시대가 열렸다는데 무엇부터 어떻게 활용할지 잘 알겠다는 이는 사실 많지 않다. 챗GPT를 몇 번 돌려보다 어느새 흥미를 잃었다는 이도 적잖다. 물어보면 엉뚱한 말(환각 현상)을 하거나 명령어를 AI에 맞춰 써야 하다 보니(프롬프터) 원하는 답을 잘 이끌어내지 못할 때가 많다. 실제 챗GPT 글로벌 MAU(월간 이용자 수)가 출시 당시 대비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대세니까 활용하기는 해야겠는데 도대체 어느 분야에 어떻게 적용할지 모르겠다는 이들을 위해 정리해봤다. ‘이런 때 이런 AI 서비스’를.

AI 기반 번역 프로그램 ‘딥엘’에서 번역, 교정 기능을 쓰는 모습. (딥엘 갈무리)
AI로 ‘갓생 직장인’ 되려면

모든 업무에 활용해 효율 극대화~

직장인에게 요구되는 업무 능력은 끝이 없다. 보고서 작성, 기획안 작성, 외국어 번역까지. 능숙하게 다뤄야 할 과제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하지만 이제 걱정을 조금 덜 듯하다. AI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면서 업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도구가 쏟아져나온 덕분이다.

무엇보다 해외 거래처와의 원활한 소통은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필수적이다. 하지만 언어 장벽은 여전히 어려운 도전 과제 중 하나다. 글씨를 일일이 복사해 구글 번역기 같은 번역 프로그램에 입력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여러 번역 프로그램은 종종 의미가 왜곡되거나 부자연스러운 표현을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말 못할 고민에 등장한 AI 번역 프로그램이 바로 ‘딥엘(DeepL)’이다. 딥엘은 AI 기술을 활용해 비즈니스 영어 데이터를 중점적으로 학습한 번역 서비스다. 특정 산업이나 전문 분야 용어에 대한 정확도에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딥엘의 성능은 ‘AI 교정 기능’에서 확인된다. 영어 문장을 입력하니 문법 교정이 이뤄지고, 더 적절한 단어로 수정까지 일사천리다. ‘APAC(아시아 태평양)’이 포함된 문장에서도 파파고, 구글은 모두 ‘APAC’으로 표현했지만, 딥엘만이 이를 ‘아태 지역’이라고 정확하게 번역한다. 딥엘의 ‘파일 번역’ 기능도 유용하다. 영문으로 적힌 PDF·워드 문서·파워포인트(PPT) 등 파일을 올리면 한글 파일로 순식간에 번역해준다.

시간과 노력이 가장 많이 소요되는 작업 중 하나인 보고서 작성은 직장인에게 고역 그 자체다. 하지만 AI 기반 텍스트 생성 도구를 활용하면 이 작업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클로드(Claude)’는 사용자 입력에 따라 보고서나 문서를 자동으로 요약·생성해주는 AI 도구다. 10MB 용량 이하 문서를 첨부하면서 질문하는 기능이 특히 유용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3쪽 분량 ‘2024년 8월 기업경기조사 결과·경제심리지수(ESI)’ 보고서를 입력하니 기업심리지수(CBSI), 경제심리지수(ESI), 주요 지표 분석 등 내용 요약은 물론, ‘이 보고서의 시사점이 뭐야?’라는 질문에도 척척 대답을 내놓는다.

보고서 초안을 만드는 데는 ‘퍼플렉시티(Perplexity)’가 유용하다. 기업 마케팅 자료나 발표 자료 등을 자동으로 생성해주는 AI 도구다. 사용자 요구에 맞춘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걸로 유명하다. 퍼플렉시티에 ‘국내 1위 패션 기업의 마케팅 자료를 만들어줘’라고 요청하니 “국내 1위 패션 기업으로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있다. 2023년 기준 매출 2조510억원을 기록하며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며 각종 출처 표기 그래프는 물론 ‘마케팅 전략 제안’을 상세히 써 내려갔다.

기획안이나 프레젠테이션을 만들 때 시각적 요소 역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직장인 누구나 훌륭한 그림을 그리거나 디자인을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다. ‘미드저니(Midjourney)’와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다. 텍스트를 입력하면 그에 맞는 이미지를 생성해주는 서비스로, 디자인이나 예술적 감각이 부족한 사람도 손쉽게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미드저니에 ‘웹툰을 주제로 한 기획안에 쓸 이미지를 만들어줘’라고 요청하니 30초 내로 고퀄리티 이미지 4장을 뚝딱 만들어낸다.

AI가 상품 정보를 기반으로 한 영상과 이미지를 자동으로 제작하는 ‘브이캣(VCAT)’ 역시 활용해볼 만하다. 이용자가 브이캣에 입력할 사항은 상품 상세페이지의 ‘URL’ 정도다. 이후 브이캣 AI가 페이지 내 정보를 분석해 1분이면 콘텐츠를 생산한다. 그야말로 신통한 서비스다. AI 기술을 설명하는 꽤 어려운 기사를 넣어보니 콘셉트 초안, 이미지 선별, 상품 개요 작성, 광고 문구 생성 등 작업을 거쳐 광고 캠페인을 척척 만들어준다. 이용자가 1000가지 이상 영상 템플릿을 활용해 ‘신상품 소개’나 ‘할인 강조’ 등 프로모션별로 다양하게 제작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회의 내용을 복기하려면 녹음을 하면 되지만, 녹음 파일을 다시 들으며 하나하나 글로 바꾸는 일은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이럴 때 믿을맨으로 ‘다글로(Daglo)’나 ‘클로바노트(Clova Note)’가 있다. 두 서비스 모두 AI 음성 변환 기능을 제공한다. 클로바노트는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를 적용해 회의록 요약, 노트 공유, 하이라이트 표시 등까지 제공하는 AI 회의록 관리 서비스로 발전했다. 다글로는 단순히 녹음한 음성을 넘어 영상에 담긴 소리까지 변환해주는 ‘멀티모달’ 기능을 갖추고 있어 편리하다. 단 두 서비스를 써보면 내놓은 결과물 모두 맞춤법이 틀렸거나, 단어를 잘못 인식한 경우가 존재해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아직 완벽히 만족할 만한 서비스가 등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찌 됐든 두 서비스 모두 직장인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두나무의 종합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의 AI 투자 챗봇 ‘우디(Woody)’는 챗GPT를 기반으로 개발된 서비스로 주가 정보, 뉴스, 공시 등 투자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단순한 대화만으로 제공해준다. (우디 갈무리)
이젠 AI로 투자 정보 확보

즉각적인 대답, 자산관리까지

AI 서비스를 활용하면서 열심히 일했다면, 어느새 통장에 월급이 들어온다. 요즘 직장인 사이에서는 자산을 주식,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바쁜 일상에서 투자 정보를 일일이 찾고 분석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터. AI를 활용한 투자 서비스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은 이유다.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정확한 정보다. 두나무의 종합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의 AI 투자 챗봇 ‘우디(Woody)’는 이런 니즈를 충족시켜준다. 챗GPT를 기반으로 개발된 우디는 주가 정보, 뉴스, 공시 등 투자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단순한 대화만으로 제공해준다. 처음 실행해본 후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그 즉각적인 반응 속도. “최근 외국인 순매수와 상승률이 높았던 기업들을 알려줘”나 “A종목의 사업보고서를 요약해줘”와 같은 질문을 던지자 우디가 빠르게 핵심 내용을 요약해준다.

우디의 또 다른 주요 기능 중 하나는 ‘개인 맞춤형’ 추천 질문 가이드다. 특정 종목을 조회하는 동안 우디를 실행하면, 해당 종목과 관련된 최신 이슈를 파악할 수 있는 맞춤형 질문이 자동으로 생성된다. 이는 특히 시간에 쫓기며 투자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에 큰 도움이 된다.

비슷한 AI 대화형 증권 서비스로 KB증권의 ‘스톡(Stock) AI’ 역시 눈길을 끈다. 우디처럼 투자자가 특정 종목 주가 전망이나 시장 동향을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스톡 AI는 반복적인 질문은 ‘나만의 질문’ 기능을 통해 저장해두고, 필요할 때마다 간편하게 불러올 수 있어 효율적인 정보 검색이 가능하다. 투자자 개개인의 투자 성향을 분석해 맞춤형 투자 전략을 제안하는 것도 특징이다. 투자자 만족도도 높다. KB증권 관계자는 “스톡 AI는 서비스 시작 이후 약 15만건의 질문과 답변을 기록하며 투자자 사이에서 높은 만족도를 얻고 있다”며 “특히 고객 피드백에서 90% 이상 만족도를 기록해 흩어진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제공하는 AI 서비스의 장점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큰 요즘, 영리한 자산관리는 필수다. 키움증권 ‘키우GO’는 단순히 기대수익률만을 바라보는 전통적인 투자 방식과는 다르게, 사용자의 투자 목표와 성향을 면밀히 분석해 최적의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를 제안해준다. 키우GO의 핵심은 강화학습 기반 AI 엔진이다. 이 AI 엔진은 수십만 개 글로벌 금융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학습해 사용자의 투자 계획을 실시간으로 조정해준다. 이 로보어드바이저는 자산을 세 가지 버킷으로 나눠 관리하는데 보호자산(Protect), 핵심자산(Core), 그리고 위성자산(Satellite)으로 나뉜 포트폴리오가 시장 상황에 맞춰 자동으로 조정된다. 예를 들어,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키우GO는 자산 중 일부를 안전한 달러와 중국 주식으로 재분배하는 것을 제안하고 이는 실제로 안정적인 수익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키우GO의 또 다른 매력은 포트폴리오 내 모든 종목의 매매 수수료가 면제된다는 사실. 일임 보수만 지불하면 추가 비용 없이 투자할 수 있어, 실제 수익률이 높아지는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성과진단, 목표진단, 자산진단 등의 관리 서비스와 더불어 예약 상담 서비스까지 제공해 투자 과정 전반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하나의 화면에서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

투자업계에서 AI의 영역은 계속 넓어지는 분위기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5월부터 AI 기술을 활용한 기업 분석 리포트 제공에 나섰다. 증권가 에이스만 모인다는 리서치센터 역할을 AI에 맡긴 셈. 단 아직 AI가 보고서를 100% 작성하는 것은 아니다. 애플·스타벅스·엑손모빌 등 미국 상장 기업 분기 실적을 자체 개발한 AI 에이전트가 먼저 작성한 후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이 감수해 발간하는 방식이다. 이외에도 NH투자증권은 AI 기술에 기반한 해외 기업 공시 번역·요약 서비스인 ‘GPT 뉴스레터’를 개발해 소개했고, 삼성증권은 애널리스트 생김새와 목소리 등을 본뜬 가상 애널리스트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 스타트업 프랙티카.ai가 서비스하는 ‘프랙티카’ 앱 홍보 이미지. (프랙티카.ai)
AI 선생과 1:1 대화

원어민 원격교사 안녕~

학창 시절 영어 실력을 늘리기 위해 온라인 혹은 전화로 원어민 교사와 1:1 대화하는 교육 서비스를 이용해본 사람이 꽤 많을 터. 이제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AI 선생, 그것도 캐릭터를 골라가며 대화할 수 있다.

대표적인 앱은 ‘프랙티카’. 앱을 열면 AI 강사 25명의 캐릭터가 뜬다. 같은 영어 선생님이지만 생김새나 말투가 다 다르다. 미국식, 호주식 등 버전도 다양하다. 이들 중 한 명을 고른 다음에는 대화 주제를 선택한다. 150개 주제가 있는데 관심사별로 하나를 고르면 본격 수업 시작. 영어로 녹음된 파일을 듣고 난 뒤 앱 화면 아래 마이크 버튼을 누른 채 AI 선생님과 대화하면 된다. 선생님과의 대화는 모바일 메신저 형태로 화면에 뜨는데 표현이 어색하면 선생님이 텍스트를 고쳐주기도 한다. 언제든 켜고 끌 수 있는데 좀 피곤해서 그만하려 하면 선생님이 오히려 “좀 더 해보면 어떠니?”라고 부추길 정도로 고도화돼 있다. 국내에서는 프랙티카 외에도 ‘말해보카’ ‘스픽’ ‘맥스AI’ ‘링고케어’ 등이 비슷한 서비스를 전개한다. 최근에는 업그레이드된 챗GPT-4의 음성 기능으로 영어 대화를 한다는 이도 늘고 있다.

카카오헬스케어 파스타의 ‘다이어리’ 기능 이미지. (카카오헬스케어 제공)
내 건강 챙기는 AI

AI “이제 그만 드세요”

“혈당이 높습니다.”

카카오헬스케어가 내놓은 ‘파스타’ 앱 알림음이다. 좋아하는 햄버거에 밀크셰이크, 치즈스틱을 좀 빠른 속도로 먹었을 뿐인데 200㎎/dL이나 찍혔다. 포만감에 10분쯤 소파에 퍼질러 앉아 있었더니 또 알람이 울린다. “혈당이 계속 높습니다.” 일명 혈당스파이크를 경고하는 듯하다. 혈당스파이크란 식사 후 혈당이 단숨에 50㎎/dL 이상 치솟았다 떨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급강하가 반복되면 그만큼 몸에 무리가 가기에 관리가 필요하다.

“그래 알았다, 알았어.”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일단 동네 공원 한 바퀴 돌고 좀 가파른 뒷산도 올랐다. 그랬더니 정상으로 돌아온다. 다음 날에는 AI가 전날 먹었던 음식 유형, 혈당 오르내림 정도 등을 비서처럼 리포트 형식으로 보고해준다. ‘나 참, 식단 관리하련다’ 싶다. 그런데 어떤 음식이 혈당이 높은지 모른다면? ‘푸드샷’ 버튼을 누르고 음식 사진을 찍어 올리니 곧바로 음식 종류, 영양소, 열량 등을 AI가 자동으로 분석해준다. 삼성헬스, 아이폰 건강관리 앱이랑 연동도 돼 운동, 심박수 등을 연계해 종합적으로 내 몸 관리를 할 수 있다. 신박하다. AI로 건강관리도 한층 고도화할 수 있는 세상이다.

돈 들이지 않고 오히려 돈 벌게 해주면서 AI가 건강관리 해주는 앱도 있다. 국내 최대 걷기 앱 ‘캐시워크’가 대표적이다. 캐시워크는 이용자가 많이 걸을수록 다양한 혜택을 받는 국내 1위 앱이다. 최근에는 서울시가 전개하는 손목닥터9988 앱 고도화 사업에도 참여, AI가 대사증후군 검사 결과에 따라 신체 상태와 운동량 등에 맞는 맞춤형 건강관리 방법을 제시해준다. 또 서울시에서 운영 중인 마음건강(블루터치)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AI를 통한 정신건강 기록 분석 리포트, 마음건강 연계 서비스(명상, 음악)도 추가 지원할 방침이다.

[박수호 기자 [email protected], 조동현 기자 [email protected]]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4호 (2024.08.28~2024.09.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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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에서 금융, IB, 슈퍼리치, 스타트업 등등 매경프리미엄에서 '재계 인사이드'를 연재하며 돈의 흐름을 예의주시하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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