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우크라 F-16 전투기, 자국 패트리어트 방공 미사일에 맞은 듯

입력2024.08.31. 오후 9:23

수정2024.08.31. 오후 9:39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 “요원, 군인 소중히 여겨야” 우크라 공군 참모총장 전격 해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30일 미콜라 올레슈크 우크라이나 공군 참모총장(중장)을 해임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서방이 지원한 F-16 전투기 1대가 러시아의 대규모 미사일ㆍ드론 공격을 격퇴하는 중에 추락해 조종사가 전사했다고 발표한 다음날이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한 서방관리의 말을 인용해 “F-16의 기술적 결함이나 조종사 실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초기 조사 결과에선 추락한 F-16이 우크라이나군의 패트리어트 방공(防空) 포대의 오인 발사에 의한 것이라는 징후들이 있다”고 보도했다.

올레슈크 공군 사령관이 해임되기 직전에, 우크라이나 의회[라다] 국방위원회의 마리아나 베주흘라 부위원장은 “F-16이 부대 간 조율 부족으로 인해 패트리어트 시스템에 격추됐다”며 “전쟁 중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는 있지만, 우크라이나 공군은 거짓말하는 문화가 팽배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군사적 결정을 내리는 시스템이 현장에서 일관성있게 수집된 진실된 정보의 분석에 기초하지 않고 계속 악화되고 있다”며 “이러한 실수에 책임 있는 사람은 처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레슈크 공군 사령관은 해임 전, 베주흘라 의원의 이런 주장에 대해 “무책임하다”고 반박했으나, 패트리어트 오인 격추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지난 26일 추락 사고로 사망한 F-16 조종사 올렉시 ‘메스’ 중령은 미그(Mig)-29 전투기 편대 사령관을 지낼 정도로 최고의 조종사였다. 또 2022년에 직접 동료 조종사와 함께 워싱턴 DC에 가서 연방 의원들을 만나 서방 우방국들이 우크라이나에 F-16 전투기를 제공하도록 설득해달라고 호소했다. F-16 인도 캠페인의 얼굴과도 같아 ‘영웅’으로 취급됐다. 그는 미국에서 최초로 F-16 조종법을 배운 우크라이나 공군 조종사 6명 중이 한 명이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올렉시 ‘메스’의 F-16 전투기가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하루키우 일대에 대한 러시아의 대규모 미사일ㆍ드론 공격을 방어하는 데 투입됐으며 4대의 적 크루즈미사일을 요격하고, 다음 타깃으로 이동 중에 “통신이 끊겼다”고만 밝혔다. 현재 미국과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합동으로 F-16 전투기의 추락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올레슈크 공군 참모총장 해임의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공군이 더 강해져야 한다. 우리는 사람들과 요원들, 군인들을 더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군사 전문가들은 미사일과 드론이 동시에 대규모 공격할 때에는 오인 격추의 발생 가능성이 특히 높아진다고 말했다. 워싱턴 DC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선임 고문인 마크 칸시언은 뉴욕타임스에 “동시에 수많은 미사일이 날아올 때에는 어느 게 우리 편이고 어느 게 적인지 추적하기가 힘들다. 아군 격추(fratricide)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강력한 레이더 시스템과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를 갖춘 패트리어트 방공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미국에서 받은 것과 독일에서 제공 받은 2개를 포함해 모두 3개의 패트리어트 시스템을 운용한다.

F-16 전투기가 우크라이나에 인도된 지 얼마 안 돼 격추된 것은 우크라이나가 서방 지원국들에게 자국이 정교한 전투기를 운용할 능력이 있다는 확신을 주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공군력을 무력화(無力化)하려면 F-16 130대가 필요하다고 계속 주장해왔다. 나토 소속 유럽 국가들은 약 80대의 제공을 약속했으나, 지금까지 실제 우크라이나에 인도된 것은 10대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는 공격 및 방어 작전에서 러시아의 구형 전투기보다 월등한 F-16 전투기가 전장에 미치는 영향을 매우 강조해 왔다. 그러나 군사 전문가들은 F-16 전투기가 전쟁에서 진가를 발휘하기까지에는 우선 충분한 대수가 도입되고 조종사와 지상요원의 훈련도 충분히 이뤄져야 해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CSIS는 최근 보고서에서 “F-16 전투기가 지상 공격 능력은 곧 갖출 수 있어도, 효율적으로 전투 능력을 발휘할 수 있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 제공된 F-16은 중ㆍ단거리 공대공 미사일만 장착하고 있다.

이철민 기자 [email protected]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세계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