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3~14일 일본 방문을 앞두고 “일본의 수산물 수입 문제가 중요한 하나의 의제가 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일본이 주도하는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을 위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현재까지 실시 중인 인근 8개 현의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완화·해제하는 논의를 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12일 공개된 일본 공영방송 NHK와의 인터뷰에서 ‘CPTPP 참가에 긍정적인 자세 위에서 후쿠시마현 등의 수산물 금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그 문제는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될 문제”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13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고향이자 지역구인 나라현(奈良縣)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지금 현재 상태로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정서적인 문제 또 신뢰의 문제를 해결해야 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수입 금지 해제가) 어렵겠지만, 어쨌든 일본과의 CPTPP 가입을 위한 협조를 얻어내기 위해 하나의 중요한 의제라서 적극적으로 논의해 가야 될 주제라고는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2023년 3월 후쿠시마 농수산물 수입이 재개될 가능성을 제기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을 지경에 처했다”고 했다. 그런 이 대통령의 입장이 달라진 것은 우리 정부가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시장 다변화로 대응하기 위해 CPTPP 가입을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호주, 베트남, 말레이시아, 영국 등 12국이 가입한 초대형 FTA인 CPTPP 가입엔 기존 회원국의 만장일치가 필요하며, 일본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지난 4~7일 중국을 국빈 방문했던 이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회담에서 “대한민국에게 있어서 중국만큼 일본과의 관계도 중요하다고 직접 말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대만 문제를 둘러싼 중·일 갈등이 “우리(한국)가 깊이 관여하거나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중·일 갈등이 “원만하게 잘 해소되기를 기다린다”고 했다.
13일 오후 열릴 한일 정상회담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11월 자신의 ‘대만 유사시 자위대 개입 시사’ 발언으로 촉발된 중일 갈등에서 일본 측 입장을 적극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도 이번에는 중국 관련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중국은 대만·남중국해 문제에서 한국이 보조를 맞추도록 촉구하려는 생각으로 보이는데 한국은 어떤 입장을 취할 건가’라는 질문에 이 대통령은 “중국 시진핑 주석이 대만 문제에 관한 일본 측의 입장에 대해서 매우 안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런 표현도 했지만 저로서는 그건 중국과 일본 간의 문제이지 우리가 깊이 관여하거나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각국은 다 국가 고유의 핵심적 이익 또는 국가 자체의 존립, 이게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이라고 하는 측면에서는 중국과 일본 간의 이런 대립과 대결이 바람직하지는 않기 때문에 양국 간의 대화를 통해서 원만하게 잘 해소되기를 기다린다”고 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북한과의 정상회담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 이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과 북한 간의 관계도 대화하고 소통하고 또 문제를 해소하는 관계로 발전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게 가능하도록 대한민국은 상황을 조성하는 그런 역할을 앞으로 해 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납북자 문제도 있을 수 있겠고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또 정말 가까운 이웃이기 때문에 (북일 관계가) 좀 원만한 관계로 빨리 회복되는 것이 한반도 평화의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일본과의 안보 협력에 대해 이 대통령은 “한미일 안보 협력이라고 하는 기본 축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서 우리가 안보 협력을 해 나가야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말로 중요한 부분은 상호 간에 정말 깊이 있는 신뢰의 문제인데,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 사이에는 그런 (일본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예민한 문제는 예민한 문제대로, 또 문제없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는 적극 협력해 나가야 이 복잡한 상황을 좀 잘 타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13~14일 나라 방문은 지난해 10월 말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경주를 방문한 다카이치 총리에게 이 대통령이 ‘다음 회담은 나라에서 하자’고 제안하면서 결정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다카이치 총리에 대해 “선입관으로는 매우 강경하고 한국에 보수적이라고 알려졌는데 직접 만나본 바에 의하면 매우 인간적이고 또 에너제틱한, 열정 넘치는 분이었다”며 “(저처럼) 자수성가한, 정말 특별한 후광 없이 정치적으로 성공한 분이어서 공감되는 바가 많았다”고 했다. 또 “나라는 경주처럼 정말 천년 고도고, 아주 오래된 도시”라며 “제 고향 안동이 그렇다. 혹시 기회가 되면 다음에는 (다카이치 총리를) 안동으로 한번 초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등 과거 공식석상에서 했던 강력한 대일 비판 발언이 취임 후 사라진 것에 대해 이 대통령은 “정치적 이유로 서로 충돌하는 게 결국은 국민과 국가, 일본과 한국, 일본 국민과 한국 국민들의 정말 정서적 이익이나 미래를 해치는 게 아니냐라는 생각을 하게 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어 “야당의 정치인일 때와 국가의 운명을 책임지는 국가 지도자의 입장에 있을 때하고는 또 다른 것 같다”며 “좀 더 진지해져야 되겠다, 신중해져야 되겠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한국과 일본은 가치와 지향을 함께한다는 측면이 정말 중요하다”며 “서로 부족한 점들은 보완해 가고 또 경쟁하면서도 협력할 분야가 워낙 많기 때문에 함께할 공통점들이 뭐가 있는지를 좀 더 많이 찾아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를 직시를 하되, 또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면서 서로 손잡고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자”면서 “일본 국민들께도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라고 했다.
‘향후 한일 관계를 되돌리지 않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이 대통령은 “K팝 팀에 일본 가수들도 상당히 많이 함께하고 있다. 이게 가장 바람직한 한일 협력의 사례라고 생각이 된다”며 “나쁜 기억들은 잘 관리해 가면서 좋은 측면, 또 기대되는 측면, 희망적인 측면을 최대한 확장해 나가야 되겠다”고 했다. NHK 인터뷰 말미에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과 일본은 정말 앞마당을 함께 쓰는 이웃”이자 “서로에게 정말 뗄 수 없는 관계”라며 “서로에게 도움 되는 관계로 오해와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미래지향적으로, 또 협력적인 관계로 나아가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