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전단·확성기 문제 삼은 野특검법… 美조야 “계엄만큼이나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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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5.01.12. 오후 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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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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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반도 전문가 연쇄 인터뷰
野, 尹 외환 혐의에 전단·확성기 거론
한·미·일 협력 탄핵 사유라는 소추안 이어 또 다시 논란
美, 오랜 기간 대북 정보 유입 강조… 北인권법도 명시
전문가들 “김정은만 이롭고 민주주의 위협하는 발상”
文정부 전단 금지법 추진 때도 국제사회 비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전용기 의원과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등 야(野) 6당이 지난 9일 발의한 내란특검법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쟁 또는 무력 충돌을 유도하려고 한 혐의가 있다”며 ‘외환(外患)’ 혐의를 추가했는데 대북 확성기 가동과 전단 살포 확대를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선 대북 정보 유입이 중요하다는 게 워싱턴 조야(朝野)의 오랜 인식이었다. 11일 본지가 접촉한 한반도 전문가들은 “김정은만 이롭게 하는 것이고, 계엄령만큼이나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는 발상”이라며 “이게 외환죄라면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앞서 한일관계 개선과 한·미·일 협력을 탄핵 사유로 거론한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두고도 파장이 적지 않았는데, 민주당의 외교·안보 노선이 계속해서 미 주류의 인식과 충돌하는 모습이다.

그렉 스칼라튜 미 북한인권위원회 위원장. /북한인권위원회(HRNK)

야당이 외환 혐의에 포함한 대북 확성기 가동과 전단 살포는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렇게 유입된 정보가 북한 주민들의 민심 이반으로 이어져 김씨 정권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무부는 오랜 기간 대북 정보 유입의 중요성을 강조해왔고, 1983년 설립돼 의회가 예산을 지원하는 민주주의진흥재단(NED) 등을 통해 전단을 뿌리는 대북 인권단체들을 지원해왔다. 2004년 제정된 미국의 북한인권법도 ‘북한의 내부 변화를 촉발하기 위한 외부 세계 정보 유입 확산’을 명시하고 있다. 그렉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RNK) 위원장은 “김정은은 이미 K-팝·K-드라마로 대표되는 한국과의 문화 전쟁에서 패배하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북한에 들어가는 정보의 양을 줄이는 건 심각한 전략적 실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대북 정보 유입이 감소하면 “북한 주민만 고립돼 김정은의 권력이 강화되고, 북한이 남한과 국제 평화에 미치는 위협은 더 커질 것”이라는 얘기다.

평양 엘리트 출신 탈북민인 이현승 글로벌평화재단 연구원은 “북한은 정보가 차단된 고립 국가이다 보니 (전단 등으로 받아보는) 정보의 가치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10배 정도는 더 크다”며 “정보가 유입돼 김씨 정권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북한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수 있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북한은 우리를 적(敵)으로 규정해 온갖 위협적인 수사(修辭)를 쏟아내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군의 대북 확성기 송출, 북한 주민 인식을 바꾸자는 전단 유입이 외환죄라고 한다면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과거 민주당 정부의 햇볕 정책에 쓰인 돈이 김씨 정권을 지탱하는 데 쓰였고 결국은 핵·미사일 개발로 이어졌다”며 “(야당 논리대로라면) 이것도 외환죄라 할 수 있지 않냐”라고 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가 지난 2024년 10월 아산정책연구원 주최 행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윤 대통령에 대한 특검법은 계엄령 선포에 관한 법적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특검법은) 외교나 남북 관계에 관한 정책을 포함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다. 이런 정책은 정당의 지지를 받든 아니든 법 위반이나 탄핵 사유가 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정당의 목적을 위해 법체계를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에 유리하게 선거구를 정하는 행위)’하는 것은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만큼이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위협이 되는 발상”이라고 했다. 야당은 지난달 국회에 보고한 1차 탄핵 소추안에서도 가치 외교와 한일관계 개선, 한·미일 협력 같은 외교·안보 정책을 탄핵 사유로 꼽았다. 이에 대해 존 햄리 CSIS 소장은 본지에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분명히 잘못된 결정이었지만 캠프 데이비드 합의 같은, 미국의 강력한 권고·지원 속에서 추진된 외교 정책 성과를 탄핵 사유로 삼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대북 전단을 둘러싼 현재 야당과 미 조야 간 인식 차는 뿌리가 깊다. 문재인 정부와 국회 다수당이던 민주당이 2020년 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강행 처리한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 법은 김여정이 전단을 문제 삼은 직후 입법이 추진돼 국내에선 ‘김여정 하명법’이란 얘기를 들었다. 당시 미 의회의 초당적 인권기구 등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할 수 있다”고 문제 삼으며 청문회를 개최했고, 지한파(知韓派) 의원 모임인 ‘코리아 코커스’ 의원들이 문 대통령에게 법안 서명 전 수정을 촉구하며 한미 간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했다. 영국에서도 의회 내 ‘북한 문제에 관한 초당파 의원 모임(APPG NK)’이 “북한 인권을 증진할 플랫폼이 사라지게 된다”며 제고와 함께 자국 외무성에 입장 표명을 촉구하는 일이 있었다. 이낙연 당시 민주당 대표는 이 법이 본회의에서 통과된 직후 주먹을 쥔 왼쪽 손을 불끈 들어 올리며 이를 자축했지만, 국제사회와 자유·민주 진영에서 한국의 평판이 적지 않게 훼손됐다. 헌법재판소는 2023년 9월 이 법에 대해 위헌(違憲) 결정을 내렸다.

지난 2020년 12월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이낙연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왼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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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워싱턴특파원입니다. 미국 대선과 정치, 외교·안보 뉴스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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